문화예술교육자들의 이야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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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오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으로 첫 눈에 보기에도 개성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강원도, 경기도, 서울과 인천에서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들의 교류의 장으로 4개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함께 준비한 워크숍 ‘사방팔방’ 참여자들이다.

워크숍은 <문화디자인 자리>의 최혜자 대표가 열었다. “미사여구를 벗고 다시 문화예술교육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은, 어떤 의미나 가치를 전달하기보다는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 후 참가자들은 아트플랫폼 인근 카페 여덟 곳에 두런두런 모여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10명 남짓이 둘러앉은 분임토의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의 경험이 많은 이들이 퍼실리테이터로서 이야기의 흐름을 잡았는데, 조금씩 스타일은 달랐지만 참여자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이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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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인사로 시작되었다. 어느 지역에 있는 어떤 단체 혹은 기관의 아무개이고 올해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은 누구와 함께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자기 소개로 시작된 이야기는 같이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활동 사례 나눔으로 이어졌고, 때로는 각자의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격려로, 때로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교육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는 쉽게 공동의 주제가 되었다.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 그들에게 말 붙이기 위해서 얼마동안 그들의 말을 들어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부딪쳤을 때 이를 해결했던 방법에 대해서는 눈을 반짝였다. 비슷한 상황에 대응했던 자신의 노하우를 보태주기도 했고, 역시 시작하기 전에 예상치 못했던 감동 스토리에는 다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다. 시골 마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마을회관에서 매일 화투를 치시는 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화투에서 교육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얘기나, 그분들이 동네에 나타난 낯선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듯 보였지만 얼마 지나 알고 보니 그동안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는 얘기는 문화예술교육이 예술에만 갇혀있는 활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 주었다. 노인분들을 만나려고 보건소장을 먼저 만났다는 경험도 교육을 프로그램 안에서만 한정하지 않는 참여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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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 아는 문화예술교육의 좋은 점과 성과를 어떻게 가시화해야 할지에 대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도 오갔다. 공모사업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고 있다거나 지원금이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 생각하게 되면서 처음 시작이 어디였는지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거나… 같은 일을 하면서 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고민을 꺼내놓고 풀어놓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어진 3시간은 서로가 누군지 알기에도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어서 이런 고민들을 깊게 논의하기에는 부족했지만, 자신과 비슷한 활동과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했다. 사실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사람들도 바쁘다. 이번 워크숍도 없는 시간을 쪼개서 왔을 테고 와서도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게 모인 자리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되었고,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 덕에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었고, 서로에게 조언자가 되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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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은 저녁을 먹고 서로 배움을 주고 받을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워크숍을 함께 하고, 2일차에는 인천아트플랫폼과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볼, 월곶예술공판장을 탐방한 후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간 각자의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 워크숍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그들의 현장으로 이어졌으면, 이렇게 기획된 워크숍이 아니더라도 고민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그들의 일상에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일상을 함께 고민하는 현장에서 자주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글 / 김영경(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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