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클래식사관학교 조주은 회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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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동아리 이름이 사관학교라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통기타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지만, ‘통기타+클래식+사관학교’라는 이름에 숨겨진 의미가 몹시 궁금하여 연수구 동춘동 먹거리타운 한복판에 있는 연습실을 찾아갔다. 수수한 모습이지만, 다부진 눈매를 가진 회장님은 만나자마자 일정 급수의 레벨을 넘어선 사관생도(회원)가 실전 연습을 한다는 라이브 카페 ‘빈센트’를 보여주셨다. 그렇게 나의 호기심은 더욱 정점으로 치달았다. (빈센트는 회장님이 운영하는 어쿠스틱 라이브 카페이다.)

‘통기타 클래식 사관학교’(이하 사관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는 원래 부산에서 여러 선배와 음악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동춘동에서 가수 백영규 씨가 일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사무실을 만들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과 주로 밤에 일했었는데 ‘단체 하나 만들어 좋은 일 좀 하면서 살자!’라는 마음에 시작했죠. 하지만 일 년도 채 안 되어 그 팀이 와해되고 그로부터 3년 후 후배와 함께 새롭게 만들었죠. 그렇게 사관학교가 생겨난 지 4년 정도 되었습니다.

동아리에 통기타와 클래식기타가 같이 있나요?
제가 원래 클래식기타를 전공했어요. 5년 전쯤 일렉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죠. 여기 와서 통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도 만났고 그렇게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게 되더군요.

사관학교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공연을 전쟁에 비유하자면, 전쟁에 대비해서 언제든, 어디든 무대에 올라가도 악보만 보면 자유자재로 칠 수 있게 자기 나름의 히든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에 처음 들어오면 무조건 150개 코드를 외우고, 코드 이론, 화성학 이론, 음악의 멋을 살릴 수 있는 악상기호 등을 익혀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만족하는 음악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동아리의 목적이고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이 잘 따라오나요?
못 견디는 사람도 있어요. 왜냐하면 영업하러 오시는 분, 술 마시러 오시는 분 등 다양한 분이 오는데 저희는 진짜 기타를 열심히 배우러 오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저희는 연습실을 24시간 개방하여 언제든지 연습하러 오시는 분들이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실력 배양, 인재 양성이라고 할 수 있죠. (하하)

확실한 실력 배양과 인재 양성을 위한 장치가 있나요?
물론이죠. 수시로 점검을 합니다. 코드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올라갈 때는 시험을 봅니다. 혹시라도 낙제되면 다시 초급반으로 내려갑니다.

시험은 어떻게 보나요?
칠판을 이용해 코드 이론, 화성학 이론을 설명하고 여러 회원들이 채점을 합니다. 완전히 학교식이에요. 다른 동아리를 경험했던 분들은 여기에서 제대로 배운다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도 합니다. 손가락 운지 자세도 최소 8개월간 기초를 확실히 다지고 전체 코스는 2년 정도 바라보고 있어요.

회원들이 동아리에서 경험하는 기타 훈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코드 15개를 각각 1초 안에 잡기, 듀엣을 만들어 2주간 화음까지 구성하여 연주하며 노래하기, 곡이 완성되면 무대에서 실전 연습하기, 잘 되면 무대 위에서 감정을 넣어 노래 부르기 등 이렇게 자꾸자꾸 하다 보면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본인들도 느끼게 되죠.

클래식 기타반은 따로 있는 건가요?
네, 클래식 기타반이 따로 있습니다. 일요일만 운영해요.

정기모임은 언제 있나요?
초급반, 중급반, 핑거스타일반이 있고, 모두 시간을 다르게 배치해서 토요일에 진행합니다. 그리고 숙제도 있어요. 모임 시간에 와서 숙제하면 저에게 딱 걸리죠.

이렇게 까다롭고 어렵게 규율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음악을 선택했는데, 당시 마땅히 답을 해 줄 선생님이 없었어요. 퇴직금을 받고 기타 교본을 사서 부산 통도사라는 절에 들어갔었죠. 먼 곳 구석에 있는 암자로 가서 남들은 고시 공부할 때, 저는 기타 공부를 8개월간 했죠.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가까운 곳에 좋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구든 기타를 통해 소통하고 싶고 정말 배우기를 갈구하고 싶거나 기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싼 기타를 사서 오는 회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비싼 기타 가격보다는 손이 3천만 원짜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엄격한 교육방식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즐기기를 원하는 회원들의 불만은 없나요?
가끔 있지요. 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임에서 나가시라고 말합니다. 그쪽 면에서는 좀 냉정하죠. (하하) 저희는 60대가 3명 정도 계시는데,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왜 진작에 이렇게 정확하게 교육받지 못했는지 후회된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는 없을 것 같다고까지 말씀하세요.

 

회원 모집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네이버밴드로 하고 있습니다. 영흥도, 선재도, 부천, 안산 등지에서도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회장님이 동아리를 만들고 직접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내가 가진 음악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은 거죠. 생각과 느낌은 아는데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분들을 돕고 싶어요. 가르치는 형식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표현으로 공유할 때 가장 즐겁기 때문입니다.

동아리 회비가 있나요?
월 5만 원입니다. 현재 30명 정도의 회원이 있고 연습실 월세 내고, 운영비 내고, 나머지가 교육비입니다. 주 2회 정기모임을 하고 한 번에 3시간씩 교육을 합니다.

동아리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바로 공연이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을 ‘같이’해보는 경험이죠. 최근에 참여한 ‘2019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도 그랬죠. 무대도 컸고… 평소에는 3~4명 정도가 공연하러 다닙니다.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회원 간의 파벌이 생기면 힘들어요. 사람이 많고 동아리가 오래되면 조금씩 파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요인은 여러 가지인데 경제력, 연령, 실력 등 다양한 요소로 발생하죠. 그래서 인간관계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동아리 자랑 좀 해주세요.
첫째는 좋은 분들이라는 점, 둘째는 서로 돕는다는 점입니다. 기타 수리도 해주고, 몸이 아프면 걱정해주고 어려운 점 있으면 서로 도우려고 애쓰고 챙겨주는 모습입니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평균 40대 초반에서 60대 중반까지 있는데 기타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이라고 볼 수 있죠.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끈끈합니다.

4년간 동아리 활동하면서 선생님 개인적인 삶에 변화가 있었나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기타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맘껏 돕는다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듀엣가요제를 기획하고 있어요. 다른 팀들과 네트워크를 맺어서 같이 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요제 출전팀은 특공대가 되겠죠. 상품도 준비할 겁니다. (하하)

앞으로 동아리의 목표가 있다면요?
회원들이 버스킹 공연 등 무대 실전 경험을 많이 쌓게 해드리고 싶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면 겸손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다른 곳과 많이 만나봐야 겸손해지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기타 치는 사람들은 그래도 순수한 열정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인천에서 활동하는 많은 동아리와 교류하고 싶습니다.

나지막한 부산 억양의 조주은 회장님과 인터뷰하는 동안 ‘통기타’ 자체에 대한 애정과 체계적인 기타 교육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회장님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데서 왔으니 국밥 한 그릇 대접해야 한다”라며 들어간 돼지국밥집에서도 뜨끈한 국물과 함께 동아리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글·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허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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