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극인들이 만들어 낸 15분의 기적 – 제 3회 15분 연극제 X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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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극인들이 만들어 낸 15분의 기적
– 제 3회 15분 연극제 X 인천(2016.08.26.~08.28 인천아트플랫폼)

지난 8월 26일부터 8월 28일, 인천아트플랫폼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 곳에 멈추어 섰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도 없이, 무대의 구분도 없이 그냥 거리 위에서, 브릿지 연극 <백투더 15미닛>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백투더 15미닛>의 배우들은 관객들을 이끌고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으로 향했다. 세 명의 배우가 우산을 든 채 서 있었고, 좁은 골목은 순식간에 무대로 바뀌었다. 그렇게 <15분연극제X인천>의 첫 번째 본 공연 <Bright New Morning>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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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를 맞은 <15분연극제X인천>은 미국의 극작가 Patrick Gabridge의 단막극 여덟 작품 <Bright New Morning>, <꽥꽥>, <Eden in Chains>, <뉴턴의 부름>, <원더랜드로 도망가다>, <산타없음>, <베아트릭스 포터는 죽어야해!>, <Will/Did/Is>와 각 작품들과 공연장소를 연결하는 브릿지 연극 <백투더 15미닛> 으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작품은 골목, 문화센터, 잔디밭, 극장 로비, 극장 안 등 서로 다른 장소에서 공연되었다. 거리에서 시작한 연극은 점점 극장과 가까워졌고, 길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축제를 마주한 관객들은 홀린 듯이 이끌려 극장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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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연극제X인천>의 권근영 예술감독은 공연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울에서 연극을 하다가 고향인 인천에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인천으로 옮겨왔는데, 인천의 많은 사람들은 연극과 극장을 굉장히 낯설어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극장이라는 공간을 사람들과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극장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연극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가보자고 결심했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지나는 거리와 골목, 자주 들르는 카페 같은 곳을 무대로 만들었어요. 익숙한 장소에서 연극의 매력을 맛본 사람들이 극장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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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연극제X인천>은 극장이 낯선 관객들을 위한 연극제이기도 하지만, 젊은 연극인들에게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15분연극제X인천>을 기획한 앤드시어터 전윤환 대표는 처음 이 연극제를 기획하게 된 3년 전을 회상했다. “선배들과 희곡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 작가가 언제 태어났고 어느 시대를 살았던 사람인지가 궁금했어요. 구글에 검색해보았는데, 작가가 아직 살아있는 거예요. 심지어 페이스북 아이디도 있었죠. 작가의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친구 신청을 하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당신의 작품을 우리가 공연으로 만들고 싶은데, 한국에 와서 우리 공연을 볼 생각이 있느냐고요. 그게 15분 연극제의 시작이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15분연극제X인천>은 매년 미국의 저명한 극작가를 초대하여 젊은 연극인들만의 톡톡 튀는 방식으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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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년단의 <Eden in Chains>는 독특한 무대 구성과 연출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큰 호응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이다. 집 앞마당에서 채소를 가꿀 수 없다는 조례가 통과되고, 10년 동안 앞마당의 텃밭을 가꿔왔던 테리는 텃밭의 작물을 모두 뽑아버리려는 스틸맨 경관과 대립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 앉아 테리가 소중히 가꾸는 텃밭의 작물들로 등장했다. 연극의 소품으로 등장하게 된 관객들은 새롭고도 즐거운 경험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지며 관객들은 이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고,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텃밭을 잃은 테리의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Eden in Chains>의 민새롬 연출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본 맨 마지막에 ‘무대의 소품으로 진짜 살아있는 식물들을 사용하지 마시오.’라는 작가 노트가 있었어요. 텃밭의 작물들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소품을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관객들을 무대에 앉히기로 했죠.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관객들이 테리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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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영화나 TV드라마에 비해 대중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며 대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뮤지컬만큼 화려하지도 않다. 게다가 코미디와 로맨스 위주의 상업극만을 찾는 대중들 앞에 젊은 연극인들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단막극 페스티벌을 통해 젊은 연극인들이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대중과 마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15분연극제X인천>의 작가로 선정된 미국의 극작가 Patrick Gabridge는 연극제 이튿날 마련된 포럼에서 단막극 페스티벌이 가지는 의의를 설명했다. “단막극 페스티벌에는 여러 개의 작품들이 올라가기 때문에 다양한 극단의 많은 배우, 연출가, 작가들이 공연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그들의 가족, 친구,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보다 높은 참여율과 티켓 판매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작품들이 상연되기 때문에 관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연극을 만날 기회도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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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의 짧은 공연을 위해 배우와 연출가, 스태프들은 오랜 기간 동안 밤을 새워가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습한다. 그러나 길을 걷던 사람들이 멈추어 서 있기에 15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15분간 한 자리에 세워두고, 그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게 만들고, 극장 가까이 데려가 이내 극장 안의 관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15분연극제X인천>의 젊은 연극인들은 그 어려운 일을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재기발랄함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인 것이다. 이렇듯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젊은 연극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작품을 만나는 대중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젊은 연극인들이 그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새로운 시도를 펼칠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 15분연극제X인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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