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다른 말은 ‘식구’입니다. 식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에 한 끼라도 온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가족끼리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공유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라 할 수 있는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8월 13일(토), 10팀의 가족이 인천아트플랫폼에 모였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된 <토요창의예술학교-여름방학 가족예술캠프 ‘가족사진’>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는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형식을 벗어나 가족만의 특색을 살린 가족사진을 제작함으로써 예술을 매개로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10팀의 가족과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 10명은 1:1로 팀을 이루고, 이틀에 걸쳐 팀별로 특색 있는 가족사진을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첫날 한 팀을 이룬 가족과 작가들은 스튜디오로 이동, 어떤 가족사진을 만들지 심도 깊은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이날 처음 만난 사이, 첫 만남은 다소 어색했지만 가족들의 고민부터 추억까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어색함은 사라졌습니다. 컨셉을 잡기 위해 가슴 속 은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처음 듣는 서로의 속마음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집안 대소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가족들끼리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컨셉을 잡은 팀은 곧바로 가족사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형식과 틀에서 벗어난 가족사진 제작’이라는 프로그램 목적답게 팀들은 각자의 기발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가족을 형상화한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거나, 벽에 붙인 도화지에 물감을 뿌리는 등 작가의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마다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각 팀의 뚜렷한 개성이 드러나는 작업과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작업을 마친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건 맛있는 저녁식사였습니다. C동 야외 데크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모인 참가자들은 준비된 야외 뷔페를 즐긴 후 공연장으로 이동, 어쿠스틱 밴드 ‘착한밴드 이든’의 잔잔하고 따뜻한 공연을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밴드의 앵콜 공연으로 폭염 속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의 첫날은 마무리됐습니다.
사진 촬영을 앞둔 프로그램 둘째 날, 각 팀은 점점 더 완성된 형태의 작품을 완성해나갔습니다. ‘주술적인 가족 나무 모자 만들기’를 컨셉으로 잡은 최선 작가 팀은 온 가족이 껌을 씹고 난 껌의 모양을 본떠 만든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카메라 없이 가족사진 만들기’를 시도한 이민우 작가 팀은 가족이 빛 한 점 안 들어오는 암실에 들어가 종이를 오려 붙이며 인물 없는 가족사진을 완성하였습니다. 신민 작가팀은 가족들의 얼굴이 들어갈 손가락 조형물을 만들어 각 손가락에 가족이 얼굴을 집어넣어 사진을 찍었고, 집을 형상화한 가족 우체통을 만든 김유정 작가팀은 우체통 옆에서 편지를 읽는 가족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 고등어 작가팀은 가족들의 신체, 물건을 접촉하여 그림을 그리는 일명 ‘촉각 드로잉’으로 멋진 가족사진을 완성하였고, 가면과 망토를 두르고 화려하게 치장한 손승범 작가팀의 가족사진은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가족의 실루엣을 그린 위영일 작가팀의 작품 안에는 가족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윤대희 작가팀은 온 가족이 페이스 페인팅으로 분장하고, 호러무비 포스터 촬영을 진행해 전혀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가족의 얼굴을 배경으로 서로의 얼굴 위에서 가족의 특징을 담은 캐릭터가 뛰어노는 소인국을 만든 조원득 작가팀은 또 어떤가요?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그림과 다양한 색을 통해 가족만이 알 수 있는 언어로 그림을 완성한 최현석 작가팀은 가족이 서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틀에 걸친 프로그램은 단체사진 촬영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각자의 마음 속에 이미 사진 한 장씩이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일상적인 풍경처럼 존재하던 가족사진이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이번 <토요창의예술학교>는 예술을 매개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술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가까이에 있습니다, 마치 우리들의 가족처럼.
김수현(아산프론티어유스 인턴 프로그램 참여자/인천아트플랫폼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