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인천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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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주’는 인천탁주의 브랜드 이름입니다. 소성주라는 이름은 신라시대 경덕왕 16년, 지방통치 제도로 개편할 때 개칭한 이름 ‘소성현’에서 따왔습니다. 인천탁주는 1974년에 인천에 있던 11개 양조회사가 만든 회사로, 45년의 역사를 지녔습니다. 현재 인천탁주를 운영하는 정규성 대표의 할아버지는 1938년에 대화주조(주)를 만들었고, 아버지가 회사를 이어받았습니다. 정 대표는 1988년부터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술을 한 모금도 하지 못하는 거로 알려진 인천탁주 정규성 대표(62)는 막걸리가 잘 팔리기 시작한 때를 2010년으로 기억합니다. 웰빙 붐이 불고, 사람들이 건강을 많이 생각하게 된 데다 언론에서 일본인들이 우리 막걸리를 찾는 장면을 자주 보도한 겁니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그때 전국적으로 막걸리 업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70~80% 정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부평에 있는 인천탁주 제1공장
출처:인천in

1990년 1월 인천탁주는 쌀막걸리를 개발합니다. 먼저 쌀에 균을 넣고 48시간 동안 증식합니다. 증식된 쌀은 발효실로 옮겨 수차례 담금을 하죠. 1차 담금은 증식된 쌀에 효모를 섞어 발효실에서 배양합니다. 2차 담금은 누룩과 술밥을 발효시키는 작업입니다. 72시간 동안 숙성해 3‧4차 담금까지 진행해야 소성주 특유의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걸러낸 원액에 물을 섞어 알코올 6%로 맞추면 소성주가 탄생합니다.

소성주는 반제품입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방부제를 넣지 않고 효모가 서서히 발효되는 방식으로 출시됩니다. 반제품이기 때문에 병뚜껑도 완전 밀폐가 아니라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빈틈을 두었습니다. 병을 비스듬히 두면 새는 것은 이 때문이죠. 젊은 사람들은 막 출하된 술이 입에 맞는다고 하고, 술꾼들은 5일 지난 소성주가 제맛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네요.

부평 공장 2층에는 막걸리 박물관이 있습니다. 막걸리를 담았던 유리병부터 지금의 용기인 페트병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죠. 인천 막걸리의 변천사와 12간지를 담은 라벨 디자인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정규성 대표는 기부활동을 많이 하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4년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주는 ‘아너 소사이어티’ 상을 받았고,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재)인천인재육성재단에 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사)한국막걸리협회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네요.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의 라벨이 들어간 소성주
출처:OSEN

대대로 내려오던 우리 전통술의 맥이 끊긴 것은 일제강점기 때입니다. 1934년 전국의 주류 제조장은 청주 121, 소주 442, 조선주 683, 기타 21곳 등 4천2백여 개에 달했습니다. 인천은 1919년 조일양주(주)의 금강학과 증전옥의 선학, 심견인시의 선학 등이 알려져 있었지만, 일제가 수탈 목적으로 양조 행위에 과도하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인천을 비롯한 전국의 지역 술 제조가 상당 부분 소멸했습니다.

삼양춘은 인천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주입니다.
조선시대 서울·경기·인천 지역 소수 양반가에서만 빚어 마셨던 삼양주(三釀酒)를 젊은 세대 취향에 맞게 복원한 정통 프리미엄 발효주죠.

삼양춘의 아버지 강학모 대표(59)는 특산주 양조장 ‘송도향’을 토대로 잊혀가던 고급 전통주를 다시 세웠습니다. 공기업에서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그를 양조업으로 이끈 건 ‘어머니의 밀주’에 대한 추억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결혼 잔칫집과 상갓집에서는 어머니의 밀주가 어김없이 등장했고, 그는 명절 한 달 전부터 밀주를 빚느라 밤을 새우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협회 등을 수차례 드나들며 삼양춘을 개발했습니다. “연구 기관마다 강의하는 스타일과 술 빚는 방식에 차이가 컸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 중에서 차별화된 술을 빚어내는 것이 큰 숙제였어요. 인천의 전통주를 찾던 중 우연히 세 번 빚는 술인 삼해주현의 설화를 만나게 됐고, 여기에서 삼양춘이 탄생한 겁니다.” 세 번 빚고 옹기에서 100일 저온 숙성한 발효주로 부드럽고 알싸하며 톡 쏘는 맛이 일품이라고 하네요.

삼양(三釀)은 “세 번 빚는다”라는 말에서, 춘(春)은 “술은 겨울에 빚어 봄에 마셔야 맛있다”라는 옛말에서 따왔습니다. 강화섬쌀과 전통 누룩, 물만을 사용해 빚어냅니다. 두 잔만 마셔도 취기가 온몸을 감싸지만, 다음 날에 숙취가 전혀 없어 ‘앉은뱅이 술’의 전형이라고 애주가들은 말합니다.

출처:조선비즈

송도향은 프리미엄 탁주와 약주 삼양춘(三釀春)을 제조하는 양조장입니다. 30평 내외의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이며, 소규모 전통주 시설 견학이 가능합니다. 강 대표는 “다양한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싶어서 이런 공간을 열었다며, 소통을 통해 전통주 문화 소비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삼양춘 갤러리는 1층 양조장, 2층 갤러리로 구성돼 있네요.

2018년 삼양춘 약주와 탁주는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각각 1등과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진행된 ‘제6차 OECD 세계포럼 인천의 밤’에서 공식 만찬용 술과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네요. 삼양춘 약주(청)는 15도입니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과실 향이 풍부하며 달콤하게 시작해서 알싸하고 쌉쌀한 마무리가 특징입니다. 삼양춘 탁주는 와인 도수와 비슷한 12.5도로 풍부한 과실 향과 걸쭉하고 묵직한 바디감, 부드러운 목 넘김의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천의 전통주를 알리고 새로운 주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강 대표의 바람은 끝이 없습니다.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어·영어·일본어 전통주 체험 행사를 준비 중이며 낮은 도수 의 탄산 막걸리와 삼양춘을 다시 끓여 받아낸 증류식 소주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민초들의 시련을 달래주는 값싼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 중심의 술 문화를 넘어 사케, 와인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고급 전통주를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네요.

‘청산녹수’ 양조장이 운영하는 전통주 쇼핑몰 ‘술팜’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제품들
출처:주간동아

인천 동구의 옛 양조장(현 스페이스빔)에서는 해마다 배다리 전통주학교가 열립니다. 지난 2월 제10기 수강생을 모집했는데요. 전통 방식의 양조기법과 발효음식 제조를 배웁니다. 세부 수업 과목이 ‘우리나라 전통주 빚기(초ㆍ중ㆍ고급 과정)와 맛있는 김치 담그기’, ‘몸에 좋은 유기 발효 식초 만들기’, ‘각종 효소 청 만들기’, ‘여러 가지 와인 만들기’, ‘유명 양조장과 발효음식 명소 투어’, ‘국내 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 맛보기’, ‘우리나라 전통주 빚어 맛보기’, ‘효소, 발효, 미생물, 식품 화학, 누룩, 미네랄 강의’, ‘술과 관련한 인문학 강의(세계의 술, 술의 역사, 음주 예법, 술과 시, 주막 이야기, 칵테일)’ 등이네요.

“배다리 전통주학교는 잊혀가는 음식문화유산인 전통주 빚기와 각종 된장, 간장, 김치, 식초 등 발효음식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만드는 법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전통주 빚는 법과 발효음식 만드는 법을 습득해 가정생활에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 진출해 우리나라 음식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유진용 배다리 전통주학교 교장의 말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양조장
출처:주간동아

글 · 이미지 /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막걸리는 인체에 부담이 없는 술이다”
인천in, 2015.9.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인터뷰] 송도향 강학모 특산주 양조장 대표 “전통 방식 그대로 천천히 기다린 것이 비결”
중부일보, 2019.6.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인천 배다리 전통주학교 수강생 모집
인천투데이, 2019.2.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세계를 사로잡을 인천의 전통주
굿모닝인천, 2019.2.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송도향 삼양춘 약주, ‘2018 대한민국 주류대상’ 베스트 오브 2018에 선정
조선비즈, 2018.3.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썰물밀물] 인천전통술 삼양춘과 가치재창조
인천일보, 2018.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술술~’ 넘어가는 인천 전통주의 매력 속으로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 2019.3.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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