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가족, 작아지는 집 <1인 가구와 작은 주택들>

0
image_pdfimage_print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7년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Valérie Gelézeau)는 한국 사회와 아파트를 분석한 책을 쓰면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의 존재감을 가장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것이었습니다. 1960년대 이래 한국의 아파트는 건설산업을 지탱하며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도시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는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습니다. 아파트는 좋은 주거를 판단하는 기준이자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매기는 척도이며 자산 증식을 위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파트는 삶의 과정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목표가 됐습니다.

아파트의 시대가 50년 이상 지속되면서 아파트의 모습도 다양하게 나뉘었습니다. 한때는 브랜드 아파트 순위에 따라 사람들을 계층화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아파트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반면 어떤 아파트는 사람들에게 낙인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속칭 “휴거”는 우리 사회가 임대아파트와 그곳에 사는 거주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를 말해주는 슬픈 신조어입니다.

이제 아파트는 한국인의 삶에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최근 수년간 주거문화에 많은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내 집 마련’이라는 표현에서 ‘내 집’은 ‘아파트’를 내포합니다. 아파트가 주거의 대표 표상이 되어서, 사람들은 집을 선택하고 평가할 때 아파트를 기준으로 둡니다. 우리는 아파트에 살거나 그렇지 않던 간에도 아파트의 존재를 인지하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한국 사회의 주거 문화를 ‘아파트’가 잠식하는 동안, 실제로 아파트는 우리나라 주택의 약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9%의 가구가 아파트에 산다고 합니다. 도시 지역은 이런 경향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로 인천광역시는 전체 가구의 약 52.9%가 아파트에 거주합니다. 꾸준한 택지 공급과 주택지의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의 수가 증가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가구 절반이 아파트가 아닌 다른 형태의 주거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천 전체 가구의 약 40% 가까이 단독주택(통계상에서 단독주택에는 다가구 주택을 포함합니다.)과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최초로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가구도 약 5%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다세대 주택의 숫자와 주택 이외의 장소에 사는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것은 가족 규모가 축소되면서 단순해진 세대구성에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가족원의 숫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천 초등학교 한 학급당 학생 수는 이미 2012년에 25명이 채 되지 않았고, 작년 2018에는 23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과거보다 한 자녀 가구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세 자녀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에 함께 살지 않기도 합니다. 학교와 직장을 따라 한 가족이 여러 가구로 나누어졌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기획 의도에서 “1인 가구가 대세”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족마저도 물리적 공동체에서 정서적 공동체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흐름은 인천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기준 한 가구를 구성하는 평균 가구원 수는 2.6명(전국 평균 2.5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인천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에는 무려 266,434가구에 이릅니다.

1인 가구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보통은 결혼 전의 청년층이나 사별한 노년층이 많을 것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50대가 1인 가구의 20%에 육박합니다. 그리고 20대부터 50대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1인 가구 수가 더 많습니다. 인천의 1인 가구는 일자리를 위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표 1. 인천의 연령별 1인 가구 수 (2017년. 출처: 인구총조사)

이 1인 가구들이 차지하는 주거 형태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주거형태 비율과 아주 다릅니다. 인천의 가구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2017년 1인 가구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1/3에 미치지 못합니다. 절반 이상이 단독주택(역시 다가구주택을 포함합니다.)이나 다세대 주택에 살며,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가구도 12%를 넘어섰습니다.

표 2. 인천 1인 가구의 주거 형태 (2017년. 출처: 인구총조사)

인천에 지속해서 늘어나는 1인 가구가 아파트 이외에 다른 주거 형태에 훨씬 더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합니다. 1인 가구에 대한 주거 복지 정책이 청년층에 대한 임대 주택 건설과 노인 복지의 일환으로 치중되어 이루어지나, 인천의 1인 가구는 다양한 연령대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인구가 많은 연령대에서 남성이 다수의 양상을 보입니다. 이는 인천의 ‘1인 가구’가 혼인을 하기 전 단계인 청년층의 임시적 가구나, 사별 혹은 황혼 이혼으로 인해 혼자 사는 노년층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1/3이상이 사는 단독주택(실제로는 대다수가 다가구 주택)의 상당수는 6~8평 수준의 원룸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임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인천의 1인 가구는 생애주기의 상당 기간 동안 절대적인 주거면적의 부족을 겪고 있으며, 대단지 아파트가 갖추고 있는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의 결핍과 같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측면에서 더욱 불리한 조건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림 1> 한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 등록된 인천의 원룸(상)과 그 중 한 사례(하).
어느 도시가 그렇듯 인천의 1인 가구의 터전은 6평 원룸이며 이는 주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암시한다.

사회에 진출하여 평생직장을 구하고, 결혼과 함께 저축과 청약으로 아파트를 얻는 일종의 한국판 ‘주택주사위’(住宅双六. 일본의 생애주기에 따른 주거의 변화를 말판놀이로 구성한 것)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므로 1인 가구에 대한 주거 복지가 특정 연령층에 집중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사각지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대단지 아파트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빗겨나 있는 주택들의 주거의 질에 대한 제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소형 주택이 밀집한 원도심 지역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의 길과 공공시설, 커뮤니티와 지역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삶의 질 향상은 길 양 옆에 있는 오래된 주택들과 지금도 지어지고 있는 수많은 다가구 주택들의 건축적 향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글 · 이미지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박인석(2017). 건축이 바꾼다. 마티
발레리 줄레조(2007). 아파트 공화국. 후마니타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자세히 내용 보러가기▶)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