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학 유명작가 희귀 초판본 50종 전시
감각적·입체적 전시구성 돋보여
11월 23일 개막…내년 상반기까지 전시 예정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희귀 초판본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문학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 11월 23일 인천문화재단의 한국근대문학관에서 2018년 기획전시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가 개막한 것이다.
시 20종, 소설 22종, 수필 및 비평 8종 등 총 50종의 도서가 자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의 근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유명작가들의 초판본이 전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근대문학의 주옥같은 명작들을 당시 모습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것. 그간 교과서나 인쇄물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던 근대문학 작품들의 살아있는 실체를 직접 눈으로 관람할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이번 전시에서 1925년 출판사 ‘매문사’에서 간행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의 초판본은 가장 주목을 받는 전시물 중 하나이다. 당시 매문사에서는 ‘진달내’와 ‘진달내꽃’ 두 종으로 책을 출간했다고 전해진다. 내용은 같지만, 앞표지와 속표지, 판권지 등에서 차이가 나는 이 두 책은 2011년 등록문화재로 인정받았다. 문학사적으로 가치를 입증된 두 책이 동시에 전시가 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달래꽃’의 두 가지 첫 얼굴이 나란히 등장한 모습은 많은 관객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그 외에도 근대문학사의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유명작가들의 초판본들도 다수 공개됐다. 이인직의 ‘혈의 누’, 백석의 ‘사슴’, 김동인의 ‘감자’,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상의 ‘날개’ 등의 원본들이 전시된 것이다.
전시된 초판본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 이인직의 ‘혈의 누’는 현재까지 네 권만 확인되는 희귀본 중의 희귀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석의 시집 ‘사슴’의 경우 백석의 자비로 100부에 한정돼 출판된 작품이다. 당시에도 워낙에 구하기 힘든 희귀본으로 윤동주가 이 책을 구하려다 끝내 구하지 못해 필사하는 것으로 백석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역시 몇 권 안 될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본이다. 하지만 새 책과 다름없을 정도로 보관상태가 좋은 초판본이 전시돼 있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의는 기존에 우리가 익힌 알던 전시의 틀을 깼다는 점이다. 시각 위주의 평면적인 구성으로 꾸려지는 전형적인 전시형식에서 벗어나 다감각적이고 입체적인 전시를 선보인 것이다.
초판본의 표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책 전시물이 전시장 한가운데 놓이기도 하고 작가들의 서재 같이 꾸며진 입체적인 공간이 꾸려지기도 했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각종 소재들에 관한 이미지들도 함께 전시됐다. 주인공이 부인한테 매일 받았던 수면제 ‘아달린’의 당시 광고 이미지와 소설 속 하나의 공간적 배경이었던 경성 미츠코시백화점의 층별 안내도가 함께 제시된 것이다. 또한 입체 안경을 통해 주인공이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다본 경성 시가지의 모습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는 당시의 공간적 배경을 담은 사진을 덧붙여 공개하기도 하고 백석의 시 ‘멧새 소리’에서는 많은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멧새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국근대문학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2018년 기획전시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시가 지속될 예정이다. 관람 시간은 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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