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冊)은 ‘종이를 겹쳐서 한데 꿰맨 물건’입니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책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전자책과 구분하는 ‘종이책’이라는 말이 새롭게 탄생했죠. 디지털 시대에 종이가 디스플레이로 대체되면서 특히 출판과 인쇄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공간 확보와 비용 절감에서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전자책(e-북)도 그즈음 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태블릿의 유행으로 종이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전자책 시장이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출판시장은 약 3조 163억 원으로 이 중 전자출판은 약 2,310억 원입니다. 전체 시장의 약 7~8% 규모죠. 전자출판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출판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일본은 2016년 1,909억 엔(원화 환산 약 1조 9,314억 원 상당)에서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1,029억 엔(원화 환산 약 1조 411억 원 상당)을 벌어들였습니다. 대형 출판사보다 중소 규모나 인디(개인) 출판의 다양하고 독특한 콘텐츠가 주목받았고 전자 만화와 웹툰 등도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출처: IT동아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웹툰 및 웹소설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저렴한 비용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월정액 무제한 구독 서비스가 하나둘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2009년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리디북스는 지난 7월 ‘리디셀렉트’를 출시했습니다. 월 구독료 6,500원을 내면 2,600여 권(출시 초기 1천여 권)의 전자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죠.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면 월 9,900원으로 2만5000여 권의 도서를 무제한 구독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구독형 서비스 ‘북클럽’을 9월부터 시범운영 중입니다. 11월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도서 큐레이션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교보문고의 전자책 서비스 ‘샘(Sam)’도 월정액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에 출시된다고 하네요.
출처:IT동아 | 출처:더스쿠프 |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지만 서서히 성장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콘텐츠(웹툰, 웹소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음성이 추가된 멀티미디어 분야도 덩치를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습니다. 월정액 구독은 일종의 스트리밍 개념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읽는 전자책과 달리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도서를 어느 정도 읽었을 때 출판사에 수익을 배분할 것인지 등이 업체마다 다릅니다. 유통업체들이 도서정가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동안 전자책 유통업체는 10~50년 동안의 장기대여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전자책 판매의 경우 할인율이 15%로 제한되지만, 대여는 유통업체가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전자책 구매 시 8,000원인 도서가 50년 장기 대여 시 3,000원인 경우도 생기는 거죠.
2018년 11월 한시적으로 홍대입구역에 설치된 ‘책 읽는 지하철 전자책 체험관’
출처: 동아일보
전자책은 두 가지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종이책 출판을 재현하는 전자출판물과 종이책과 관계없이 직접 디지털 콘텐츠로 출판되는 전자출판물이 그것이죠. 최근에는 다음 스토리펀딩이나 브런치(brunch) 등의 웹 콘텐츠가 종이책으로 출간되거나 영화나 드라마로 개발되는 현상도 관찰됩니다.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전자출판이 ‘생산과정으로서의 전자출판’과 전자책이라는 좁은 범주에서 벗어나 전자책, 웹툰, 웹소설, 웹진, 웹콘텐츠, 앱북, 멀티미디어 콘텐츠, 오디오북 같은 웹과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출판을 모두 포함하는 디지털 퍼블리싱(digital publishing)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작자와 저자, 출판사, 서점, 플랫폼 기업, 독자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출판 가치 네트워크를 작동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부의 출판 정책은 전자출판의 확장된 범주에 기반해 모두의 활동과 역할을 강화하고 지원한다면 개발 행위자는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선순환으로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공 교수는 “종이책의 복제와 재현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위한 전반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출판생태계를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난 십여 년간 실행한 도서정가제의 과실에 대해 분석하고 가치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새로운 정책으로 보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하네요.
출처: 뉴스페이퍼
지난 9월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75)가 펴낸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가 출간됐습니다. 당시 엄청난 화제를 뿌리며 발간 첫날 75만 부, 1주일 만에 110만 부 판매를 기록했죠. <공포> 한국어판은 12월 중에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나옵니다. 종이책 출간은 미정이고요. 종이책이 출간되기 전에 전자책이 나오는 것은 드문 경우인데 물리적 제약이 덜한 전자책으로 독자들은 한발 앞서 화제의 신간을 접하게 됩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통합전자도서관 연계 구축작업을 완료했습니다. 군·구립 47개 공공도서관 및 작은 도서관의 통합도서 서비스 회원은 미추홀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언제 어디서든 전자도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부터 3만 2천여 점(e-북 31,855/오디오북 224)의 자료를 제공해왔으며 적극적으로 전자 자료를 확대 구입하고 있습니다.
글 이미지 이재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우리말 톺아보기_‘종이책’과 ‘식빵’
한국일보, 2018.1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성장 잠재력 품은 국내 전자책 시장, ‘콘텐츠’가 답이다
IT동아, 2018.9.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공포’’ 한글판, 전자책 먼저
조선일보, 2018.11.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한국 전자책, ‘아마존식 혁명’ 가능할까
더스쿠프, 2018.11.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오피니언]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전자책 생태계를 위한 제언
뉴스페이퍼, 2018.10.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인천시, 통합전자도서관 운영…언제 어디서나 전자책 읽을 수 있다
퀸, 2018.1.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