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청년문화대제전은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창작지원금 지원사업이다. 청년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시민과 함께 축제를 만들고자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였다. 6월 말부터 지원을 받아 선정된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10월 27일과 28일에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인천청년문화대제전(Hi, Youth Festival)에 전시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축제에 참여할 ‘슈퍼루키’들을 선발한 기준은 학벌도 아니고 경력도 아니며, 오직 작품이었다. 인천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청춘은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반짝반짝하고 아름답지만 막상 청춘 한가운데에서 보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자신의 바람과 주변의 기대는 번번이 부딪치고 열정과 노력만큼 결실이 돌아오지 않는 일도 많다. 자기 능력이 아무리 높아도 능력대로 펼칠 무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천청년문화대제전은 청년 아티스트들에게 마음껏 끼와 역량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 준 축제인 것 같다.
28일 일요일은 날씨가 많이 춥기도 하고 비가 오다 그쳤기 때문에 야외 전시와 공연을 모두실내로 옮겼다. 옮긴 과정에서 공연 시간이 조금씩 변경되었기에 나는 천천히 실내에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트라이보울 2층 전시장 입구에는 관람객을 위한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다. 푸른색의 몽환적인 포토존으로 겨울과 어울렸다. 포토존 우측에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얀 블록이 서 있었다. 비치되어 있는 색연필 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는데, 이미 알록달록한 방명록들로 가득 차 있었다.‘춤추는 스케치북’이라는 주제로 전시된 그림 작품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만들었던 목수 제페토처럼 작가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작품들이 이 공간을 생명력 넘치게 만들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어느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전시하느냐에 따라 빛을 달리하는데, 각자 제자리에 꼭 맞게 빛나고 있었다. 굳이 설명을 읽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어떤 고민에 대한 작품이 많다고 느껴졌다.
사실 영상이 눈에 확 들어왔다. ‘콩나무의 일기장’이라는 주제로 영상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주로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사람들이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과 고민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영상은 ‘신선한 생각가게’(최강석 작가)의 0.04 지코(Zico)였다.나와 같은 나이의 연예인을 보면 왠지 열등감이나 자괴감이 든다. 유명한 아티스트인 지코의 인생이 1이라면 내 인생은 0.04 지코 정도 되지 않을까? 모든 인생이 각자 다르다 해도 왠지 비교되고 불안하다. 아마 세상에는 이처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하며 불안해하는 마음도 어쩌면 자신을 좋아해서 생긴 것은 아닐까? 많은 청년들이 느끼고 공감할 만하다. ‘잘 될 거야’ 또는 ‘힘내’라는 말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위안을 느낀다. 이 영상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오후에 내가 본 공연은 철새들의 겨울나기였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하는 철새들의 모습은 정착하기 어려운 신진 공연예술가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공연 입간판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첫 라인업은 포크스푼이라는 밴드였다. 제3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예술상을 받았으며 ‘사람들’이라는 곡을 부른 팀이다. 포크스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포크하고 펑키한 음악들이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세션과 보컬이 함께 안무를 간단하게 했는데, 보고 듣기에도 즐거운 무대였다. 세상 사람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는 MR과 악기를 함께 사용하여 크로스 오버 음악을 하는 메리플레인의 공연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자신들만의 느낌으로 불러 메리플레인을 처음 보는 관객도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메리플레인의 ‘생각이 나서’라는 곡은 한 번만 듣고도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후렴구가 쉬워서 좋았다. 청년 아티스트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받은 관객들의 얼굴은 조명이 없어도 즐거움으로 빛났다.
2018 인천청년문화대제전 ‘하이 유스 페스티벌’은 작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청년 아티스트들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많이 발견할 때면 어쩐지 늘 마음 한구석이 짠하고 따뜻해진다. 취업을 준비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된 부분이 있다. 경력자만 뽑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 대체 처음 취업하는 사람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고 와야 취직할 수 있느냐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술도 똑같다. 유명하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너무나 많다. 사람들은 계속 태어나고 자라며 새로운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탄생한다. 날 때부터 멋지고 유명한 예술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어떤 유명인이든 그들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첫 무대들이 있었을 것이다. 새싹을 발견하고 꽃을 틔울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 주는 모든 기회들 덕분에 철새 같은 청년 아티스트들도 어딘가 자리를 잡고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무대 없는 아티스트들에게. Hi, Youth!
글·사진 /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