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1876~1949)는 일제강점 36년간의 식민지를 벗어나는데 가장 크게 공헌한 독립운동가이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사건에서 시작된 백범의 항일 구국운동은 상해 임정을 거쳐 광복군 결성과 대일 선전포고 등 파란만장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백범일지」는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러한 저자의 삶을 스스로 기록한 자서전이다. 이 책은 맨 앞부분의 사진 화보와 상권 ․ 하권, 마지막 나의소원 등 크게 네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상권과 하권이 내용의 중심을 이루는데, 상권은 저자가 두 아들에게 주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하권은 임정이 중국 중경에 있을 무렵 쓴 글로 1930년대 이후 독립운동을 뒤돌아보는 내용이다.
광복 2년 뒤인 1947년 초판이 발행된 이 책은 발행 1년 만에 3판을 찍었을 만큼 많이 읽힌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또한 백범은 광복 후 전국을 다니며 과거 독립운동을 같이 한 사람이나 지인에게 이 책에 친필 서명을 해서 증정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1949년 백범이 김기한(金基漢)이란 사람에게 준 친필서명본이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김기한이란 인물은 1919년 만주에서 결성된 대한독립단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백범일지」 친필 원고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 친필 서명본 「백범일지」도 매우 드문 희귀본이다. 백범은 인천에서 두 번의 투옥 경험이 있어 인천과도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인천에 있는 유일한 백범의 친필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 함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