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트리오, 살롱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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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 2018 트라이보울 시리즈 <피아노를 위한 큐레이션, 피아노 위크 2018>

찌는 듯한 더위에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곳들이 많다고 한다. 여의도 강남 등 직장인들의 근무지에서는 더위에 잠을 설친 사람들에게 잠시 단잠을 제공하는 수면 카페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근처의 가성비가 좋은 부티크 호텔 등에서 에어컨을 틀며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여전히 대단히 더운 밤을 자랑하던 요 며칠 전 인천 송도의 밤에는 꽤 많은 사람이 실내악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 앉았다.

국제도시 송도의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이미연과 함께하는 피아노를 위한 큐레이션 <피아노 위크 2018(Curation for Piano – Piano week in 2018)>은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총 5일에 걸쳐 진행되었고, 25일 밤 공연장을 찾았다. 루트비히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L.v. Beethoven Piano trio in cminor Op.1 No.3)와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망각(A. Piazzolla Oblivion ), 사계(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가 연주되었다.

특히 사계 하면, 비발디의 사계만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게 피아졸라의 사계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냥 사계가 아니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란 어떤 느낌일까, 탱고의 전설이라는 피아졸라가 작곡한 사계란 자유로운 탱고의 몸짓을 재현한 것일까?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사계는 연주되는 30여 분의 시간 동안 계속하여 다른 느낌을 생산해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트리오는 마치 악기들의 대화와도 같았다. 한 악기가 이야기하면 뒤를 이어 다른 악기들이 답했고, 그들은 같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며 따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느낌은 달랐다. 숱한 작곡가들이 관현악을 작곡하다가 실내악을 작곡하게 되면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했는데, 이들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웅장함은 없지만, 세 가지의 악기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소리에서 더욱 깊은 우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마음을 열고 내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과 같았다. 어떤 악장에서는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고, 뒤이은 악장에서는 경쾌한 느낌에 흥겨워지기도 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는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내며, 때로는 웅장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본래 실내악이란 귀족들이 식사하거나 모임을 할 때 배경음악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 그리고 귀족들이 모여서 실내악을 열고, 문학과 예술에 대하여 논하던 곳이 살롱이었다. 살롱에서의 연주는 연주 중간에 해설과 덧붙여져 다가가기 어렵지 않았고, 한 여름밤 시원한 원형의 공간에서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를 듣는 것은 왠지 모를 사치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이번 피아노 트리오는 ‘2018 트라이보울 클래식 시리즈’로 인천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의 일환이다. 문화가 있는 날은 생활 속 문화, 행복한 일상을 컨셉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영화관을 비롯하여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전국의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번 피아노위크,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가 열린 송도 트라이보울(Tribowl, Songdo International City)는 원형극장(Arena Stage) 형태의 공연장 및 전시실을 보유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공연과 전시, 문화예술 교육 및 국제교류사업 운영을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과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세계최초로 지어진 역쉘 구조의 건축물은 주변의 수변 경관과 어우러져 특별한 외견을 가지고 있다. 한여름 밤에 이토록 아름다운 장소에서 함께하는 피아노 트리오의 실내악 공연은 충분히 낭만적이고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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