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걸스>와 벌이는 흥미진진한 공연 열전
‘열전(熱戰)’이란 말은 온갖 재주와 힘을 들여 맹렬히 싸우는 싸움이나 경기를 말한다. 그렇다면 ‘배우열전’이라 하면 재능과 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이 벌이는 연기 대결이라는 것일까?
그렇다. 인천시립극단 배우들이 불꽃 튀는 공연 대결을 준비했다. 제작부터 연기까지 공연의 모든 과정을 배우들 스스로 준비한 두 공연을 통해 관객몰이 열전을 벌인 것. 그 흥미진진한 열전의 한 팀인 <재주 많은 삼형제>를 만나봤다.
지난 7월 8일 송도 트라이볼에서 인천시립극단 기획공연 배우열전 <재주 많은 삼형제>가 공연됐다. <재주 많은 삼형제>는 이번 기획 배우열전에서 준비한 두 공연 중 하나로 극단의 배우들이 연기하고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배우들의 열정은 물론이고 그들의 예술세계를 엿볼 특별한 기회인 것이다.
관람료가 무료였던 이번 공연은 티켓오픈이 되자마자 조기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공연 15분 전 재즈밴드 ‘아나퀘스트(Anaquest)’의 연주가 시작되면서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고조됐다. 아나퀘스트의 유려한 재즈 선율에 맞춰 보컬 권단비 씨가 우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른 ‘플라이 투 더 문(Fly to the moon)’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허참봉의 세 아들이 이웃마을 이 대감의 딸과 혼인하기 위해 서로의 재주를 겨루는 내용의 <재주 많은 삼형제>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대극이었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보다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하늘은 감동하고 복을 준다는 지극히 고전적인 교훈이 강하게 전달됐다.
단조로운 연기는 자칫하면 관객들을 지루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염려를 <재주 많은 삼형제>는 공연 중간에 재즈밴드의 연주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것으로 덜어냈다. 또한 관객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며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도 공연의 단조로움을 완화했다.
반면 무대 위의 소품은 단조로웠다. 3개의 나무상자와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무대 연출을 부족함 없이 채웠다. 특히 의자나 책상이 됐다가도 금세 배로도 변하는 나무상자의 활용연출은 소규모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였다.
배우열전의 또 다른 공연인 <헤비메탈 걸스>는 정리해고 대상인 네 명의 여자들이 회사 사장의 취미인 헤비메탈을 배우는 과정을 유쾌 발랄하게 풀어낸 내용으로 지난 7월 13일부터 3일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재주 많은 삼형제>와 연이어 공연됐다.
답답하고 녹록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시원하고 통쾌한 헤비메탈 음악과 함께 노래 부르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던 <헤비메탈 걸스>는 <재주 많은 삼형제>와는 또 다른 매력과 재미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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