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소설은 대개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출판 풍습이었다. 신문이나 잡지는 출판 자본이 열악했던 당시 문단의 거의 유일한 작품 발표 지면이었는데, 신문사 · 잡지사가 문학 작품을 실었던 이유는 독자 획득/배가를 위함이었다. 신문잡지 연재를 거쳐 나온 문학 단행본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판매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소설)을 좋아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사람들은 처음 발표된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애독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문학관 소장품은 당시 독자들의 소설에 대한 독특한 애정과 욕심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광수가 1931년 6월 26일부터 1932년 4월 3일까지 총 178회에 걸쳐 연재한 장편 역사소설 이순신이다. 작가 춘원은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군상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삼봉이네 집 연재를 마친 뒤였다. <동아일보>는 충무공의 묘지 문제 등 이순신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표명하는데, 1930년 5월 편집국장 이광수로 하여금 충무공 이순신 유적지 순례에 나서게 한다. 이순신은 이러한 취재 여행을 거쳐 탄생한 작품으로 발표 이후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한국근대문학관이 소장한 것은 <동아일보> 연재를 스크랩한 이순신이다. 보통 신문연재소설 스크랩은 연재분이 가로로 긴 만큼 B4 정도 크기의 스케치북 등에 오려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문학관 소장본은 일반 단행본 크기이다. 가로로 긴 소설을 스크랩북에 맞춰 오려 붙인 것이다. 본문만 74장 144쪽으로 된 이 자료는 매 쪽 양면에 소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소설을 빈 스크랩북에 담기 위해 소설이 연재된 신문을 여러 조각으로 오려 붙였는데, 여러 조각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질서정연하고 깔끔한 것은 독자의 정성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한국근대문학관 학예 연구사 함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