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먼 곳을 향한 욕망 – 청라 시티타워역 희망탑

0
image_pdfimage_print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몇 달 정도 시간이 지나긴 했습니다만,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이사 철이면 이사차량이 매일 드나듭니다. 이런 광경은 제게 무척 생경했습니다. 이른바 원룸촌이나 하숙집에서 살 땐 특별히 이사철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꾸준히 떠나고, 다시 그 빈자리에 누군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상적인 ‘집’의 이미지는 평온하고 따듯한 가족의 정주 공간이겠습니다만, 오늘날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집이란 언제든 삶의 필요에 따라 옮겨질 수 있는, 분명 머물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현재 어떤 주거지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답은 ‘내가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거주에 동원할 수 있느냐’이겠지만, 이외에도 많은 요소를 고려합니다. 아이들의 학교는 가까운가, 출근은 수월한가, 주변에 쇼핑할 곳이 있나, 공원이나 문화시설은 넉넉한가 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동네는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이 질문들의 끝을 약간 고쳐서 거주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학교, 직장, 쇼핑, 공원 등 편의시설에 ‘가기 편리한가?

이런 이유로 대도시의 삶에서 교통의 편리함은 삶의 편리함으로 귀결되고는 합니다. 2018년 3월, 현재 인천의 차량 등록 대수가 150만 대가 넘습니다. 인천 300만 인구를 어림잡아보면 두 명이 한 대 이상의 개인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더 곧고, 넓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도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나날이 새로운 도로가 개통되고 확장되며, 계획됩니다. 또한 대중교통에 대한 요구가 커집니다. 양적으로 늘어난 대중교통은 질적으로도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천 지하철 노선이 추가되고, 이에 맞추어 버스 노선도 조정되었습니다. 이것으로 부족하여 인천발 KTX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결과 이동의 편리함에 대해 사람들의 높아진 욕구는 도시 내부뿐만 아니라 도시 밖 임의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이렇듯 도시 내외부의 연결을 순조롭게 하도록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도시 행정가가 당연히 노력해야 하는 일이며, 자랑할 만한 일이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내세운 인천의 슬로건 ‘All ways Incheon’은 인천시민의 삶에 이동과 교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상징하며, 아울러 인천시가 이러한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신기한 것은 ‘도시’라는 단어는 공간적인 영역과 경계의 의미를 분명히 담아내는데, 정작 오늘날의 훌륭한 도시는 머물기 좋은 곳보다는 이동하기 편리한 곳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 아주 오랫동안 이동의 권리로 정부와 다투었던 곳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사업입니다. 청라국제도시 계획 당시부터 논의되었던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연장안은 개발과 분양과정에서 무수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사업성 부족으로 취소될 뻔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LH 토지 조성 원가에 지하철 7호선 건설 비용이 이미 포함되었는데, 이것은 아파트 분양 가격으로까지 영향을 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LH는 이 비용을 법적으로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하지만, 지하철 건설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것은 더는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2013년 이후에도 몇 차례 계획노선 변경과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시행되었고, 수도권매립지와 연관된 정치적 협력 등 여러 일을 거쳐야 했습니다. 비로소 2017년 12월이 되어서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였고 근 10년 만에 지하철 건설 논의를 현실화하였습니다. 물론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겠지요.

7호선 연장사업이 확정되고, 지역사회에서는 정거장 확보를 위한 무수한 방법을 동원해야만 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청라에 정거장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영하여 청라호수공원에 미디어 타워를 활용한 ‘7호선 청라 시티타워역 희망탑’을 만들었습니다. 이 희망탑에 굵게 새겨진 역명에서 시민들의 복잡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제 이곳에 ‘시티타워역’이 개통하기를 기원하는 일입니다.

7호선 청라 시티타워역 희망탑.
(출처 바로가기 ▶)

 ‘이동을 위한 도시’의 관점에 따르면 7호선 연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는 간결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7호선 연장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사이에 공항철도가 건설되자 지하철 5, 9호선 환승을 통해 청라국제도시를 비롯한 서구 지역과 서울 주요 업무지역과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5년 단위로 시행한 통계청의 ‘인구 표본조사’에서 2005년과 2015년에 집계된 통근·통학 인구수를 살펴보면 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2005년과 비교했을 때 2015년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중학생 이상 인구가 40%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아울러 인근 부천으로 통근·통학한 인구도 29%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에 인천 인구가 14%나 증가했으니, 서울과 부천에 직장과 학교가 있는 많은 사람이 인천을 주거지로 택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5년 서울과 부천으로 통근·통학하는 사람 셋 중 한 명이 인천 부평구에 거주합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부평구의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경인고속도로와 지하철 1호선이 인천과 외부지역을 연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발지 인구수 비율
중구 2,888 2.14%
동구 2,676 1.98%
남구 19,060 14.11%
연수구 9,106 6.74%
남동구 17,812 13.18%
부평구 42,575 31.51%
계양구 22,171 16.41%
서구 18,386 13.61%
강화군 422 0.31%
옹진군 3 0.00%
135,099 100.00%

200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
(출처: 200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10% 표본).
바로가기 ▶)

200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출처: 200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10% 표본)이후 2015년까지 10년간 인천은 외부지역으로 편리하게 이동하는 여러 방법이 생겼습니다. 2007년 인천국제공항철도가 김포공항역까지 개통되면서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환승 이용 할 수 있게 되었고, 2009년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이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지하철 7호선이 부평구청까지 연장 운행되었습니다. 도로교통에서는 제3경인고속화도로(330번 국도)가 2010년에, 청라IC가 2013년에 차례대로 개통되면서 인천 시내에서도 공항고속도로를 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옥철’의 원조였던 지하철 1호선 외에도 인천 바깥 지역으로 이동하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동의 선택지가 다양해지면 인천의 많은 지역에서 주거지가 새롭게 개발되었고, 결과적으로 서울과 부천으로 통근·통학하는 인천 구별 인구수가 고르게 분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2015년에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 중 4분의 1이 부평구에 여전히 거주하지만, 서구에는 20%, 남동구와 계양구에는 각각 15%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합니다. 특히 마포, 양천, 강서구 지역으로 통근·통학하는 사람들은 서구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공항철도와 공항고속도로의 존재는 인천의 여타 지역보다 서구 지역민에게 많은 이동의 기회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하철 7호선이 청라국제도시 지역민에게 가져다줄 가능성 또한 각별하게 보입니다. 작년 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평균 통근시간을 1시간 36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7호선 부평구청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 지하철운행이 약 1시간 걸립니다. 절대 짧지만은 않은 통근시간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건설의 당위성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만약 청라국제도시에서 7호선을 이용하게 되면, 일반적인 통근 거리에서도 직접 접근이 가능하고 청라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중심업무지역으로 손꼽히게 됩니다. ‘이동의 가능성’에서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출발지 인구수 비율
중구 5,322 2.78%
동구 3,172 1.66%
남구 19,978 10.44%
연수구 15,466 8.08%
남동구 30,012 15.68%
부평구 48,324 25.25%
계양구 30,303 15.83%
서구 37,596 19.64%
강화군 1,141 0.60%
옹진군 84 0.04%
191,398 100.00%

201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
(출처: 201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20% 표본).
바로가기 ▶)

  마포구 강서구 양천구
중구 413 3.05% 109 1.88% 587 4.15%
동구 204 1.51% 101 1.74% 92 0.65%
남구 1120 8.28% 553 9.54% 767 5.42%
연수구 926 6.85% 333 5.75% 692 4.89%
남동구 1775 13.12% 816 14.08% 1309 9.26%
부평구 3071 22.71% 1284 22.16% 2306 16.31%
계양구 2478 18.32% 1185 20.45% 3368 23.82%
서구 3431 25.37% 1359 23.46% 4886 34.55%
강화군 100 0.74% 54 0.93% 123 0.87%
옹진군 7 0.05% 0 0.00% 10 0.07%
13525 100.00% 5794 100.00% 14140 100.00%

201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마포구, 강서구, 양천구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
(출처: 201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20% 표본). 바로가기 ▶)

청라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에 대한 여러 비판이 존재합니다. 처음의 청사진에서 제시한 것처럼 청라가 국제업무 기능을 수행한다면, 아침마다 청라를 향해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7호선의 연장은 타 지역에서 청라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의 수요가 투영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어떤 시각에서는, 7호선 연장을 위한 오랜 시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라국제도시가 계획대로 진전되지 않자 서울에 일자리를 의존해야 하는 도시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도시도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적 규모의 도시들도 가까이에 인접한 도시와 도시권(City-Region)을 형성합니다. 모든 도시가 한 도시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해갑니다. 그것을 위해서 이동과 연결은 필수적입니다. 처음에 강조했듯이 많은 이동과 연결의 기회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그 도시에서 자신의 기회를 찾으려고 합니다. 지하철 7호선 희망탑에서 가능성을 엿보는 이유입니다.

 

글, 사진제공/ 김윤환 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김윤환 외(2016). 확장도시 인천. 마티.
존 어리(강현수·이희상 역)(2014). 모빌리티. 아카넷
국가통계포털(바로가기 ▶) 인구총조사
Igor Calzada(2015). Benchmarking future city-regions beyond nation-states. RSRS. 2(1)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