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일상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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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북 의성군에 있는 사찰 고운사에 컬링 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자컬링 대표팀과 남자팀 주장, 코치 등은 동그랗게 앉아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습니다. 여자컬링 ‘팀 킴’의 막내 김초희는 ‘행복한’과 ‘허전한’이 적힌 감정 카드를 손에 쥐고 내보이지 않았던 속마음을 풀어냅니다. 컬링 대표팀은 2013년부터 이곳 고운사에서 ‘멘탈 코칭’ 과정을 실행했습니다. 멘탈 코칭은 선수가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활약의 숨은 비결이 이런 명상 훈련에서 나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대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죠. 스트레스를 잡는 만병통치약으로 명상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명상이 심리적 안정을 주고 정신건강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제 상황과 사회적 조건 등의 외부 요인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통제력을 찾는 유용한 방법이라는 거죠.

명상을 위한 스마트폰 앱이 각광 받고, 학교는 명상숲을 조성하고 기업체는 명상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이 유행의 뒷면에는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알고 싶다는 욕구, 일상이 좀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욕망이 숨어있습니다.

차드 멍 탄(Chade-Meng Tan)은 명상계(?)에서 주목받는 사람입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초기 구글의 모바일 검색엔진 개발을 주도했죠.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마음챙김 명상을 알게 됐고, 스탠퍼드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 선승들을 불러 명상에 기반한 감성지능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구글 직원들의 교육으로 사용됐는데 이것이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도 유용하게 활용되며 직원들은 이전보다 감정조절이 쉬워지고 더 행복해졌으며 자신감이 높아지고, 인간관계가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차드 멍 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2012년, 알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는 회사를 나와 전문 명상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문학적 관점에서 일상과 명상을 바라보는 책으로는 로버트 피어시그의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2010년, 문학과지성사)이 있습니다. 오토바이에 아들을 태우고 미국을 횡단한 경험을 내면의 탐구와 참선, 오토바이 정비 이야기에 담은 책입니다. 피어시그는 참선과 오토바이 정비 기술이 기본적으로 같으며, 단순한 기술을 익힘으로써 본질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음을 잘 관리하면 삶이라는 긴 여정을 쉽게 여행할 수 있다는 거죠.

로버트 피어시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주한미군으로 근무 중 우연히 들른 한국의 사찰에서 그는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주말마다 절을 찾고, 제대 후에는 촉망받던 과학자의 길을 포기한 채 인도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합니다. 9세에 아이큐 170을 기록한 수재, 몬태나 주립대학에서 영작문 교수를 하던 그가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퇴원하기까지의 삶을 어떤 식으로 소설에 담았을지 궁금하네요.

교육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지난달 강원 인제군 어론초등학교와 춘천 창촌중학교에서 명상 숲을 조성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전북 김제시는 1억2천만 원을 투입해 관내 2개 학교(청하중·용동초)에 배롱나무 등 37종, 7354그루를 심고 편의시설을 설치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자연 학습공간을 마련하고 지역주민에게 녹색 쉼터를 제공하는 목적입니다. 2010년부터 명상 숲을 추진해온 시는 올해 말까지 13개 학교에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초·중 교사 88명을 대상으로 교육명상 프로그램을 시행합니다. 명상의 종류와 특징, 필요성 등을 이해하고 호흡 및 단계별 실습을 통한 교육명상을 안내합니다. 호흡명상, 음악명상, 향기명상, 요가명상, 춤명상 등을 체험한 뒤, 학급별 명상수업지도안 작성 및 수업 적용 사례, 명상 관련 독서토론 등으로 현장 적용 방법을 고민합니다. 송민영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교육명상이 수업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나아가 행복한 교실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네요.

명상이 심리적 효과뿐 아니라 뇌 기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강도형 교수 연구팀은 명상 수련이 만성 통증은 물론 우울증 등 정신 질환, 건선 등 면역계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평균 3년 정도 수련한 명상 경험자에게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 명상 경험이 없는 일반인과의 차이를 관찰했습니다. 명상 수련을 받은 사람 35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 33명의 뇌 영상을 촬영, 비교했죠.

MRI 영상 분석 결과 명상 수련자의 뇌가 일반인보다 뇌섬엽, 시상, 미상핵, 전두엽, 상측두엽 간의 상호 연결성이 발달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들 뇌 영역은 감각 인식, 감정 조절, 집중력, 실행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번 연구로 뇌 영역 간의 정보전달이 명상 수련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강 교수는 “경험적으로만 알려졌던 명상의 효과를 뇌를 관찰함으로써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면서 “일반인뿐 아니라 특정 뇌 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대상으로 명상 수련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개인의 취향이나 종교의 의미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증명하면서 상업적인 제품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돔 모양의 명상팟 ‘SomaDome’에는 LED 컬러테라피, 가이드 명상, 특정 뇌파를 이용한 릴랙스 기능 등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돔안으로 들어가 명상 종류를 선택하고 기기에서 들리는 소리와 3차원 공간에 몸을 맡깁니다. 개발사는 이 기기가 혈압을 낮추고, 불안과 우울, 불면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SomaDome’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도심의 명상센터나 고급 스파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데 20분에 우리 돈 32,000원~64,0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 타임’이라는 명상단체는 올해 초부터 명상버스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뉴욕에 처음 등장한 이동형 명상스튜디오는 유명 건축가와 조명업체가 시끄러운 뉴욕의 도로에서도 편안하게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독특하게 마감한 내벽과 시시각각 변하는 1만5천여 개의 LED 조명, 방음벽과 오디오를 비롯해 아로마 치료법 기능까지 세심하게 제작됐습니다.

‘비 타임’ 대표 칼라 해먼드는 명상버스를 ‘고요한 우주선’에 빗대며 바쁘게 살아가는 뉴욕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네요.

하루 1분씩만 명상해도 삶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단 1분의 명상으로도 피로 해소와 마음 비우기, 삶의 충만감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약 10분 이상 몰입해야 두뇌에서 효과가 나타납니다. 생각을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의 산소 소비량이 줄면서 뇌 전체가 깊은 휴식을 경험하게 되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날려줄 명상,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 명상하기 좋은 장소를 선택한다
소음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장시간 앉아있어도 불편하지 않게 두꺼운 방석을 깝니다.

2. 가부좌를 튼다
양다리를 허벅지 위에 올린 결가부좌(結跏趺坐) 상태로 앉습니다. 다리를 허벅지 위에 올리기 어려운 사람은 한쪽 다리만 올려도 좋습니다. 이조차 힘든 사람은 무릎을 꿇고 앉는 정좌(正坐) 자세를 합니다.

3. 두 손을 단전에 놓는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꼽 아래 단전 쪽에 놓습니다. 왼손과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서로 맞닿게 한 다음 동그랗게 만듭니다.

4. 허리를 펴고 턱이 빠져나오지 않게 한다
명상하는 동안 몸이 기울어지면 안 됩니다. 앞으로 구부러지거나 뒤로 젖혀져서도 안 됩니다. 척추를 바로 세우고 허리를 앞으로 내미는 느낌으로 균형을 잡아줍니다.

5. 온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미소를 띤다
얼굴, 손, 어깨 등 온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취합니다. 입에는 가벼운 미소를 띠고 온화한 표정을 짓습니다.

6. 한 점을 응시한다
팔을 앞으로 뻗어 닿은 지점으로부터 10cm 더 떨어진 곳에 마음속으로 점을 그려놓고 응시합니다. 흰 종이에 까만 점을 그린 ‘집중 표’를 만들어 그것을 바라봐도 좋습니다. 명상할 때에는 눈을 감으면 안 됩니다. 눈을 감으면 졸음이 오고, 온갖 잡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배로 호흡한다
가장 좋은 호흡법은 복식(腹式)호흡입니다. 배로 숨을 쉰다는 뜻이죠. 바른 자세에서 숨을 들이쉬면서 배를 볼록하게 만들고, 숨을 내뱉으면서 배를 오므립니다. 처음에는 들숨 5초, 날숨 5초 정도가 적당합니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천천히 호흡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몰입하게 됩니다. 30초 동안 들이마시고 30초 동안 내뱉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나는 누구인가?” 명상의 고전 뭐가 있나
    경향신문, 2018.6.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명상 수련, 뇌기능 향상에 효과”
    헤럴드경제, 2018.6.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명상붐에 덩달아 명상보조 기기 개발도 붐업
    불광미디어, 2018.1.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뉴욕 도심 달리는 명상버스
    BTN뉴스, 2018.4.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명상의 대가에게 배우는 실용명상법
    하이닥, 2018.4.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날리는 초간단 명상법
    중앙일보, 2018.3.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이미지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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