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음악도시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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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문화특화지역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부평문화재단 주관 하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국비 포함 총 37억 5천만 원을 투입하여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을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인천광역시와 부평구가 주최한다. 본 사업은 부평아트센터를 비롯해 부평아트하우스, 부평 3동 유휴 공간, 굴포천 복개 지역 주변, 캠프마켓을 거점으로 하여 음악을 중심으로 시각, 마을공동체, 생활문화, 아카이브 5개 분야의 생산, 연구, 지원, 소비 기능이 융합된 선순환된 문화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부평에서 추구하는 문화도시는 1980년대 문화와 예술이 활성화된 도시를 일컫는 기존의 개념에서 확장되어 1990년대 창조도시, 2000년대 공유도시를 거쳐 현대에서 강조하는 ‘문화 창조 공유도시’의 개념을 가진다. 문화예술인과 주민 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공감대 형성을 위한 소통과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정보의 공유와 사업 계획의 전반을 함께 고민하며 문화예술이 누구에게나 공유되고 향유될 수 있는 문화도시를 꿈꾼다.

 부평, 왜 음악도시인가?
왜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도시인지 그 당위성을 묻는 이들이 많다. 부평은 조선 최대 군수공장이었던 부평 조병창에서 해방 후 미군의 주둔지 애스캄시티(ASCOM City: Army Service Command City), 1973년 이후부터는 캠프마켓(Camp Market)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한국으로 들어오는 미군들이 반드시 거치는 곳이었다. 부평 전체의 30%나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였던 캠프 마켓은 미군들이 자대 배치를 대기하기도 했고, 각지에 위치한 미군부대의 물자를 조달,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 덕분에 미국에서 갓 넘어온 세계 유명한 팝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최신 악기, LP판 등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캠프 마켓 영내에는 12개의 미군 클럽이 있었고, 영외에는 신촌 일대에 23개 민간인 클럽이 영업을 했다. 재즈, 블루스, 팝, 로큰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팝송 번안과 통기타, 댄스, 발라드, 힙합 등을 거치면서 지금의 ‘K-pop’을 생성한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었다. 클럽에서 연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음악인들이 모이게 되면서 부평 출신 가수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배호, 현미, 한명숙, 국내 1세대 록 가수인 신중현 등이 부평 미8군 클럽에서 활동했고, 신지, 최성수, 구창모 등의 스타들의 고향도 부평이다.

부평 주민과 함께 걷는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의 다양한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고민해 온 부평구문화재단 박옥진 대표이사는 부평이 음악도시,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창의인력이 모이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음악 산업을 꽃피우는 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부평구문화재단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업의 추진을 위해 2016년 2월 부평구문화재단에 문화도시사업팀이 신설되었고, 음악 중심의 문화도시를 구축하는 만큼 오랜 기간 음악,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해온 기획자들로 구성되었다. 생생한 현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작업하며 쌓아 온 노하우를 가감 없이 발휘하여 부평이 음악도시로 변화하는 데 민·관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다. 사업 선정이 확정된 2015년, 부평구문화재단의 주최로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총 4회에 걸쳐 ‘2015 부평문화포럼 – 새로운 변화의 시작, 문화도시 부평’이 진행되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사전 준비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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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화도시 사업의 정책방향 및 사례’를 주제로 부평에서 진행될 문화도시 추진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의 이슈와 전략적 사업 추진의 중요성이 제안되었고, 두 번째, ‘문화도시의 자생적 운영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부평 문화도시의 자생적 운영과 지속성을 위한 가치와 철학, 생태계 조성, 도시공간과 문화 계획의 통합적 접근, 민관협력, 시민참여,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주요 논의 점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세 번째 포럼의 주제로는 ‘왜 부평 음악·융합도시인가?’를 중심으로 부평 문화도시의 비전에 대한 검토와 부평의 문화예술 자원인 풍물대축제, 미군부대의 대중음악 역사를 융합하여 현재의 부평 음악문화로 만들고자 하는 방향성과 과정에 대해 논의하였다. 지역 정체성, 음악 관련 사업의 형태, 시민의 음악 활동 등이 결합되어 부평의 음악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문화도시 부평의 미래’를 주제로 문화특화지역 사업이 제시하는 문화도시 브랜드에 대한 시각과 부평 문화도시 전략 수립의 중요성에 대해 제시되었다. 부평의 문화도시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는 부평 시민의 생활문화를 간과하지 말아야 함을, 누구나 인정, 상상, 참여할 수 있는 부평만의 방법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부평구문화재단은 국내에 아직 성공사례가 없는 음악 중심 문화도시로서 의미 있는 사례로 성장하기 위해 국내 음악도시 사례 지역을 방문, 연구해왔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사례가 되고 있는 가평, K-pop 클러스터 조성 및 음악극 축제가 자리 잡은 의정부, 음악창의도시 통영 등의 사례를 통해 문화도시 조성 시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검토하며, 도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사전 준비 시간은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부평을 함께 논의하는 장으로서 민·관이 협의를 통해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부평 음악도시,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치다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은 행정 주도하에 추진, 실행되었던 기존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Top-Down 방식을 벗어나 Bottom-up 방식을 채택했다. 조성된 도시 속에서 실제로 살을 부대끼며 살아갈 주민과 문화예술인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함이다. 많은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조율하는 과정들이 쉽진 않겠지만 5년 뒤 사업의 결과를 보았을 때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문화도시로의 성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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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굴포천 및 미군부대 주변 도시재생 총괄기획을 겸하고 있는 황순우 총괄기획가를 중심으로 음악, 시각, 마을공동체, 생활문화, 아카이브 전문가들을 워킹그룹으로 구성되었다. 워킹그룹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문화예술인 및 유관기관 관계자,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 수렴하는 역할을 가진다. 각 분야에 특화된 주제를 논의하며 부평에 실제로 필요하고 어울리는 음악·융합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방법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음악 분야는 정유천 회장((사)라이브음악발전협회)과 유세움 대표(문화공작소 세움)가 참여하고, 시각분야에 이승희 사무국장(부평미술인회), 마을공동체 분야에 이연옥 작가(부평예술인회), 아카이브 분야에 서은미 대표(시티인천)가 참여한다. 특히 아카이브 분야는 그동안 깊이 있게 조명되지 못 했던 부평의 음악적인 역사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사라져가는 도시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고취시키고, 수집 관리한 도시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컨텐츠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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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그룹을 통해 수렴된 의견은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로 발전하여 실무회의를 거쳐 논의되고 추진 협의체 의결을 통해 실행된다. 실무회의는 인천광역시와 부평구청, 부평구문화재단으로 구성되어 수렴된 아이디어를 최대한 구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방안을 검토한다. 주민의 생활문화, 지역적 특성, 경제 기반, 관련 법안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바라보며 최적의 방향과 방법으로 도시에 적용되어 많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가깝게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고민과 논의가 진행된다. 선정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는 의견을 제시한 문화예술인 및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부평이 음악도시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에 적합한 ‘지역성’ 발굴과 자발적인 참여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자생성’과 ‘전문성’을 가장 중심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도시, 그 출발선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올해는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이 시작되는 첫 번째 해로 부평구문화재단 주관으로 지난 6월 9일 ‘부평 음악·융합도시 포럼 – 음악 중심의 문화도시를 열어가는 부평’이 진행되었고, 10월 14~15일 ‘부평밴드페스티벌’ 개최와 공모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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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을 통해 부평은 고유의 역사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하여 타 지역 음악 도시와는 달리 유의미한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문화도시의 정책 수립 방향과 내용 등 발생될 수 있는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제안이 제시, 논의되었다. 홍대 앞 문화 변화 과정에 비추어 부평이 음악 중심 문화도시를 추진할 때 ‘지역성’과 ‘자생성’에 좀 더 주목할 것을 제안,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홍보와 유통 플랫폼의 고려, 지역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함이 강조되었다.

음악도시 부평의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해 오며 2015년 개최된 ‘부평밴드페스티벌’은 올해 부평 음악의 요지였던 미군부대에서 열린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하여 음악의 집중도를 높이고, 클럽이 성행했던 시대를 추억하며 누구나 편안하게 즐기고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한다. 공모사업으로는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에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이 예정되어있다.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은 시작의 단계이다. 부평이 지닌 문화예술 자원과 역사로부터 어떻게 부평의 매력을 살리고 구조화할 것인지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반환되는 60만㎡ 규모의 부평미군부대 부지와 개발이 미흡했던 도시의 구석구석이 음악과 휴식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일상적 삶에 부평의 음악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음악 산업의 과도한 서울 집중을 극복하고, 침체기를 맞은 한국 인디음악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부평 음악융합도시가 ‘음악을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창출’의 성공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박재은 / (재)인천광역시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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