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무한도전’이 종영했습니다. 13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무한도전’은 예능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예능의 재미뿐 아니라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중에서도 기부는 획기적이었습니다. 출연진이 십시일반 기부하는 방식이 아닌 프로그램의 연결을 통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꾸준히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단발성이 아닌 시청자와 함께하는 지속적인 방법을 선택했어요.
달력을 비롯해 다이어리, 볼펜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었고 판매금은 모두 기부했습니다. 2008년부터 달력을 제작했는데 달력 판매일이 되면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품절 사태가 일어나는 등 파급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원가의 몇 배 이상으로 ‘중고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죠.
‘웨딩버스’ 특집도 있습니다. 하하의 결혼을 앞두고 멤버들은 결혼식 축의금을 얼마나 낼 것인지 게임을 했습니다. 유재석의 최종 숫자는 6,580이었는데 이 숫자는 화폐 단위가 아닌 쌀의 무게를 나타내는 킬로그램이었습니다. 유재석은 쌀 6.5톤을 기부했고, 축의금이 아닌 쌀 기부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알렸습니다.
벼농사 특집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부지 선정부터 모내기, 벼 수확까지 1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였습니다. 멤버들이 땀 흘려 거둔 ‘뭥미’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죠. ‘기부가 좋다’ 특집을 방영했고 ‘무도 가요제’ 발매 음원과 공연 수익금도 사회 곳곳에 환원했습니다. 이 밖에도 크리스마스캐럴 음원, WM7 프로레슬링 대회 수익금도 모두 좋은 곳에 쓰였다고 하네요.
‘무한도전’은 어떤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가 모였고, 그것을 어디에 썼는지 정확하게 밝혔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기부한 총금액은 63억여 원이라고 합니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무한도전이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부다. 그전까지는 기부가 문화로 직결되지 않았지만, 무한도전 이후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예능의 좋은 기능을 잘 보여 줬다”고 말했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돈 많이 쓰는 착한 스타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tvN ‘명단공개 2017’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진 내용인데요, 김연아는 2007년부터 꾸준히 기부했다고 합니다. 공식 기부 내역만 50여 개, 최연소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기부를 실천했습니다. 방송은 2015년 기준 김연아의 기부 누적금액이 30억 원 이상이라고 소개했는데 비공식 기부까지 더하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프로그램 진행자는 팬들도 김연아의 이름으로 기부 활동에 동참하며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컬투’ 정찬우는 지난달 17일 인스타그램에 ‘기부스’를 통해 4년간 기부한 이력을 알렸습니다.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이젠 좀 알려야겠다. 알려야 기부가 늘더라”라고 공개 이유를 밝혔어요. ‘기부스’는 2014년 10월, 즐거운 기부 문화 조성을 목표로 만든 국내 최초 기부 전문 팟캐스트입니다. 출연자가 원하는 걸 마음껏 홍보하고 홍보비 대신 현금이나 물품, 재능 등을 기부하는 포맷이죠.
현재 방송은 기획을 맡은 컬투 정찬우와 기부 아이콘인 가수 션, 서울 마포에서 고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천경희씨, 다양한 방송에서 활약하는 이재국 방송작가, 종합편성채널 패널로 유명한 박지훈 변호사,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 이용수 등 총 6명이 맡고 있는데요, 정찬우 측 관계자는 “그동안 ‘기부스’를 통해 사회취약계층에 기부한 액수가 물건과 현금을 합해 30억 정도”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SK 와이번스 좌완투수 김광현의 머리카락 기부 소식입니다. 김광현은 2016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치료를 했습니다. 재활 기간 동안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해 머리를 길렀고 “첫 등판을 마치고 자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장발로 시즌 첫 선발등판 투수로 나선 김광현은 경기 후 인천 송도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자른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에 쓰입니다.
모발기부에서 중요한 것은 머리를 자연 상태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염색이나 파마를 했을 경우 가발 가공과정에서 머리카락이 쉽게 손상돼 기부가 어렵습니다. 머리카락 길이도 최소 25센티미터를 넘어야 한다고 하네요. 기부자가 머리카락을 소아암협회나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으로 보내면 가발 제조업체를 거쳐 소아암 환자를 돕는 ‘항암 가발’이 탄생합니다. 머리카락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가발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략 200여 명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김광현 선수의 머리카락 기부는 미국 프로야구 데이비드 오티즈의 ‘수염 기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2013년 월드시리즈 MVP에 오른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티즈는 덥수룩하던 수염을 깎아 사인이 담긴 면도기와 함께 경매에 내놨습니다. 당시 그의 수염과 면도기는 약 1,100만 원에 낙찰됐고 경매 수익은 전립선암과 고환암 예방을 위한 자선단체에 전달됐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관내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기부캠페인 ‘아트레인(ARTra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트레인은 예술(Art)과 열차(Train), 예술(Art)과 비(Rain)의 합성어이자 중의어로, 기부자와 수혜자를 열차 차량처럼 연결하고, 문화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의 단비를 내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부금 사업은 기부금 사용범위를 재단에 일임하는 순수 기부와 특정 사업을 기부하는 조건부 기부로 나뉩니다. 순수 기부의 경우, 재단 내부 공모를 통해 3개(희곡낭독, 인천청소년 역사문화, 아트플랫폼 시민참여 프로그램) 사업을 선정, 기존 공모사업으로 다가가기 어려웠던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트레인(ARTrain)’은 현재 200여 명의 개인 및 법인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분야의 주체와 함께 문화예술기부 활성화를 위한 협업 구조를 이어갑니다. 또한, 지역 내외 기업과 연계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사회공헌 모델을 강구하는 파트너십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인천문화통신 3.0’도 ‘인천의 기부자를 만나다’ 코너를 통해 꾸준히 따듯한 마음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기부 참여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2011년 36.4%를 시작으로 2015년 29.9%, 지난해에는 26.7%까지 떨어졌습니다. 기부 참여 하락률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유독 속도가 빠릅니다.
지난해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1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구촌 기부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중하위권인 75위를 차지했습니다(기부지수 순위는 CAF가 지난 1개월 사이에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 기부 경험, 자원봉사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집계해 지수를 산출, 발표합니다). 2012년에는 45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매번 하락하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라고 하네요.
독일의 회사원들은 매달 급여의 약 7%를 사회에 환원합니다. 수익의 일정액을 자신이 희망하는 시민사회단체에 기부함으로써 단체가 건강한 목소리를 내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거죠. 이런 후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 단체는 시민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합니다.
앞선 통계에서 보듯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제 사정에 기부와 후원이 널뛰기하는 기부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의 실천도 중요한 부분이겠죠. 건강한 사회가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듭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1. 스포츠 얼룩, 기부로 지우자
서울경제, 2018.3.2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63억원 기부” ‘무한도전’의 사회·경제적 가치
일간스포츠, 2018.3.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기부캠페인 ‘아트레인’ 운영
세계뉴스통신, 2018.4.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김광현, 승리 뒤 긴머리 싹둑 소아암 환자 위해 기부
한국일보, 2018.3.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김연아, 돈 많이 쓰는 착한 스타 1위
헤럴드경제, 2017.9.1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기부문화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충청타임즈, 2017.11.2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보람 느껴” ‘기부스’ 정찬우 사단, 4년간 30억 기부했다
OSEN, 2018.4.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