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이야기 짓기, 혹은 창작을 말합니다. 디지털 혁명으로 기술 발전이 급속화되고 가상세계로 이야기 공간이 확장되면서 스토리텔링은 문화산업의 주요 도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모든 디지털콘텐츠에 ‘스토리’는 필수요소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신화와 전설, 문학에서부터 게임, 광고, 문화유산, 스포츠 등 다방면으로 확장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사회의 새로운 역동으로 자리 잡고 있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화제가 됐던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들은 뛰어난 경기력에 ‘마늘소녀 스토리’로 국내외 스포츠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의성마늘 소녀’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은 대표선수 5명 중 4명이 명품 육쪽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친구 사이, 자매 사이라는 ‘선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주장 김은정과 김영미는 의성여고 동창이자 친구 사이이고, 김경애는 김영미의 동생입니다. 김선영은 김경애의 친구고요. 후보 김초희 선수만 경기도 출신이라고 하네요. 한 언론사는 ‘전설의 마늘컬링’으로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습니다. 이들 다섯 명이 모두 ‘김’씨라는 우연의 일치도 스토리텔링에 묘한 재미를 더했습니다.
1998년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리니지’는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게임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조화시켰습니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스토리와 게임을 접목한 각종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죠. 디아블로 3, 배틀그라운드, 듀랑고 등은 탄탄한 스토리를 갖춰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합니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현대 지구인이 야생으로 순간이동 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회사, 엽록포럼, 개척회의, 위원회 등 네 개의 단체가 게임의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가죠. 어느 순간 낯선 땅에 떨어진 이들에게 생존이 최우선 과제로 주어지고, 안내자 ‘K’를 따라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이동합니다. 도구를 만들어서 사냥과 채집을 하기도 하고요. ‘듀랑고’는 여기가 대체 어디고 왜 생겨났으며, 이 세계의 질서를 만드는 자는 누구인지에 관한 질문을 게임 속에 감춥니다. 게임 플레이 중 화면에 텍스트가 출력되기도 하는데 그 글을 통해 듀랑고의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례집을 새롭게 발간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사례집은 1인칭시점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피해 여성을 ‘누구누구 할머니’가 아닌 실제 이름으로 표기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우리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자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서울시는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가 할머니 시점에 묶이기보다 시대의 모순 속에서 부침을 겪으면서도 하나의 삶을 일군 인간의 이야기”로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평준화, 기능화, 고정화 된 사건이나 제품에 이야기를 더해 감성을 자극하고 간접체험을 전달합니다.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스토리를 판다는 언급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시대의 중심가치인 지식과 문화가 스토리텔링을 입은 신선한 콘텐츠로 변화하고 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 개항장 도시서사자원 활용방안’ 보고서를 통해 개항장 도시서사자원을 스토리텔링하자고 주장합니다. 인천의 이미지 향상과 지역 문화 특성화 활용에 요구된다는 거죠. 인천은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고 재창조되는 장소로 개항장 관련 서사자원이 풍부합니다.
도시서사자원은 1883년 개항부터 강제병합 된 1910년에 이르기까지 개항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인물, 건축물, 경관) 중 식민성과 근대성, 다문화성을 반영하고 있는 자원을 의미합니다. 김창수 연구위원은 “주요 서사자원은 드라마, 다큐멘터리, 웹툰, 연극, 뮤지컬 등의 문화콘텐츠와 디지털 관광, 테마거리, 게임, 캐릭터 및 엠블럼 등의 융·복합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원형 자원 총 220개 중 상위 60개 항목은 서사성, 대중성, 지역성, 활용성, 보편성을 기준으로 전문가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 결과 김구(인천감리서 등), 하상기와 김란사, 자유공원(각국공원), 차이나타운(청관), 대불호텔, 하와이 이민 등이 개항장을 대표하는 서사자원으로 선정됐습니다.
인천감리서는 김구 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일본 육군중위를 처단하고 투옥됐던 곳입니다. 하상기는 인천 부윤을 역임, 독립운동을 했다고 추정되며,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문학사를 취득하고 여성교육과 독립운동에 헌신한 아내 김란사를 적극 지원한 인물입니다.
자유공원(각국공원)은 한국 최초의 근대공원입니다. 각국의 조계지와 양관이 건설됐으며 독립운동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지니고 있죠. 차이나타운(청관)은 화교와 관련된 유무형 자원과 다국적 음식문화의 상징인 자장면이 개발된 곳이기도 합니다. 대불호텔은 한국 최초의 근대호텔로 서양식 건물에 고급침구를 갖춘 객실, 피아노가 구비된 연회장 등이 있었습니다. 경인철도 개통 후 쇠퇴해 중화루라는 음식점으로 사용되기도 했죠.
오는 6월 13일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립니다. 경기일보는 인천시장 예비 후보들이 스토리텔링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네요. 현 시장이자 재선을 노리는 유정복은 ‘트리플 크라운 발판 수성’, 박남춘은 ‘2연승 여세 몰아 인천 입성’, 김교흥은 ‘10여년 절치부심 도전장’, 부평구청장을 지낸 홍미영은 ‘5연승 불패신화’를 앞세웁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995년 37세의 나이로 김포군수 선거에 당선, 1998년 4월 시 승격으로 초대 김포시장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7대 총선에서 경기도 국회의원 61개 의석 중 초선 당선자가 됐고 18, 19대 국회의원에 연속으로 뽑혔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인천시장에 당선돼 국회의원, 장관, 광역단체장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예비후보는 19대와 20대 총선에서 2연승을 했습니다. 민주당 김교흥 예비후보는 17대 국회의원 이후 10여 년 만의 도전이고요. 홍미영 예비후보는 초대 부평구 의원 및 인천시의원, 부평구청장 등 5연승의 경력을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 자기만의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네요.
우리의 삶은 수많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동시대, 혹은 세대와 세대를 오가면서 소통하고 회자됩니다. 이야기는 생각하고, 집중하게 합니다. 또한, 상호작용하는 행위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져갈 문화행동입니다. 정보 과잉시대, 감성과 이성을 건드리는 스토리텔링은 더욱 살아날 겁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1. 감성을 파는 사회, 스토리텔링이 성공 요인
유원종,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4년 7월호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4강 신화 女컬링 “마늘소녀 아닌 팀킴으로 불러 달라”
세계일보, 2018.2.2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JTB교육그룹 SBS아카데미게임학원, ‘덕業일치’ 세미나 개최
뉴스브라이트, 2018.2.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알고 즐기면 더욱 재미있는 스토리, ‘야생의 땅: 듀랑고’의 큰 그림을 엿보다
게임포커스, 2018.3.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서울시 “스토리텔링 적용한 ‘위안부 증언’ 사례집 출판한다”
공감신문, 2018.3.2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개항장 서사자원들, 스토리텔링 위한 제반작업 필요”
인천in, 2018.2.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인천시장 예비후보들 ‘스토리텔링 선거전’
경기일보 2018.3.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 이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