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舊) 세대에 전쟁을 선포하라, 장편소설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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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는 춘원 이광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무정』의 성공이 바탕이 되어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춘원의 장편 중 유일하게 국한문으로 쓰인 작품이자, 발표 당시 폭발적인 인기와 격렬한 비판을 동시에 받은 소설이기도 하다.

일제의 강제병합 직후인 1910년대 춘원 이광수의 관심은 자유연애․결혼에 대한 주장에 있었으며, 그 핵심은 낡은 것, 즉 구세대와의 투쟁이었다. 이광수는 전작 『무정』에서 영채의 자살을 만류하는 병욱의 논리를 통해 신구세대의 갈등을 드러났다. 또한, 주인공 형식이 영채가 아닌 선형과의 결연을 선택하도록 해 당시 청년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러한 춘원의 입장은 『개척자』에서 한층 격렬해지고 대담해져, 결국 부모세대, 즉 구세대와 전쟁을 벌일 것을 노골적으로 선동한다. 이 작품은, 부모가 정해준 남자가 아닌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의 연애와 사랑,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구세대와의 갈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작가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랑을 반대하는 부모에 맞서 자살을 선택하게 하지만, 그 비극적 죽음만큼이나 자유연애․결혼에 대한 신세대의 입장과 주장은 극적 효과와 함께 정당화된다.

하지만, 당시의 양반, 유림층은 조선총독부와 작품을 연재한 신문사에 연재 중지를 위한 압력을 넣는 등 춘원과 이 작품을 크게 비판했다. 동시에 이 작품은 구도덕에 대한 반항과 자유연애․결혼에 대한 주장으로 당시 전 조선의 청년들을 열광시켰다. 이 같은 작품의 인기는 작품 연재 후 4년 만에 발행된 단행본 판매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초판 발행 후 일주일 만에 재판이, 재판 발행 후 보름 만에 3판을 찍기 때문이다. 『개척자』 일제강점기 발행 단행본은 현재 잔존 부수가 많지 않은 희귀 자료인데, 이번에 소개하는 문학관 소장본은 1922년 발행된 초판으로, 국내 유일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함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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