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도시 인천에 생기를 불어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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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작은방 <인천의 보색은 녹색>

동료들과 인천의 색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한 동료는 인천의 색깔이 회색이라고 했다. 각각의 색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드는 곳, 모여들어 그 색을 잃고 먹빛으로 변하는 곳이라고 했다. 한 동료는 인천의 색깔이 빨간 색이라고 했다. 인천의 어르신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수업에서 한 어르신이 고향을 떠나 인천에 처음 다다랐던 때를 회상하셨는데, 물이 온통 빨간 수돗물이라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동동거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단다. 그 얘기를 들으며 인천을 빨갛게 녹이 슨 공업도시의 모습으로 생각했단다.

지난주 인천아트플랫폼에는 인천의 색깔에 대해 얘기하는 연극이 있었다. 극단 작은방의 <인천의 보색은 녹색>은 전국에서 타향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도시, 전국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인천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색상환에서 정반대 편에 위치한 ‘보색’은 단순히 대비가 되는 관계임을 넘어 서로를 보완하고 더 잘 보이도록 하는 관계이다. 신재훈 연출은 ‘공업화, 산업화의 도시 인천에 생명의 녹색이 보색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텅 빈 정사각형의 무대 양 옆으로 네 명의 배우가 앉아있다. 배우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 인물이 살아온 일대기를 짧은 대사를 통해 들려준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대화나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각 순간에서의 짧은 대사들을 나열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60여년의 세월을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한다. 네 명의 가족들은 모두 옆구리에 망치를 차고 태어난다. 태어나고, 자라고, 학교에 가고, 노동을 시작한다. 노동의 순간에 배우들은 바닥을 향해 망치질을 한다. 인물들이 망치를 들고 태어나 끊임없이 망치질을 하는 모습은 공업도시이자 산업도시 인천의 소시민들에게 노동이 숙명임을 의미한다.

배경은 인천에서 태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타국에서 일을 하러 관광지에 온 조련사는 코끼리를 조련한다.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코끼리 등 위에 올라타는 것을 돕는다. 조련사는 계속해서 코끼리에게 최면을 건다. ‘온순하다, 난폭해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등에 태우고 하는 트레킹이 좋다.’는 최면을 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던 코끼리는 조련사의 말에 따라 사람들을 등에 태우지만 이내 난폭해져 조련사의 목숨을 앗아간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세 명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새 차를 사고 드라이브를 나선 가족들은 교통 단속에 걸리고, 아버지가 과거 가로수를 들이받아 내야 했던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가로수를 들이받은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기지만, 경찰서로 연행되고, 당장 돈이 없어 범칙금을 낼 수 없고, 밤새 경찰서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경찰서로 향하던 아버지는 큰 사고를 내게 된다.

연극은 산업화와 공업화로 지친 인천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도시화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잃은 녹색 자연과 병치하여 보여준다. 녹색의 자연을 훼손하고, 바다를 막아 건물을 세우는 인천의 모습처럼, 그 안을 살아가는 노동자들도 생기를 잃고 지쳐간다. 녹색 자연을 되돌리는 것은 지친 노동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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