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키워드로 보는 ‘2018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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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대한민국의 소비 흐름을 전망해온 ‘트렌드 코리아’가 2018년 10대 트렌드를 발표했습니다. 

1.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2. 불안한 사회에서 나만의 휴식공간을 찾아나서는 ‘케렌시아 현상’ 3.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언택트 기술’ 4. 새로운 부가가치와 수요를 창출하는 ‘만물의 서비스화’ 5.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 6. 자신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을 커밍아웃하는 ‘미닝아웃’ 7. 기능적 관계나 반려동물이 대체하는 ‘대안 관계’ 8. 가성비를 넘은 만족을 주는 ‘플라시보 소비’ 9. 같은 성능, 같은 가격이라면? ‘매력 자본’ 10.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Wag the dog는 일종의 정치 속어로, 권력자가 불미스런 행동이나 부정행위 등으로 지탄 받을 때 그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 치는 행위를 뜻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은 일상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1인 방송이 주류매체보다, SNS가 대중매체보다,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거리의 푸드트럭이 백화점의 푸드코트보다 각광 받는 현상이 그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언더독underdog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2018년 대한민국을 지배할 트렌드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소확행에는 작은, 사소한, 일상, 보통, 평범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한 삶을 즐기는 프랑스의 ‘오캄’, 소박하게 자신의 공간을 채워나가는 스웨덴의 ‘라곰’, 따듯한 스웨터와 장작불 옆 핫초콜릿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상징하는 덴마크의 ‘휘게’처럼 찰나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신이죠.

소확행은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에 만든 신조어입니다. 그는 한 수필집에서 행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행복은 멀리 있지도, 거창하지도 않으니 일상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대만에서 동명의 책과 영화가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공부, 취직, 결혼, 연애 등 어느 것도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서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나서는 거죠.

성공, 꿈, 재력, 사치보다 커피, 인디음악, 반려 동물, 맥주, 요리 등에 주목하고 드물게 멀리 가는 여행보다 자주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꿉니다. 집을 최고의 휴식처로 삼는 ‘홈루덴스(집home+유희ludens)’, 집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호캉스(호텔+바캉스)’ 등도 인기라고 하네요.

불안한 사회에서 나만의 휴식처를 찾아나서는 케렌시아 현상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입니다. 현대인들에게도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케렌시아 공간이 절실하죠. 단순한 쉼을 넘어 취미와 창조 활동을 위한 영역. 수면힐링 카페의 산소캡슐에 들어가거나 만화카페에서 어릴 적 만화방의 추억을 소환합니다. 한방 카페에서 안마와 찜질을 하고, 책맥 카페에서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죠. 도심의 케렌시아는 창조적 예술 활동과 결합하기도 합니다. 휴대폰 케이스를 직접 만들고, 팔찌를 제작하고 미니어처를 만들며 자신을 표현하죠.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생산과 소비의 결과로 가정과 직장은 제1, 제2의 공간으로 분리됐습니다. 그리고 현대인을 위한 ‘제3의 공간’이 등장했죠. 제3의 공간은 여가와 자유의 장이며 일터와 가정에서 쌓인 근심을 더는 곳입니다. 격식과 서열은 없지만 수다와 음식은 있는 곳입니다. 홀로 고독하지만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카페, 버스 맨 뒷자리, 혼술하는 이자카야, 동네 책방, 코인 노래방 등이 나만의 케렌시아가 될 수 있죠. 제3의 공간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인간은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고 하네요. 

– “직장이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에서 온 영어로 1970년대 말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1986년부터 사용했습니다. 정부의 인구정책 대안, 기업의 경쟁우위 정책, 개인의 삶의 질 제고방안으로 국가-기업-개인이 상생할 수 있는 전략으로 인식됐죠. 우리나라에서 워라밸은 적당히 벌면서 잘 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뜻합니다. 

워라밸 세대는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생 이후부터 이제 갓 사회에 진입한 1994년생까지의 세대를 직장생활의 관점에서 규정하는 명칭입니다. 개인의 생활보다 직장을 우선시했던 과거세대와 달리 워라밸 세대는 일 때문에 자기 삶을 희생하지 않습니다.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긍정 마인드로 자존감을 높이며 돈보다 스트레스가 적은 삶을 바랍니다. 연봉보다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죠. 

워라밸 세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퇴근 후 본업과 무관한 취미활동을 합니다. 그림, 피아노, 태권도 등을 다시 배우는 성인도 늘어, 성인층을 겨냥한 맞춤형 수업도 늘고 있다고 하네요. 교육부는 성인 대상의 예능(미술, 음악, 무용 등) 학원 수강자가 2013년 4만 2,462명에서 2016년 10만 3,258명으로 매년 급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몬학습의 성인 회원 수는 2013년 1만 8천여명에서 2017년에는 5만 여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공부=시험이었던 학창시절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된 뒤에 공부의 즐거움을 발견한 거죠.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는 플라시보 소비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뜻합니다. 가심비는 가성비에 주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가성비가 상품의 가격과 성능을 중시한다면 가심비는 그 상품에서 소비자가 무엇을 얻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기주관적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치로 객관적 기준을 정할 수 없죠. 플라시보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위약이지만 환자가 믿음을 갖고 약을 복용하면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플라시보 소비는 플라시보 효과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의 힘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가 담긴 물건이나 이미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굿즈 열풍은 아이돌, 게임, 영화, 대통령 굿즈로 확장됐죠. 굿즈는 상품보다 의미에 대한 투자 성격이 강하며 이는 가심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재미를 찾을 때도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따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탕진잼(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써버리는 탕진+재미), 시발비용(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 같은 신조어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플라시보 소비는 삶을 위로하는 방편이자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 과정에서 위안비용과 시발비용이 필요하죠. 가심비 중심의 소비는 물질적인 결핍 충족을 넘어 주체의 만족을 요구합니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택한 길이죠.

– 매력, 자본이 되다
매력(魅力)의 매魅는 ‘도깨비 매’입니다. 단지 예쁜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점이 있어도 도깨비에 홀린 듯, 마법에 빠진 듯, 비이성적인 힘에 의해 사람을 끄는 힘이 바로 매력입니다. 단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것. 매력은 단 하나의 특별한 장점, 친근한 귀여움, 반전, 능숙한 밀당 등에서 발생합니다.

오래된 스테디셀러가 표지를 바꿔 입고 베스트셀러로 부활합니다. 여성 패션 브랜드 키이스KEITH가 디자인한 표지를 입힌 민음사의 ‘키이스 콜라보레이션 에디션’은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니고, 드라마에 나온 것도 아니고, 특별한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합니다. 개성만 있으면 못생겨도 오케이. ‘못난이 스니커즈’는 예쁘지 않아서 더 눈이 가는 운동화입니다. 사람들은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에 무장해제되고, 근육질 배우의 귀여운 반전에 마력을 느낍니다. 특이성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전망한 올해의 10대 트렌드는 1.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2. 새로운 ‘B+ 프리미엄’ 3. 나는 ‘픽미세대’ 4.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5. 영업의 시대가 온다 6. 내 멋대로 ‘1코노미’ 7.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8.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9. 경험 is 뭔들 10. 각자도생의 시대이었습니다. 얼마나 빠져드셨나요? 세상의 흐름을 느끼셨나요?

 

* 위 글은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로 작성했습니다.
1. 『트렌드 코리아 2018』 김난도 외, 미래의 창, 2017.
2.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2018년도 소비트렌드 ‘웩더독(WAG THE DOGS)’
   rbs농어촌방송. 2017.10.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2018 트렌드) 일·삶의 균형 중요시 여기는 젊은 직장인 ‘워라밸’ 세대
   조선Pub 2017.1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나홀로 즐기는 휴식’…케렌시아(Querencia) 열풍
   KBS NEWS 2017.11.2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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