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2016.06.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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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열당한 예술가들 ‘검열 연극’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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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방문 장면과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수학여행 가는 아이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안산순례길>과 <이 아이>), 군인이 불쌍하다는 식의 공연은 바람직하지 않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열 당한 연극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예술가들이 준비한 검열 연극 21편이 5개월 동안 상연된다.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30-40대 연극인들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을 복기, 재현한다. 예술가 지원이 아닌 예술을 길들이는 채찍으로 쓰이고 있는 지원제도 비판, ‘표현의 자유’와 ‘지켜야 할 선’의 경계, ‘자유로움과 야생’에 대한 지향,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예술가들의 자리다.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의 장전은 길 장(長), 싸움 ‘전(戰)’이다.

1937년 히틀러가 열었던 ‘퇴폐미술전’ 패러디 전시  2 퇴폐적인 미술을 한다며 히틀러가 공식적으로 비난한 작가 112명 중 20세기 미술사를 이끈 거장이 적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연 ‘위대한 독일 미술전’은 관객들의 외면으로 폭망했다. 1937년 나치의 ‘퇴폐미술전’을 패러디한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여성의 성(性)을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을 관음적인 퇴폐로 낙인찍고, 망상증 환자의 고백을 대놓고 비난한다. 이 시대 ‘퇴폐’라 불릴 만한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사회의 경직성과 편견을 드러낸다. 의도에 맞게 모욕적인 글을 흔쾌히 받아들인 9명의 잠재적 거장, 그들이 궁금하다.

현대 미술은 왜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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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사건과 홍대 일베 조각상 사건을 슬로우뉴스가 ‘현대 미술의 불편’이라는 시각에서 다뤘다. 조영남 사건은 ‘예술가의 똥’으로 단순(?) 처리되지만 일베 조각상 사건은 시선이 꽤 깊다. 설치물과 동상을 동일시한 데서 온 과잉 해석, 작가의 전시가 아닌 졸업 과제전의 의미, 전시장 밖으로 나온 광장에서의 공개가 부른 작품 손괴 참사의 의미를 언급한다. A학점과 F학점의 간극, 정치인 패러디 수용 범위, 최초의 파격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 등 현대 미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라고 말하지 맙시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I feel like)”를 남발하면서 현실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표현은 개인의 의견을 부정확하게 감추고 “게을러서 생각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신호”가 된다. 의향과 판단을 감정으로 뭉개고, 자기도취 문화에 빠지게 한다. 전문가들은 ‘~처럼 느껴요’와 ‘~라고 생각한다’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느낌으로 퉁 치는 이런 언어 습관은 영어권 나라만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접한다. “우리는 ‘그런 것 같이 느껴서는’ 안됩니다. 이성적으로 주장하고, 뼛속까지 느끼며, 그리고 세상과 나의 상호작용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뉴욕타임즈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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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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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16부작 애니멘터리 ‘감성애니 하루’를 선보였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애니멘터리는 만화를 좋아하는 세대와 다큐멘터리에 익숙한 연령층을 포괄한다.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그림체로 감성을 표현하고 리얼리티는 실사로 살렸다. 20대 취업준비생, 최저 시급, 치매,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희망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너무 좋은’ 위로가 때로 계몽의 언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화면 곳곳에서 따듯한 진심이 느껴진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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