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나에게 깨우쳐 준 인천의 중요성과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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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인천 송도지역 등의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의 여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의 투자 회사들과 미리 일정을 협의하고 우리 일행은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 회사 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여러 자료들을 꼼꼼하게 읽고 또 읽었다. LA공항에 도착했을 때, 먼저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마중 나온 미국회사의 리무진 자동차였다. 하얀색 리무진은 그야말로 마피아 영화에서나 보던 길고 큰 자동차였는데 차 안에 TV, 칵테일 바(bar)도 있는 처음 타보는 의전용 차였다. 미국 회사의 사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일행에게 식사대접도 하고, 사업 현장도 구경시켜 주며 그야말로 정성을 다한 대접을 해주었다.식사를 하면서 내가 “당신은 미국에서도 굴지의 큰 회사 대표인데 인천에서 온 우리를 이렇게 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물으니 사장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신들이 중요해서라기보다 인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장은 이어 인천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인천은 동북아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동북아의 경제적 부상과 인천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사업에 있어 인천은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라고 설명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인천의 중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인천의 지정학적, 역사적 중요성 그리고 동북아의 급격한 부상을 세계의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간파하고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을 만나면서 인천의 중요성을 새삼 재인식하고 인천 시민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말할 수 없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인천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인천의 장점과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상하이 푸동, 싱가폴 등 타국에 비해 우리의 발전 속도가 더디고 발전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지난 10여년 간 인천은 매우 큰 변화 속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세계적인 인천공항,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대교, 경인 아라뱃길, 인천 신항 및 북항 등이 타 지역의 부러움 속에서 건설되었고 168개의 섬 등, 대 중국 무역과 남북 협력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하였다. 그리고 인구 300만의 가능성과 다양성 그리고 포용성을 갖춘 국내 3대 도시가 되었다. 국내 어느 도시도 인천과 비교될 수 없는 역동적인 도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될 것은 인천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비교 우위, 물적 요건 등 잠재력에 비해 그동안 인천이 창출해낸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사실을 여러 통계가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인천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현안 문제와 삶의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음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뭔가 인천의 총체적 역량과 발전 잠재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잘나가는 도시 그리고 번창하는 도시는 유형적 자산 이외에 구성원들의 상상력, 그 상상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지역 시스템, 그리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밀어주는 정치와 시민이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에 따른다면, 우리 인천은 과연 지역을 사랑하는 인재가 제대로 활동하며 시민들이 인천의 목표와 비전을 위해 힘을 합치고 밀어주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유정복 시장은 취임 이후, “인천가치재창조”를 시정의 제1목표로 설정하고 여러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인천의 꿈’을 이루어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자각하고 이를 위해 인천인들이 자긍심과 애향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인천가치재창조의 기본 철학이다. 인천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적 강점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인천인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인천에 대한 자부심과 인천 사랑 등 소프트웨어적 가치가 합쳐져야 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요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인천인들이 인천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이에 걸맞는 애향심과 자부심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 타 시도의 지역 이기주의와 중앙정부의 인천 홀대론을 불식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변화시키기 위한 반성과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인 것이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개화의 선구도시이며 다양성, 포용성, 개방성을 갖추고 있는 열린 도시이다. 여기에다 최근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인천을 알지 못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국내 다른 지역처럼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며 뭉치는 이른바 무조건적인 애향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러나 소통, 융합, 퓨전, 다문화 시대에 이미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인천의 인구학적 다양성과 포용성은 오히려 21세기 인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 시대에 걸맞는 인천의 장점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에 대해 매우 세심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태어난 곳보다 살고 있는 도시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겸손하게 진정성을 갖고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인천시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이 발휘되고 표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를 만들고, 그것들이 결집될 수 있도록 네트워킹하며, 자원의 배분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인천의 비전이 21세기 시대정신과 공존할 수 있도록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넓은 안목과 포용력 그리고 뜨거운 가슴으로 인천의 마음들이 한데 모아지도록 노력할 중요한 때이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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