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 김란사의 삶을 그려내다, 음악극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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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였다. 올해 인천에서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였다. 그중 음악극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은 12년 만에 선보이는 인천시립예술단(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극단)의 3번째 창작 합동공연으로 1여 년간의 긴 제작 기간을 거친 끝에 완성되었다. 특히 하나의 창작극을 4개의 예술단이 함께 무대를 준비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에 어떤 공연이 될지 더욱이 기대가 컸다. 덕분에 3월 1일부터 3일까지 준비한 세 차례의 공연은 모두 매진을 이뤘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의 작품 배경은 1900년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관순의 이화학당 스승이자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했던 여성독립운동가 김란사가 주인공이 되어 작품을 이끌었다. 당시에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독립을 위해 헌신하였고, 그중 여성들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속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차별받았던 현실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 여성독립 운동가는 밖으로 외세에 끊임없이 맞서고, 안으로는 인권 증진과 여성 해방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이러한 사실들이 기록에서 빠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 중 여성은 2.3%인 357명뿐이다. 이 공연에서 조명했던 김란사는 고종의 밀사로 국제회의에 파견될 만큼 뛰어난 독립지사이자 조선 여성을 위해 교육에 이바지하였다. 유관순을 비롯한 많은 학생에게 독립정신을 불어넣은 교육가로 활동하였으나 뚜렷한 그녀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70여 년이 흐른 뒤에야 독립운동가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이번 공연은 독립운동가로서 그녀의 삶을 보여주었는데, 서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는 사건별로 축약하여 장면별로 상황을 잘 표현했다. 극 중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은 두꺼비로 표현했다면, 일제의 손에 넣고자 했지만 결국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조선은 거대한 고래로 상징하여 시각적인 이해를 도왔다. 실제로 그녀가 외쳤던 “어두운 세상을 향해 등불을 들어라”라는 말에서는 등불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장면을 구성하기도 했다. 또한, 김란사가 판서하는 장면에서는 무대 배경에 강조하고 싶은 단어를 영상으로 분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몰입도 있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김란사를 돕기 위해 스승의 모습으로 분장한 제자들의 모습이다. 함께 무대를 뛰어다니다가 마지막에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다. 만세를 부르고 나서 조명이 꺼졌을 때, 극이 끝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주인공은 김란사였으나, 그녀를 돕기 위해 애쓰는 많은 여학생들과 기생독립단, 여성 의병단 등의 모습을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절실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총 1시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독립운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바탕으로, 자칫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을 통해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에 더해 장면마다 바뀌는 무대 배경과 화려한 안무는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또한, 주인공인 김란사의 역할을 한 명의 배우가 맡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하면서 더욱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인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8세 이상 관람가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로 인해 재밌게 공연을 관람했으나 한편으로는 그 저변에 깔린 역사적 사실들이 마음에 묵직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을 보면서 100년 전, 이 땅 위에 살았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목숨 걸고 만세를 외쳤을 수많은 사람의 용기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고, 뭉클했다. 그 시대에 독립을 목 놓아 외치던 사람들이 그리던 우리나라의 100년 후 모습은 지금과 같았을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글 시민기자단 김지연
사진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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