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인천은 청년 예술가에게 어떤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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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도시인구가 곧 3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송도, 청라, 영종으로 이어지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고, 인천공항과 신항만 그리고 경인선과 최근 개통된 수인선까지 교통망이 확충된 인천의 도시팽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인천시는 가치재창조를 핵심정책으로 내세워 도시의 잠재역량을 경제적 효과로 엮어내고자 열심이다. 그러나 그동안 등한시했거나 잊고 있었던 내재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만으로 도시 발전의 새로운 에너지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보다 과거에 주목하고 있는 현재의 시선만으로는 21c 인천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고 실천하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한때 널리 회자되었던 창조도시 담론에 다시 주목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하며 창의적인 젊은 신진 인력 유입을 강조하는 창조도시론에 따르면, 청년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자 성장동력이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발상은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통한다. 정체된 인천 문화예술의 부흥을 위해서는 그간 축적된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에너지의 원천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인천문화통신 3.0은 런칭을 기념으로 인천에서 예술하는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조건의 실체는 어떠하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공공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최근 4년간 인천문화재단, 인천영상위원회, 부평구문화재단 등 인천의 주요 문화예술 공공기관이 진행한 지원사업, 교육강좌, 워크숍에 참여한 350여 명의 청년들에게 설문을 의뢰했고, 117명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왔다. 인천문화통신 3.0 은 앞으로도 젊은 세대의 고민과 주장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냄으로써 인천문화의 새로운 도약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문화예술 수요와 욕구를 확인하고, 정책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설문조사 결과를 하나씩 살펴보면, 최근 10년간 인천을 지역적 거점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한 청년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단체에 소속되기보다는 개인적 활동이나 필요할 때마다 프로젝트 그룹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응답자는 30%에 불과한 반면, 단기 프로젝트나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시시때때로 협력하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어떤 조직이나 틀에 소속되는 것보다 그때그때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단 한 번 해 보는’ 유연한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출생, 학교, 거주 등의 인천 연고를 갖고 있었지만, 응답자의 30%에 상당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공공기관의 지원이나 교육, 매개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인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예술 활동에 도움이 된 프로그램 유형으로는 강의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45%로 가장 높았으며, 신진예술가를 위한 지원사업이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이들도 36%에 달했다.

또한 공공 지원의 경험이 있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창작활동에 지원사업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냐고 질문했는데, 70% 이상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결과보고와 정산절차의 복잡성, 단기적인 지원, 지원예산 규모 미비, 행사홍보 지원 등 공공지원 수혜의 어려움과 개선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수년간 새로운 청년 예술가들이 인천으로 유입되었으며, 창작 여건만 제대로 조성된다면 인천에서의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계비 유지와 창작활동에 따른 비용 조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95%가 넘는 청년 예술가들이 인천에서 창작작업이나 문화예술활동을 지속할 의지가 있다는 조사 결과와 인천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답변들은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활동을 진척시키는데 필요한 공공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생활의 안정적 유지가 가장 큰 고충이긴 하다. 고령화 사회, 인구절벽, 장기적 저성장 국면 등 한국사회가 처한 암울한 현실의 그림자가 인천의 청년 예술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하기에 신진예술가 대상 창작지원금 확대와 예술인 복지서비스 강화를 주문하는 요구가 단연 높지만, 특별히 그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예술창작이 경제적 수단이 되지 못하는 젊은 예술가에게 시민의 참여와 격려, 그리고 공공의 배려와 지원은 그 무엇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인천에서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첫걸음을 도와달라’는 청년 예술가의 요청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더불어 청년(신진) 예술가를 후원하는 공공의 지원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청년 예술가들이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중단 없는 공급이 중요하다. 공공지원 참여 경험이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프로그램 유형에 대한 응답지수 모두 강의, 교육, 매개 프로그램에서 높게 나타난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교육 프로그램이나 워크숍, 프로젝트 발표회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료 예술가들과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지역에서의 활동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획득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창작행위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공의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예산의 규모보다는 신진예술가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사업 설계가 긴요하다는 요청이다.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터다. 네트워킹이나 기획회의가 일상적으로 가능한 공간지원이나, 컨텐츠 구입, 예술활동 홍보지원 등 간접적인 지원방식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새롭게 지역 예술현장에 진입하는 ‘청년 예술가를 위한 창작환경 조성’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예술적 경험이나 창작 비용 확보,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 여러 측면에서 출발선에 위치한 청년 예술가의 요구와 필요를 면밀히 살피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역할이 공공의 몫이라 하겠다.

서울의 이웃 도시로서 인천은 그동안 문화예술생태계 구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유로운 창작환경과 넉넉한 소비시장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예술가와 품격 높은 문화공간의 아우라를 흠모해 서울로 왕래하는 시민들을 탓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문화예술생태계를 지탱해야 할 창작자와 소비자의 두 축이 올곧이 서지 못한 이러한 연유로 문화도시 인천은 갈 길이 멀어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예술이 생동하고 문화로 행복한 도시 인천’의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예술가 그룹의 상당수가 인천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그동안 인천을 떠난 청년들의 회귀현상까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공공이 청년 예술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입장을 배려한다면 인천문화 또한 청년의 힘으로 한층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인천시에서도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모종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재단 역시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9가지 제안’이라는 문화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설문에 성의껏 응답한 창작자들의 열기와 그에 발맞추는 공공 영역의 새로운 시도가 지속되는 한, ‘인천에서 예술하기’는 여전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허은광(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인천문화통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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