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도시 ‘리브랜딩(Rebranding)’에 나섰다. 인천시는 지난 10년 동안 사용한 도시 브랜드 ‘플라이 인천(Fly Incheon)’과 심벌마크, 상징물(나무·꽃·새) 등을 바꾸기로 하고 연구용역 등 교체작업이 한창이다. ‘플라이 인천’이란 인천 도시 브랜드(BI·Brand Identity)가 잘 쓰이지 않고 시민 인지도도 낮다는 게 교체 이유다. 인천시뿐 아니라 인천 10개 군·구도 각각 BI, 심벌마크, 상징물 등을 갖고 있지만 그 활용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인천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는 올해 9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인천시는 인천시민과 수도권 거주자, 외국인 등이 생각하는 인천의 이미지를 조사하기 위한 다섯 차례의 설문을 거쳐 2006년 현재의 BI인 ‘플라이 인천’을 개발했다. 인천시 홈페이지에 게재된 BI에 대한 설명을 보면, ‘역동적인 물결의 형태와 인천의 시조인 두루미의 날갯짓을 모티브로 영문 ‘Fly’를 하트 형상으로 표현’했다. ‘F’자(파란색)는 ‘하늘과 바다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첨단 미래와 신뢰를 의미’한다고 했고, ‘L’자(초록색)는 ‘땅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안정 속 도약’을, ‘Y’자(빨간색)는 ‘사람과 젊음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정열과 에너지’를 각각 뜻한다고 한다. ‘FLY’는 ‘Future(미래)’, ‘Leap(도약)’, ‘Young(젊음)’ 등의 약자이기도 하다는 설명도 있다.
BI는 인천의 도시 이미지를 가장 명쾌하게 표현하는 기호여야 한다. 그러나 인천의 BI에 대한 설명조차 추상적인 단어가 남발되고 있는데, 이를 응축한 기호인 ‘플라이 인천’이 시민에게 와 닿을 리는 없다. 무엇보다도 인천의 지역적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 기반 시설인 인천국제공항 외에 인천이라는 도시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해 디자인 전공 교수, 도시경관 담당 공무원, 시민단체 회원 등 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플라이 인천’은 낙제점을 받았다. 각 항목당 100점 만점에 심미성 30.6점, 호감도 28.9점, 국제성 47.5점, 독창성 24.5점, 지역성 45.7점, 전달력 47.5점, 유용성 18.9점 등 평균 34.8점을 얻는 데 그쳤다. 인천의 ‘ㅇ’과 ‘川'(내 천), 파도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인천시 심벌마크(1996년 개발)도 인발연의 같은 조사에서 평균 43.6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인천 10개 군·구의 도시 브랜드 역시 ‘무색무취’라는 평가가 많다. 중구, 남구, 서구, 강화군, 옹진군 등 5개 군·구는 별도의 BI 없이 심벌마크와 마스코트(캐릭터)로 브랜드를 구축했다. 각 군·구 심벌마크는 주로 지자체 상징물(나무·꽃·새)을 추상화해 표현한 가운데 남구와 강화군은 지역 정체성과 역사성을 심벌마크에 녹여내 눈길을 끈다. 남구는 문학산과 수봉산 이미지를 활용한 백제 왕관을, 강화군은 마니산 참성단 성화와 임진강·예성강·한강 물줄기를 형상화한 심벌마크를 각각 사용하고 있다.
BI를 보유한 군·구의 경우 ‘Better life'(연수구), ‘Power'(남동구), ‘HAPPY GREEN'(계양구) 등의 간략한 영문 슬로건을 부여했지만,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계양구만 맨 앞글자인 ‘H’자가 경인아라뱃길 다리와 계양산의 사계절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한글 슬로건을 BI에 포함한 동구(역사의 숨결, 문화도시 인천)와 부평구(참여 + 나눔 더불어 사는 따뜻한)가 이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인천시와 9개 군·구가 지정한 도시 상징물(나무·꽃·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인천시는 1982년 시목(市木)으로 목백합, 시화(市花)로 장미, 시조(市鳥)로 두루미를 지정했다. 남구를 제외한 나머지 군·구도 각각 상징물로서 나무·꽃·새를 지정했는데, 활용도면에선 사실상 방치된 거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지자체가 상징물로 나무·꽃·새를 지정한 것은 1978년부터다. 당시 내무부(현 행정자치부)가 지자체에 상징물을 지정, 보호할 것을 고시했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딩을 위한 상징물이라기보다는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나무·꽃·새를 보호하고 가꾸려는 의미가 더 컸다고 한다. 지자체의 나무·꽃·새 상징물 지정이 일본의 제도를 모방했다는 견해를 밝힌 논문도 있다. 일본 지자체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1960년대 중후반부터 나무·꽃·새를 상징물로 지정해왔다.
기업경영전략에서 파생한 ‘도시 브랜딩’의 첫 번째 목표는 ‘도시 마케팅’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 뉴욕의 ‘I ♥ NY'(아이 러브 뉴욕)이다. 우리 지역에서 ‘I ♥ NY’이란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은 간혹 볼 수 있어도 ‘플라이 인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촌스럽고 창피해서’ 정도일 것이다.
인천시와 군·구 도시 브랜드 현황 분석이라는 주제와 다소 동떨어져 있는 얘기지만, 최근 온라인에서 인천을 가장 많이 수식하는 단어는 현재 도시 브랜드인 ‘플라이 인천’은 아니다. 온라인에서 인천을 가장 많이 빗대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계(魔界·악마의 세계) 인천’이다. 미디어에 비친 강력 사건 등 인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축적된 결과인데, 인천시민으로서는 모욕적인 도시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인발연 연구에 따르면, 1976년 개발된 뉴욕의 ‘I ♥ NY’은 그 문구나 디자인 자체로도 성공적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뉴욕의 대표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1970년대 뉴욕의 심각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정적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인천을 대표하는 참신하고 명쾌한 새 도시 브랜드 개발은 물론 새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줄 행정적 노력이 뒤따르는 전략적인 도시 ‘리브랜딩’이 중요한 시점이다. 서울시민들이 서울시 새 도시 브랜드인 ‘ ‘I.SEOUL.U'(아이 서울 유)를 온라인상에서 ‘나는 너의 전셋값을 올리겠어’, ‘나는 너를 지하철 지옥에 가두겠어’ 등의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경호(경인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