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코로나, With 예술: 치유가 필요한 시대, 예술로 마음의 안부 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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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코로나, With 예술치유가 필요한 시대, 예술로 마음의 안부 묻기

김태은(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매일 아침 뉴스마다 ‘위드 코로나’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요즈음,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예술이 주는 의미와 감염병 상황 속에서 예술이 가지는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오늘까지 우리는 어떠한 삶의 변화를 겪고 있는가.
2020년 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들고 약국 앞에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휴대폰이 없는 시민, 글을 읽지 못하는 시민은 항상 모든 정보를 뒤늦게 얻을 수밖에 없었다. 정보화 사회 속 뉴노멀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바이러스에도 취약했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감염병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의 알권리와 방역을 위한 확진자의 동선 체크에 관한 정보는 빠르게 전해졌고, 휴대폰을 통해서는 재난 문자가 전달되었다. 쏟아지는 많은 정보는 ‘참과 거짓’을 구분할 새도 없이 우리를 불안하고 긴장하게 하였으며 질병에 대한 공포감을 높였다. 또 질병을 향한 공포감은 확진자를 향한 낙인으로 연결되었다. 확진자는 지역명 뒤에 숫자를 붙여 호명되었고 그들이 지나간 장소는 ‘부정적인 장소’처럼 인식되기도 하였다. 질병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약한 마음은 그 질병에 걸린 인간을 멀리하고 자신과 그들을 분리하려고 했다. 질병 퇴치를 위한 행정적 노력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연대감을 해치고 있었다.

적응과 안정감 안에서 피어나는 창의적 움직임
집에 넉넉하게 비치된 마스크와 TV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의 모습, 성공적인 K 방역에 대한 뉴스들로 우리의 마음은 점차 안정되어 갔다. 학교에서는 zoom을 활용한 실시간 비대면 수업에, 기업들은 재택근무 환경에 적응해나갔다. 코로나 장기화로 피로감과 무력감도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이 사라지고 있을 때쯤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필자는 그것을 창의적 움직임이라고 보았다.
미술치료를 위해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지내는 69세 초록(가명)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코로나 이후 심각한 무력감으로 식사를 챙기지 못해 급격한 체중 감소로 복지관에서 심리사회 경제적 돌봄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할머니의 마스크는 요일마다 알록달록 색이 변하였다. 마스크에 줄을 달아서 어떤 날은 색실로 또 다음날은 구슬로 자신만의 개성을 마스크와 마스크 줄에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는 미술치료의 수동적 참여자였던 분이 이제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스크에 스스로 수를 놓는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할머니는 활동의 결과물에 매우 만족해하며 성취감을 느끼셨다.

초록 할머니가 만든 마스크 (사진: 필자 제공)

예술로 마음건강 지키기
출근길에 마스크 쓰기, 수시로 손소독하기, 입실 시 체온 체크 등 이 시대를 살기 위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많은 일에 적응해왔다. 어느새 익숙해진 일들이 사실은 매우 큰 도전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 상황은 개인의 성향,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개인은 극심한 스트레스 혹은 불안이나 우울을 호소할 수 있다. 인류가 위기를 겪을 때 인간의 약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예술은 안전하게 담아내 주는 역할을 했다. 예술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조기개입 즉 예방차원의 치유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 예술의 조기개입은 회복률을 높이고 질병을 예방하고 또 치료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이렇게 예방차원으로 예술치유가 개입된다면 진단 이후에 치료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예방차원의 예술치유가 중요한 부분은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 위기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고 통합시키는 예술의 힘이 인류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유네스코 사무총장 오드레 아줄레의 설명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이야기이다.

온전(溫傳)-Art On Mind 키트: 명상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고, 천연나무조각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나만의 나무를 만들고 이후 자신의 나무를 살피며 마음을 돌보고 위로하는 키트이다. (사진출처: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홈페이지)

필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업 중 하나인 <2021 찾아가는 예술처방전>에서 키트를 기획하고 온라인으로 미술치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전라, 경상 지역의 정신건강보건센터에서 조현병이나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분과 코로나 대응 인력의 보건소 직원분들을 만나게 된다. 정신증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간호사 모두가 필자에게는 미술치유의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미술표현의 차이가 있을까? 참여도가 차이가 있을까? 만족도에 차이가 있을까? 이러한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맛보았다. 필자가 이번 사업에서 미술치유사로 참여하며 감동한 부분은 바로 진단명, 학력, 연령, 지역과 상관없이 예술을 통해 만족하는 참여자들의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많은 이름을 붙이며 우열을 나누고 순위를 매기는 그 가치를 넘어선다는 것을 깊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예술은 어떠한 가치도 관통하는 인류 공통의 언어이자 즐거움이다.

우리는 코로나라는 팬데믹 시대를 겪고 이제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삶의 여정 가운데 또다시 어떠한 일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예술이라는 친구와 동행하며 예술로 마음의 안부를 묻고 예술로 위로받으며 예술로 슬픔을 애도하며 예술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태은(金兌恩, Kim, Taeeun)

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전문대학원 박사학위 취득(2009). 정신건강의학과, 암병원, 호스피스 그리고 교육복지영역까지 미술의 치유적 경험과 의미에 대해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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