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특성과 시민들의 문화력: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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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특성과 시민들의 문화력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면

한상정(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인천의 특성과 시민들의 문화력(力)’분과의 주제 영역은 ‘인천의 특성’과 ‘시민문화력’ 두 가지이다.
인천의 특성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인천의 다양한 성격 중에서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연구하고 교육과 행정과 예술과 산업 같은 다양한 차원과 연계시키고 시민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만들면서 중요하다는 공감대의 확장을 통해 점차 단단한 정체성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보았다. 기존에 제기되었던 ‘환대’, ‘디아스포라’ 같은 키워드들도 각자 인천의 중요한 특성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현재 주목하고 있지 않으나 중요하게 키워나가야 할 성격으로 ‘해양성’을 꼽았다.

인천시 확장축의 중심은 분명히 바다였다. 현재의 중구와 동구 지역을 중심에 두고 내륙으로 확장된 측면도 있지만, 매립이나 경계 조절을 통해 바다 쪽으로 확장된 부분이 훨씬 더 광대하다. 바다는 가장 ‘인천다움’을 내보일 수 있는 가치자원 중의 하나이다. 시민이 바다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조사한 바 없어서 잘 알 수 없으나, 교육이나 행정의 영역에서 바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건 분명하다. 우리에게 일상적인 지도(그림 1)가 대표적이다. 육지를 중심으로 서술할 뿐 바다는 잘려있고, 백령도나 연평도는 네모 칸 안에 별도로 등장한다. 이런 지도를 반복적으로 계속 보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게 육지는 중요하지만 바다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필요에 따라 잘라버릴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겨나지 않을까.

1. 인천시 표기 방법. 바다를 자르고 있음
(출처: 대한민국국가지도집 1권, 2019)
2. 백령도까지 포함하고 바다를 살린 지도
(출처: 인천광역시 GIS 플랫폼)

그림 2의 지도처럼, 인천의 육지와 섬을 자연적으로 모두 표기하려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드러난다. 저렇게 바다를 잘라 왔던 이유도, 북한을 표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마치 인천이 남북 접경지대가 아닌 것처럼, 일촉즉발의 사건들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분단의 엄혹한 현실을 숨기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보자면 인천의 지도에서 바다를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뚜렷한 현존이 공포가 되지 않도록 인천의 바다가 평화의 바다가 되어야만 한다.

해양성을 고민하기 위해 가장 먼저,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 육지적 시선만이 아니라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해양의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고 공유하고 공감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천이 바다를 자기의 주요한 기반으로 삼고 그것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문화, 예술, 관광, 환경, 산업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어떻게 시민문화력, 인천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높일 수 있을까이다. 시민문화력은 시민이 예술을 창작하고 즐기는 정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각자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힘을 뜻한다. 시민문화력의 확장은 우선 행정의 차원에서 ‘문화예술과’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제를, 구체적인 차원에서 문화매개자의 전문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제를 냈다.

전자를 ‘문화부시장이 필요해.’라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문화예술과의 역량만으로 부족하다는 이유는 주된 업무영역인 예술지원사업들은 시민들의 일상으로 보자면 아주 작은 부분만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미술관, 훌륭한 공연장에서 좋은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어도 이 순간을 제외한 모든 일상이 경제적 이윤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다면, 생명도 인권도 역사도 필요 없다는 분위기라면, 과연 이런 도시가 문화적일까. 인천시가 장기적으로 문화적인 도시로 변해가려면 도시 전체적인 층위에 문화적 시선이 입혀져야만 한다. 현재 인천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순적이다. 한쪽에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공동체를 복원하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이익 창출을 위해 포구를 매립하고 고층아파트를 올린다. 이처럼 행정부서들의 정책과 사업이 대립적인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시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화적인 도시의 지향점이 인천시 전체에 녹아있으려면 문화부시장 정도는 되어야, 문화관광국이건 원도심재생이건 해양환경국이건 도시계획국이건 도시 전체를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게끔 할 수 있고, 시민들 역시 그 안에서 그러한 미래를 지향할 수 있지 않을까.

후자는 시민문화력의 확장에서 문화매개자들을 제대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관점이다. 현재까지의 지원사업은 대부분 한계가 뚜렷하다. ‘문화매개자는 이슬만 먹고산다’는 충분한 인건비나 기획비가 책정되지 못하고 짧은 사업 기간에 비현실적이고 계량적인 계획서와 성과 보고서를 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문장이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새로운 시범사업 유형을 인천시나 인천문화재단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나 기획비도 제대로 책정해야 하고 실험성, 참신함, 실패경험에 대한 인정, 그리고 사업지원의 안정성, 최소한의 보고서, 판단에 따른 사업기간의 연장, 사업이 끝난 이후 활동영역의 확장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고민과 연구가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특성에 맞는, 문화매개자가 제대로 활동하고 그를 통해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그러한 사업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실험성과 실패가능성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일정 정도 청년층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중 일부는 인천에서 태어나서 타지역의 예술대학이나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게끔 기획할 필요도 있다.

문화매개자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실행하고 그것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언젠가는 지원사업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매개자들의 역량도 키울 수 있고 매개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이를 통해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내거나 협동조합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지 모른다. 이런 역량 있는 문화매개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인천시의 문화적 역량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시민문화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인천 곳곳에서 수행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시민들이 스스로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힘으로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들을 모아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이런 시민이 많아진다면 인천은 점점 더 오래 살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한상정(韓尙整, Han, Sang-Jung)

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인문문화예술기획 연계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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