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관련 조사와 아카이빙: 아카이브를 둘러싼 소모와 재생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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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관련 조사와 아카이빙아카이브를 둘러싼 소모와 재생의 혼란

김종현(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 낸다.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SNS를 통해 소통한다. 그 결과, 어느 시기보다 기록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인천의 문화현장에서도 다양한 주체에 의해 많은 기록이 생산된다. 그러나 문화를 정량적 수치로 환산하여 발전과 성공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즉 우리는 이제 넘쳐나는 기록 속에 유용한 가치를 지닌 기록을 선별‧보존해야 한다. 아카이브(Archive)는 개인 및 단체가 활동하며, 남기는 수많은 기록물 중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하여 보관하는 장소 또는 그 기록물 자체를 의미한다. 아카이브가 파손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미래의 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안목이 필요하다.

기록의 양적 성장의 배경으로는 공동체와 지역활성화, 주민자치가 강조되는 정책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즉 거대 담론의 ‘거시사(Macrohistory)’의 시대에서 ‘미시사(Microhistory)’ 관점으로 전환되면서 지역 정체성과 지역 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모델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카이빙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하는 사람을 ‘시민미디어활동가’, ‘마을기록활동가’, ‘마을교육활동가’ 등 조금은 낯선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 ‘낯섦’은 아카이브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 속에서 다양한 고민과 우려를 발생시키는 ‘당연함’이다. 그리고 예술가가 가지는 창작의 고통만큼 지역문화활성화에 반드시 따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인천의 아카이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장소 아카이브’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근대역사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개항장과 차이나타운은 물론이고 신흥동 일대의 도시재생, 경동 일대의 개항로 프로젝트, 배다리 책방거리, 노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화수동과 만석동, 부평의 캠프마켓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해 장소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토목과 건축으로 대표되는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성 결여와 충분한 시간 및 재정의 부족을 감수하며 동원되는 아카이빙 문제, 동일한 장소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이를 통한 이해와 숙의의 과정이 없이 마치 깃발을 꽂듯 이슈를 점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발전적 담론의 생성 부재, 아카이빙으로 포장한 외부 거대자본의 젠트리피케이션 조장이라 우려하는 지역 문화활동가의 시각, 아카이빙 주체인 개인과 단체가 보유한 아카이브가 그 중요성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공유되지 못함으로 일어나는 소모적인 아카이빙에 대한 반성 등 지역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9월 이루어진 인천문화포럼 성과공유회에서 ‘문화 관련 조사와 아카이빙’ 분과는 발제를 통해 이 숙제의 해법 중 하나로 인천기록원을 제안한 바 있다. 서울기록원의 존재는 서울 의존도가 높은 서울의 위성도시의 정체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도는 에코뮤지엄사업을 일찌감치 진행하면서 아카이빙에 대한 근육을 키워 왔고 이를 경기만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천 인구의 절반인 강원도조차 강원기록원 설립을 구체화하고 설립 지역으로 춘천의 입지타당성이 지역 이슈로 부상한 상황 역시 인천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카이브의 보존과 관리의 역할은 물론 유용한 활용 및 아카이빙을 위한 거점으로써 아키비스트의 교류와 협업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천기록원의 설립을 위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논의와 실현 가능한 정책 입안은 더 이상 지체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으면 ‘이거다.’라고 결정지을 수 없는 도시정체성, 바꿔 말하면 ‘문화다양성’이며 이것이 도시경쟁력이며 강점이라 이야기한다. 해양도시 관점에서 ‘인천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라고 한다. 바다는 그 깊이와 넓이만큼 많은 것을 포용하고 정화시켜주듯 아카이브를 둘러싼 불편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는 인천의 문화현장이 진일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자.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통해 심연 속에 잠겨 있는 유용한 아카이브를 수면 위로 올려 함께 나누고 일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갈 다양한 문화시민과 만나고 싶다.

김종현(金宗炫, Kim Jonghyun)

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사회적협동조합 삶은연극 이사장
연극연출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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