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주민과 함께 축제를 만들어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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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주민과 함께
축제를 만들어가는 방법

공영지(인천서구문화재단)

지역 곳곳에 가지각색의 축제 현수막과 배너들이 가득해지기 시작하면, 비로소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이 찾아옴을 느낄 수 있었다. 예년 같으면 드림파크에 국화꽃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드림파크 국화꽃 축제>가, 청라호수공원에는 은은한 클래식 선율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을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축제>가 펼쳐졌을 것이다. 구도심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기획한 크고 작은 마을축제들로 9월이라는 시간은 축제와 함께 지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축제 연기’와 ‘연기 끝에 취소’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접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를 처음 접했고, 곧 이 상황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더욱 큰 실망감을 안겨준 해가 아니었을까. 2021년의 우리는 더는 축제를 멈추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 축제를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천시 서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주민과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을지 주민들과 끊임없이 논의하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토론하며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축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문화도시 상생협의체 <비대면 축제 전환 관련 주민회의>(2021.08.)

인천서구문화도시지원센터는 시민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문화도시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는 2021년 1월 7명의 시민이 모여 기업이 지역사회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을 제안하고, 문화적 수혜를 넘어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관점에서 시민과 기업이 함께 공동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안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지난 6월, 상생협의체는 시민-기업 공동프로젝트의 첫걸음으로 SK인천석유화학과 함께 다문화가족과 지역주민을 위한 <아름다운 문화동행 축제>를 기획하고 개최하였다. 상생협의체는 지난 축제에 이어 10월에도 SK인천석유화학과 함께 <다문화가족을 위한 시민문화축제>를 기획하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기획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기관에서는 공공의 목적으로 추진하는 회의 외에 모임과 공식적인 행사는 4인 이하의 인원이어도 지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비대면 활동이라는 대안을 마련하여 축제와 각종 사업, 모임은 비대면(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다.

축제의 비대면 전환이 단순히 공공의 편의를 위한 것이거나, 차악의 선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대면 축제 전환에 대한 실제 참여자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숙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상생협의체 주민회의에서 비대면 축제 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안전한 축제 개최를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오고 있다.

1. IT기기 활용이 어려운 정보취약계층에게 비대면 행사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소외계층(다문화가족) 실태를 조사하여, 비대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교육 운영 현황을 파악해 본 결과, 한글교육 외 다른 교육은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비대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교육키트를 제작·배포하되, 너무 어려운 교육용 키트보다는 문화예술체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대면 프로그램에 접속하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키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화예술 체험키트를 활용한 비대면 프로그램 체험 <아라노리터-원데이클래스>(2020. 12.)

2. 안전한 방법으로 콘서트(공연)를 관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민이 공연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에 축제의 요소를 심어준다면 안전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축제의 개최가 가능할 것이다.

2021 찾아가는 공연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야외상설공연

3. 전면 비대면 축제로 운영하기보다는, 인원을 제한한 대면 축제와 비대면 축제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축제 참여 인원을 축소해서 진행하고, 축제의 주요 공연 등은 비대면으로 관람하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21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축제>의 대면과 비대면 병행 현장

4.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민들과 함께 축제를 기획하는 과정 자체가 축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민들이 직접 축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 제공을 통해서 수동적 향유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참여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더 역동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도시 상생협의체 축제 기획 워크숍(2021. 3.)

이처럼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한 문화도시 상생협의체는 이를 바탕으로 ‘서구배문(배달의 문화)’이라는 콘셉트로 10월 축제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정보에 취약한 다문화 가족을 위하여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키트를 제작해서 배포할 예정이다. 키트 제작 및 택배발송이라는 단순한 과정을 넘어, 얼굴을 마주하여 사용법을 안내함으로써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프로젝트를 만들 것이다. 주민들은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축제,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없는 소외된 다른 주민들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온라인이라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온라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주민과도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축제란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주민들의 비대면 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비대면만이 능사는 아니며, 어디선가 우리가 만든 온라인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는 주민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게 바로 모두가 그리는 설레는 축제가 아닐까.

사진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영지(孔瑛智, Youngji Kong)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도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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