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통합문화이용권 담당자입니다
남경진(인천문화재단)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3번의 전화벨이 울리기 전 어김없이 나의 손에는 수화기가 들려 있다. “안녕하십니까! 인천문화재단 통합문화용권(문화누리카드) 담당자입니다.” 수화기 건너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저 한부모 가정 엄마인데요, 그 문화누리카드 있잖아요. 문자 받았어요.” 2021년 올해부터 문화누리카드에 자동으로 지원금 10만 원이 충전되는 자동 재충전 안내 문자를 이야기하시는 듯하다. “자동 재충전이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문자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거 말고…….” 그럼 인천시와 군‧구 협조로 발송된 카드 이용안내 문자를 말씀하시는 건가? “아! 문화누리카드 이용하시라는 안내 문자를 받으셨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기계처럼 자동으로 나오는 멘트를 다 읊기도 전에 나의 말을 막으셨다. “다 썼어요.”, “네? 아! 10만 원을 다 쓰셨어요? 잘하셨습니다!”
“문화누리카드 덕분에 아이가 너무 즐거워했어요. 고맙습니다. 우리 아이가 평소 친구들과 놀러 다니질 못했어요. 학교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인 제가 여유가 없어서인지……. 그런데 문화누리카드로 친구들과 영화관 가서 영화도 보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사보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생겨 좋아했어요. 제가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아이에게 여유롭게 뭘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문화누리카드로 아이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어울릴 기회가 되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바라보며 처음 벨이 울리며 떠올랐던 여러 생각은 사라지고, 하나의 생각만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바로 ‘문화누리카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을 해냈다!’라는 것이다.
문화누리카드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은 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어려움으로 문화예술을 생활 속에서 누리기 힘든 분들에게 지원하여 문화예술, 관광, 체육 분야 활동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전화를 주신 분은 단순히 이 10만 원 카드 지원 때문에 고마워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이 한 장의 카드는 아이에게 단순히 문화예술 비용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경험’을 주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회 속에서 형성된다. 영화를 보여주고 공연장에 데려다주고 하는 일이 곧 문화생활을 모두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 문화생활을 함께 할 기회를 주는 것이 곧 문화누리카드의 진정한 역할이다. 문화예술은 처음 벽이 생기면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아이는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친구들과 즐겁게 문화예술을 경험하며, 이 벽을 일찌감치 허무는 기회를 가졌다. 문화 향유의 기회만이 아닌 즐길 방법까지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다가갈 수 있었다.
현금을 주어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연극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물질적 빈곤만이 문제가 아닌 정신적 빈곤 역시 우리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문화예술이 대단한 것이 아닌 우리 삶 속에서도 쉽게 접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는 이 아이는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풍부한 감수성을 가지고 여유를 찾을 줄 알게 될 것이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담당자로서 나는 이 순간이 좋다. 물론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난관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예산 확보 과제가 매년 있지만, 이 한순간으로 나와 내 동료는 한발 한발 움직일 힘과 원동력이 생긴다. 벨소리가 또 울린다. 이제 그만 정리할 시간이다. 오늘도 나와 내 동료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문화누리카드 현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남경진(南炅瑨, Nam Kyeong jin)
2016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서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