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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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한예솔(연수문화재단)

연초 야외공연을 계획하며 기상청 장마예보를 들여다보았다. 2020년 장마는 28.5일1) 동안 지속되었다. 장마를 피해 공연을 계획했지만,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곤혹을 치렀다. 2021년 야외공연은 39년 만에 온 7월 지각 장마를2) 피해 6월 초까지 ‘휘몰아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예상치 못한 장마는 ‘변수’로 찾아와 야외공연 일정 소화에 어려움을 주었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어느덧 우리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연수구는 갯벌을 메워 일궈낸 도시로 국제대학·국제기구가 위치한 신도심 ‘송도’와 고려인이 사는 원도심 ‘함박마을’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연수구의 생태 환경과 국제도시 특성은 국제교류 사업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지점으로 꼽혔다. <국제기구 협력사업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이하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는 ‘문화적 가치 확산을 통해 생태자원과 도시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동행도시 조성’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국제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연수문화재단은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국제기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이하 EAAFP)과 교류를 시작했다. EAAFP는 송도동 G-Tower에 소재한 단체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전반의 이동성 물새와 그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2006년 11월에 설립됐다. 현재 35개국의 파트너로 확장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수문화재단과 EAAFP는 지난해 12월 <연수문화재단-EAAFP 역량 강화 세미나>를 시작으로 교류 협력을 본격화했다. 올해 3월엔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었고, 문화예술을 통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상의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행을 진행 중이다.

연수문화재단-EAAFP 역량 강화 세미나와 업무협약식 ⓒ연수문화재단

재단이 이같이 연수구의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명료하다. 연수구 내 환경과 개발을 둘러싼 상충된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태자원의 서식지였던 바다를 메워 만든 거주지인 연수구에서의 환경은 늘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노선(이하 수도권 제2순환도로) 구축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구축 계획에 따르면, 이 도로는 람사르 습지인 송도갯벌을 관통한다. 환경단체는 서식지 파괴 및 조류 충돌로 인한 개체 수 감소를 우려해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수도권 제2순환도로의 ‘전략 환경영향평가’ 결과 대안으로 제시된 해저터널, 우회 노선 등은 경제성 저하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3)

그래서 연수문화재단과 EAAFP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다양한 사실을 나열하는 것보다 때론 한 장의 사진, 하나의 음악이 세상을 바꿀 때가 있다. 이러한 일들이 현재 연수구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가치를 통해 ‘철새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일이 그래서 더 무겁게 여겨진다. EAAFP와의 협력을 통한 철새보호는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연수구가 바다와 갯벌을 품고 있고 국제여객터미널이 위치한 명실공히 ‘국제 해양도시’이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해양문화자원 자체가 도시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송도 갯벌의 생태자원은 문화적 가치도 높아 관광 산업적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철새 서식지를 알리는 일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에피소드 1. 철새 새며들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ufGpEd_vwwg)

재단은 현재 EAAFP와 철새와 서식지의 문화적 가치를 활용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며들다> 영상 제작에 한창이다. 연수구에 찾아오는 철새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지식 정보를 소개한다. 철새를 보존하기 위한 시민과 예술가의 활동을 공유함으로써 철새와 그들의 서식지가 갖는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되돌아본다. 영상은 △철새 △습지 △송도갯벌의 기록 △시각예술가 △음악가 등의 활동을 담은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국문과 영문으로 제작돼 지난 5월 첫 영상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매월 말 △연수문화재단 △EAAFP △인천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Ⅰ. <철새에 새며들다>

첫 영상인 <철새에 새며들다>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새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도록 영상을 기획했다. 세계 멸종위기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의 소중함을 다시금 짚을 수 있는 계기를 전달코자 했다.

탐조(探照)를 위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멸종위기의 새들을 도심 속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은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연수구만의 매력이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새들이 더는 소중하지 않은 것일까.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와 불법 낚시꾼들로 인해 새들은 힘든 생존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Dean Ingwesen ⓒCraig Brelsford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철새모니터링팀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에피소드 1. 철새 새며들다’ 영상 속 사진

Ⅱ. <음악에 새며들다>
새소리는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유년 시절 피아노 소곡집에서 연주해봤던 <뻐꾸기 왈츠>의 작곡가 요나손은 ‘솔-미’(장3도)로 뻐꾸기의 소리를 표현했다. 또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7번의 주선율은 찌르레기 새소리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한다.4)

새와 예술은 고전시대의 작곡가에게만 영감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인천에도 자연과 새를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 있다. 전유동은 스스로를 “너무 가까이 있어 돌보지 못하는 우리의 감정과 자연의 이야기를 노래합니다.”라고 표현했다.5) 2020년 발매한 전유동의 1집 <관찰자로서의 숲>은 동식물을 소재로 한 자연주의 앨범이다.6) <관찰자로서의 숲>에서는 참새, 이끼, 뻐꾸기, 딱정벌레, 따오기가 등장한다. 이 앨범의 수록곡인 ‘참새는 귀여워’는 인천대공원에서 참새들과 함께 녹음을 한 곡이라고 한다.

10월에 소개되는 <음악에 새며들다>는 새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인천 예술가 전유동과 호주 예술가 Bowerbird Collective의 활동 소개와 두 예술가의 새를 주제로 한 음악적 교류를 담고자 계획하고 있다. 이 두 예술가의 활동을 통해 우리 동네에 있는 새의 가치를 알리고, 이들의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주고자 한다.

* * *

철새와 음악 주제 외에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송도갯벌을 기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연수구 송도 기록에 새며들다>, 멸종 위기의 새들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소개하기 위해 캐릭터화해 동화책과 굿즈 등을 제작하는 <시각예술에 새며들다>가 소개될 예정이다. <새며들다> 영상을 통해 거리를 거닐다 영상에서 보았던 멸종위기 새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연수구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길 바라본다.

참고

1) 기상자료개방포털, 「기후통계분석-장마」
(https://data.kma.go.kr/climate/rainySeason/selectRainySeasonList.do)

2) 서동균 , 「이번 주말 제주부터 지각 장마…39년 만에 7월 장마」, 2021.06.28.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372046&plink=ORI&cooper=NAVER)

3) 정창교,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구간 영향평가 원안논란」, 국민일보, 2021.06.1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448238?sid=102)

4) 「음악 속의 새소리」, 네이버 지식백과 (2015)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9915&cid=59001&categoryId=59006)

5) 전유동 공식홈페이지
(https://wjsdbehd1030.wixsite.com/cloudsongs)

6) 네이버 <온스테이지2.0>,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onstage0808/222156016058)

한예솔(韓예솔, Yesol Han)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에서 야외 공원으로 찾아가는 토요문화마당 공연사업과 국제교류사업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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