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러온 부평아트센터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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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부평아트센터의 새로운 시도

임정인(부평구문화재단)

여전히 코로나19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힘이 든다. B.C(Before COVID19)와 A.C(After COVID19)로 나눠야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크고 작은 감염이 계속 이어지며 현재 4차 유행의 위험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이겠지만 문화예술 분야 또한 그 어느 시장보다 직접적인 피해를 체감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문화예술 행사는 물론 국공립 예술극장의 운영 중단 권고라는 문화예술 산업에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문화예술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위로와 위안으로 그 어느 시대보다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문화재단과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코로나19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왔다. 비대면의 가장 기초적인 영상화 사업들은 각 공연장들의 영상 채널 송출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회가 되었다. 문화예술과 디지털 융합의 긴밀한 연계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예술가들은 발코니 음악회와 같은 기존과는 다른 형식의 찾아가는 공연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부평구문화재단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소소하게 이어가고 있다. 2020년은 부평아트센터가 개관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10살이 된 부평아트센터를 지역 주민, 관객들과 함께 기념하고 축하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아쉬웠다. 작년의 경우는 대면 공연 기회도 축소되었고, 모든 작품을 영상화로 대체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지 못해 부평아트센터에서 보여 줄 수 있는 특별한 작품들을 선별하는 데 노력해왔다. 지난해 그리고 올 4월에 진행했던 특별했던 2개의 공연 사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 이머시브 연극 <극장을 팝니다> (앤드씨어터, 부평아트센터 일대, 2020.9.4.~9.6.) ⓒ김봄

첫 번째 소개할 작품은 <극장을 팝니다>라는 작품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2020년 부평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해였다. 작년 부평구문화재단은 상주단체였던 앤드씨어터와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0년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관객 참여형 연극인 이머시브(immersive) 연극을 제작하였다. 초반에는 대면형 이머시브 연극을 준비하였으나,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의 제한이 생기면서, 관객들과 출연진, 관객들과 관객들이 최소로 만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이머시브 연극의 방향으로 변경하였다. 2020년 최고의 화두인 팬데믹을 반영하여 지난 10년의 부평아트센터의 가치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두 담아낸 <극장을 팝니다>는 공연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 이머시브 연극 <극장을 팝니다> (앤드씨어터, 부평아트센터 일대, 2020.9.4.~9.6.) ⓒ김봄

부평아트센터라는 공간감을 관객들이 직접 느낄 수 있게 시간당 5명의 소규모의 관객이 참여하되, 태블릿을 통해 공간의 연극화된 영상을 보고 들으며 공간들을 밟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극장을 팝니다’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팬데믹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연장을 매물로 내놓은 설정이었다. 관객들은 배우, 공연장 행정가, 무대기술스태프, 관객, 시설관리자 중 1개를 택하여 태블릿을 보면서 부동산을 소개하는 매개자 없이도 직접 공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밀도 있게 공간을 체감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팬데믹 시대에 적합한 비대면 오프라인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점이다. 개인당 제공받은 태블릿 PC를 통해 각자 개별의 동선을 체험함으로써 관객과 배우(또는 관객)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영상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극장의 현장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앤드씨어터와 함께 부평구문화재단의 공연 담당자와 무대기술 스태프들은 아이디어 회의부터 다양한 진행과정에서 거듭된 회의를 통해 작품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 갔다. 작품 시나리오 구성을 위해 시설관리자, 행정직원, 부평아트센터를 찾아주셨던 관객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은 물론 관객들도 부평아트센터의 10주년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체험에 참여한 관객들에게는 이 극장을 팬데믹으로 인해 팔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주인이 되어 다시 찾아오게 될 그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21 부평구 법정 문화도시 지정 기념 공연 <다시, 봄> (부평구아트센터 해누리극장, 2021.4.3.) ⓒ부평구문화재단

두 번째로 소개할 공연은 올해 진행했던 <다시, 봄>이다. 2020년 코로나19를 처음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가급적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로 노선을 바꾸어 안전하게 공연을 치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특히 올해는 부평구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도시 부평을 알리고자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시기인 4월 3일 소규모의 캠핑음악회를 선보였다. 코로나19로 굳게 닫혔던 공연장 문이 다시 돌아온 봄을 맞이하여 관객에게 열리고, 관객들은 무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공연 제목을 <다시, 봄>으로 선정했다.
타악팀인 한울소리, 팝페라그룹 일리브로, 가야금랩오드리, 로커빌리밴드 스트릿건즈, 그리고 부평구문화재단 제작공연이었던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과 뮤지컬 <헛스윙밴드>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는데 부평구나 인천에 연고가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공연장으로 나들이 나오는 관객들을 위해 야외에 텐트를 설치하려 했으나 우천으로 인하여 급히 공연장으로 장소가 변경되면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 텐트와 캠핑용 감성 조명을 설치하였다. 170팀 신청 가족 중 19팀을 선정, 단 70명만 관람한 공연으로 관객은 무대에 앉아서 빈 객석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마주했다. 타악 연주에서부터 뮤지컬, 팝페라, 가야금 연주 그리고 락음악에 이르기까지 약 80여분의 공연으로 답답한 일상에 지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관객들의 밝은 표정을 마주하였다. <다시, 봄> 공연은 부평구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소개한 두 작품은 아마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쉽게 시도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코로나19는 공연장에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아직은 코로나19의 긴 여정의 끝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18년 최초 발병하여 범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스페인독감은 그 당시 세계 총인구 16억 명 중 대략 30분의 1에 해당하는 5천만이 사망한 최악의 바이러스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집단면역 형성과 검역 격리 및 방역의 효과로 1920년에 종식이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과거보다 훌륭한 의료 장비와 의료진,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다. 이 어둠의 끝을 향해 조금 더 참고 서로를 배려해 나가며 조만간 문화예술계도 활짝 웃을 날이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정인(林正仁, Lim Jeong In)

한국문화복지협의회, 구로문화재단, 대성디큐브아트센터를 거쳐 오랜 시간 부평구문화재단 공연사업팀(現 예술기획팀)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경영지원팀장으로 재직중이다. 문화예술교육, 문화바우처(현재의 문화나눔), 찾아가는 공연, 하우스매니저, 대관, 축제, 기획, 제작 등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부평구문화재단 제작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헛스윙밴드> 제작 PD를 맡았으며, <부평키즈페스티벌>, <오늘도 무사히 콘서트> 등을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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