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에 굳은살과 같은 내성이 생긴 것처럼
부평구문화재단 청년문화 관련 사업 소개
김가람(부평구문화재단)
1. 작년 5월에는 마스크가 거슬리거나, 귀가 아파서 곤혹이었다. 온종일 마스크를 쓰는 삶이라니. 전역을 멀리 둔 이등병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시간이 지나 요새는 모두 귀에 굳은살이 박인 것 같다. 동시에 숨쉬기 좋은 마스크라든지 귀가 안 아픈 마스크 같은 대안들이 속속들이 나왔다. 삶은 불편한 만큼 편해지는 것 같다. 살면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지속해서 나타날 것은 알았지만, 작년에는 유독 휘몰아치듯이 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코로나19 혹은 팬데믹 이후의 삶에 관한 것이다. “깨진 유리 속이면 사람은 한 명으로도 군중을 만든다. 인간은 끝나지 않는다.”(「우리 모두의 마술」 중)는 신용목의 시처럼 기어코 현실을 이겨내고자 하는 동시대 인간에게 경외심이 든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만큼 문화도시 사업의 진행 역시 변화하였다. 대면으로 진행해야 했던 사업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으며, 사업의 일정 역시 조절되었다. 그 과정 안에서 시민도 사업 당사자도 이해 관계자 모두 혼란한 한 해였다. 그렇지만 부평은 올해 1월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 지난 5년간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예비사업 등의 결과였으며 함께한 시민, 예술가 모두의 노고 덕분이었다. 2020년 부평구문화재단은 몇 가지 청년 사업을 진행했다.
시민기획단 부평뮤즈(사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
첫 번째로 이야기할 사업은 <시민기획단 부평뮤즈>(이하 부평뮤즈)다. 부평뮤즈는 시민들이 지역 내 문제를 찾고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문화 리빙랩 개념의 사업으로 3기와 4기로 나누어 활동을 진행했다. 3기는 지역의 문제를 도출하고 해당 문제에 대한 원인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쓰레기, 청년예술인 소통 등의 문제를 발굴했다. 해당 현안은 지역의 청년들이 제시하고 도출해낸 의제였다. 4기는 3기가 도출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탐사를 통해 부평 ‘평리단길’, ‘문화의 거리’ 내 버려진 일회용 컵,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과 같은 환경운동 캠페인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티컵’, ‘타겟팅 쓰레기통’과 같은 계획안이 발굴되었다. 또 다른 청년들이 제안한 의견은 예술인 소통과 관련된 문제였다. 청년예술가가 재단 등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의견을 토대로 문화도시 사업에서 청년 예술인들에 대한 사업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평 청년예술인 네트워크를 조성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 갔으며, 최종적으로 사업계획안을 제출했다. 지역 청년예술인과 시민들이 어떤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알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이들과 함께할 문화도시 사업이 시민에게 향유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시민기획단 부평뮤즈(사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
두 번째는 《지하X실험가게 프로젝트》이다. <스케이트보드 스쿨>, <그래피티 라이브페인팅>, <지하X실험가게 프로젝트 팝업 전시>로 이루어진 해당 프로젝트는 부평의 비주류 문화와 청년 예술인 활성화를 위해 진행된 사업이었다. 모두에게 익숙한 명소인 부평지하상가 내 유휴공간을 청년 예술인들이 자신만의 기획 등으로 채웠다. 또한, 소규모 프로젝트로는 인천에서 DJ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In Thousand’의 디제잉 공연, 그래피티 레터링 워크숍, 비디오 게임 체험 등이 펼쳐졌다. 주식회사 마플코퍼레이션과의 협업을 통해 청년예술인들이 프로젝트 티셔츠를 제작하고 판매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서브컬처를 알리게 되어 예술적 동기부여를 얻었다는 청년예술인 참가자의 의견도 있었다. 다만 좀 더 다각화된 프로젝트와 제한적인 공간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향후 해당 프로젝트는 청년예술인의 의견을 수렴하여 좀 더 다각화하여 즐길 수 있는 사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청년예술인들이 자신만의 문화를 펼칠 수 있는 장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지하X실험가게 프로젝트(사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
2. 부평구문화재단은 올해 6월 본격적인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삶의 소리로부터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이라는 비전과 함께 음악과 시민 거버넌스 관련 사업들을 재정비 중이다. 올해 5월 시민이 함께 문화도시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 슬로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예비도시에서 진행되었던 <시민기획단 부평뮤즈>, <지하 실험가게> 등 사업들은 <시티랩(City Lab)>, <언더시티 커먼즈몰> 등으로 한 단계 나아갈 예정이다.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 생태계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음악동네 만들기’, ‘뮤직 라이브러리’ 등을 조성할 예정이며 다양한 공모 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직접 향유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문화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과 예술가의 많은 기대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점점 코로나라는 환경에도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려웠던 팬데믹의 과정들이 굳은살처럼 박여 내성이 생겨가는 것 같다. 작년 한 해를 겪으며 힘든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을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믿는다. 함께 했던 청년 예술인들을 포함한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함께 한다. 우리 귀의 굳은살이 박인 것처럼 문화도시 사업이 시민성이 자라나는 증표처럼 자리 잡길 바란다.
김가람(金가람, Kim Garam)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팀 팀원. 웹진 『비유』를 통해 시 「레트로」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