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에 ‘예술’ 비집고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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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에 ‘예술’ 비집고 들어가기

김은주(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

인천시 부평에 있는 동수초등학교와 부평서중학교의 복도, 계단,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지난 4월부터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학교 ‘공간’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으로 예술가 인세인박&송희정, 김나영&그레고리마스가 들어와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인세인박&송희정, <등교하며 매일 만나는 작은 미술관>(동수초등학교, 2021) (사진: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우리는 흔히 변하지 않음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학교를 떠올리곤 한다. 유현준 교수가 “전화기, 비행기, 자동차, 학교는 근대화를 만든 시스템이다. 그중 전화기. 비행기, 자동차는 지난 100년 동안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 바뀌었다. 그러나 학교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제가 다닌 학교나 우리 아들이 다닌 학교나…….”라고 말한 것처럼 학교 공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필자가 교사로서 20년 동안 다양한 학교를 경험하면서 그대로 느낀 점이기도 하다. 학교는 관리와 지도를 위한 근대적인 건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권위적인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학교 공간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학교의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공감과 소통의 공간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의 중심이 학생에게로 이동하면서 공간을 활용하는 주체가 학생이며, 주체를 위한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학교공간혁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학교공간혁신’은 소수의 학교에 제한되어 있거나 기존의 외형의 틀을 바꾸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외형의 변화가 공간을 변화시키고 공간이 관계를 변화시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외형변화에만 치중하는 점과 주체자인 학생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 이러한 점에서 동수초등학교와 부평서중학교에서 진행된 전시는 기존의 물리적인 학교 공간을 바꾸지 않고 공간과 관계에 변화를 주기 위한 예술가들의 시도였다. 이는 기존의 학교 공간을 마주하고 있는 필자에겐 커다란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인세인박&송희정, <등교하며 매일 만나는 작은 미술관>(동수초등학교, 2021)(사진: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학교 복도를 따라가 보자. 아이가 그려 놓은 듯한 픽셀화된 낙서 이미지, 화장실 세면대 앞 악수하듯 내밀고 있는 손 모양의 비누, 학교라는 현실적 공간에 떠다니고 있는 초현실적인 이미지, 학교 중앙현관 장식장 속 트로피와 상장을 밀어내고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피규어가 있다. 학교 공간을 비집고 들어간 예술은 할아버지부터 손자로 이어져 오는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던 학교의 견고한 분위기를 혼돈과 질문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학교 공간에 예술가들이 엉뚱한 예술적 상상력으로 학교 공간의 주인인 학생들과 예술을 매개로 소통하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호수의 물이 일렁이듯, 예술가들은 학교에 예술을 던져 소통이라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이 재미난 시도를 지켜보면서 숨어 있는 학교 공간에 돌멩이를 찾는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소통의 파장을 일으킨 물보라로 추정되는 아이들의 질문이 적힌 종이를 보며 일방적 전달이 아닌 쌍방향의 소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학교공간혁신’의 하나로 학교 공간 안에 갤러리 공간을 구축하는 사업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학교에 예술품이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보여 주기식의 형식화된 예술품 전시와 감상으로 끝나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넘은 흔적을 학생들이 삐뚤빼뚤 눌러쓴 자기의 생각과 질문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며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예술가들과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 관한 생각을 주고받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학교 공간의 변화에 매우 고무적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김나영&그레고리마스, <learning Machine>(부평서중학교, 2021)(사진: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학교 공간이 공감과 소통의 개방적 공간으로 변하는 것과 더불어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학교가 꼭 필요한 곳인지 물음을 던졌다. 교육과 소통이 학교 공간이 아닌, 인터넷 공간에서 가능해졌고, 우리는 학교의 역할과 학교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는 일상 풍경은 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급속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학교 공간에서의 소통과 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이 전시를 통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예술이 학교 공간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기대와 희망을 품어본다.

김은주(金銀珠, Kim Eunju)

인하대학교 미술교육졸업.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 석사졸업(인문학적 미술교육을 주제로 논문).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 박사 과정 중. 『시각문화교육 프로그램: 미술교육 대안교과서』 공동 집필진. 현재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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