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문화도시, 출발점에 서다: 〈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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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문화도시, 출발점에 서다<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문화도시는 지역별 고유한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도시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7일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부평구를 포함해 5곳을 지정하였다.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통해 부평구는 향후 5년간 국비를 포함한 19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2025년까지 5년간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2020년 인천 서구와 연수구는 ‘제3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에서 4.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법정 문화도시’지정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모습

3월 30일 오후 2시 부평생활문화센터 공감168에서 인천의 문화도시 관련하여 3명의 담당자(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팀장 이미숙,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팀장 안주용,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와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손동혁의 진행으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는 크게 4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첫째 문화도시의 주요 내용 소개, 둘째 시민의 참여와 주도성 확대를 위한 노력, 셋째 사업 추진의 어려움, 마지막으로 문화도시를 매개로 한 협력 방안이다.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손동혁

손동혁: 먼저 각 재단에서 추진 중인 ‘문화도시’ 사업의 주요 내용을 소개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

정시윤: 연수구는 25년간의 도시개발로 최첨단 도시의 외형은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도시 내 격차 심화와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문화적 성장이 더딘 상황입니다. 이는 비단 연수구만의 문제라기보다 신도시 개발 정책의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를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극복해내고자 문화도시 지정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구민의 문화적 활동을 통해 움직이는 도시, 도시 공간과 일상을 문화로 채우는 도시, 그리고 문화적 연대와 교류로 앞으로 나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작년에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하여 ‘제3차 문화도시 지정공모’를 통해 계획이 승인된 상태이며, 현재는 예비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수구는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도시 연수’라는 슬로건을 중심에 놓고 시민과 함께 문화 다양성 도시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팀장 안주용

안주용: 서구의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여유를 즐기는 문화에서 삶의 근본으로서의 문화로의 전환’을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팬데믹 현상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우리의 삶 자체가 문화라고 한다면 기존의 즐기는 것 그 이상으로 생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상황에 선제적으로 ‘회복탄력’이라는 가치 아래 긍정의 문화철학으로 삶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내서 행복한 삶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의 맥락에 닿아있습니다.
문화 권리와 책임을 지닌 시민의 본래 모습으로 오염된 자연과 낙후된 생활환경, 그리고 단절된 공동체로부터 회복하는 것을, 그리고 회복의 문화 풍토를 조성하며 심층을 이뤄나가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크게 4가지가 있는데요, ‘문화인재 발굴, 양성, 지원’, ‘시민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 ‘시민 문화 공동체 활동 및 교류 지원’, 마지막으로 ‘특성화로서 자연과 생활환경의 문화적 재생’을 전략으로 두고 있습니다.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팀장 이미숙

이미숙: 부평은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과 예비도시 1년을 거치면서 ‘삶의 소리로부터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이라는 하나의 비전과 시민성, 내발성, 창조성, 연대성, 장소성 이 다섯 가지의 핵심 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비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의 공감과 공유를 통해 공론화를 이루는 것, 그리고 도시가 가지는 고유한 문화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민의 주체적 활동, 창조적 사고, 지역에 대한 고민 등으로 지역성장 및 발전을 이루도록 하는데 지향점을 두고 있습니다.

손동혁: 결국 문화도시 사업이 향하고 있는 곳은 문화를 통해서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 가겠죠. 앞으로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 관련하여 이 부분을 확대하기 위해 각 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시윤: 시민 참여와 주도성을 높이기 위해 연수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문화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지원사업 설명회 참가자분들에게 문화도시 조성 사업에 대한 설명과 예술인의 정주 환경 개선에 대해 의견을 듣기도 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룹을 이뤄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시민 공동체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문화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일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도시 사업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숙: 부평구는 문화특성화조성사업을 진행하고 1년의 예비도시를 거치면서 그간의 노력으로 다방면의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문화도시와 연계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거버넌스로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부평의 문화도시 사업은 시민 문화 제안이 가능한 문화도시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이나 의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들이 환류되고 지속적인 담론형성을 위한 공유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구조 속에서 지역의 문화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시민과 도시문화를 매개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현안을 공유하는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안주용: 서구의 문화도시 조성 과정은 말씀드렸던 ‘회복탄력’이라는 문화철학을 중심으로 시민의 수요를 조사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수렴하여 계획에 반영하고 있고요. 그 외에는 실질적으로 사업 추진에 있어서 시민들이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의 현안을 문화적 가치와 활동으로 개선해 나갈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시민과 민간의 공동체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법을 최대한 늘리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생각하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은 시민들이 주도해서 기획하는 가운데 관에 속해있는 추진단, 문화도시센터의 역할은 매개하는 것으로, 즉 커뮤니케이션하고 지원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손동혁: 사실 한 자치단체가 하나의 컨셉으로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화도시 사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도 그러한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문화도시를 추진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시윤: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도시 지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4기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계획이 승인되기 전부터 조례와 전담조직, 거버넌스, 행정협의회까지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괜스레 조급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현재 가장 고민하는 일은 ‘도시문화 거버넌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제와 답안 가이드라인을 줬고 먼저 이 과정을 통과한 도시들의 예도 있지만 하나의 통일된 답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각 도시의 자원과 사람, 삶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 도시의 추진방향이 상이한 겁니다. 그래서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같이 가야 할 시민들과 손을 계속 엮어나가는 일도 어렵습니다.

안주용: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데 있어 시민이 주체화되는 과정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노력들이 없지 않았고 많은 정책과 지자체 재단들, 중간 지원 조직들에서 여러 사업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활동을 기획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민들이 수혜자에서 수요자로 넘어오는 것에 관련하여 이해하는 부분이나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정책의 초점이 앞서가서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속도와 비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의 수요를 파악해야 하고, 관에서는 좀 더 기다리고 협력과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거버넌스가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유사한 생각이면서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시민이 주체화되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서 시민들의 힘으로 도시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그 거버넌스를 잘 형성하여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손동혁: 문화도시 사업 선정은 경쟁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지역 안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공유할 지점이 많은 재단들이 어떻게 협력해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부평구, 서구, 연수구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관해 방안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시윤: 연수구와 서구는 현재 (법정 문화도시) 심사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수험생이잖아요? 그래서 연수구, 서구, 부평구로 놓고 보면 수험생하고 합격생이 같이 모여서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눠서 생각해 봤습니다. 부평구의 경우 먼저 문화도시를 추진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인천의 문화도시에 대한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경우 연수구와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예비사업 추진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인천 지역 안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맡은 실무자들이 숨 쉴 구멍이 필요한데요, 인천문화재단이 제3지대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같은 자리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기회인 것 같고요. 그리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저희뿐만 아니라 문화도시 관련 사업을 하는 팀원들끼리도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주용: 이렇게 만나는 자리를 늘려서 서로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논의를 하고 연계하여 협력한다는 것은 서로의 도시에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것일 텐데요, 여기에는 상대 도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서로의 도시에 관해 이야기하고 거기서 알아간 도시에 대한 특성이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그 가운데 같이 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서로 보완해 가면서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꿈꾸고 있는 건 연수구하고 서구가 같이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부평구를 포함한 세 도시가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협력하여 인천의 다른 기초자치단체와도 문화도시를 형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미숙: 같은 의견입니다. 부평구는 문화지역의 확장과 상생을 위한 ‘문화 1호선’이라는 도시연계를 통해 부평, 부천, 영등포와 함께 문화도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문화를 통해 공감한다면 모든 도시가 특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동혁: 문화도시라는 것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세 곳에서 문화도시를 시민들에게 더 알리고 공동의 투자와 노력으로 전체적인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이는 인천 전체 안에서 먼저 문화도시를 추진했던 사람들의 고민과 역할, 행동 등을 공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천문화재단이 해야 하는 일이나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고정리: 박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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