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 어떻게 사회와 공존하면서 예술을 지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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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코로나를 넘어서기 위하여
2020년 2월에 시작된 코로나가 이제 해를 넘기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 중이지만 공동체가 집단면역을 얻기에는 갈 길이 멀다. 인천문화통신은 올 첫 번째 기획으로 ‘코로나’를 내세웠다. 지루한 싸움이지만 절대 지거나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코로나와 관련한 예술현장의 목소리를 듣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기획은 작년 인천문화재단이 발간한 코로나19를 감각하는 사유들의 연속기획이기도 하다.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청년 시각예술가와 예술 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 이후 인천시민들의 문화생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는 글도 실었다.

청년예술가, 어떻게 사회와 공존하면서 예술을 지속할 수 있을까?

청년문화창작소 워크숍(출처 : 인천문화재단)

재수를 마치고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당시 들었던 말이 있다.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승자다.’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셨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그 말을 새기며 열심히 작업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렀고 7년이 지난 지금, 저 말을 다시 곱씹어 봤을 때 드는 의문이 있다. 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시간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결국 포기하게 되는 사람은 예술가라 불릴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나에게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애초에 예술가의 생계유지는 해결방법이 딱히 없는 문제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예술인 10명 중 6명은 예술 활동을 통한 월수입이 100만 원이 넘지 못하고 이 중 3명은 수입이 아예 없다고 응답했다. 작품으로 먹고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결과이다. 작업 공간 유지비나 재료비를 들여 작품을 하더라도 작품 활동을 주 수입원으로 보장받기 힘들어서 추가적인 수입원을 찾게 된다. 돈을 들여 공부를 해도 이것이 나중에 수입으로 연결되기 힘들고 그렇다고 공부했던 것을 놓지 못해 작업을 지속하게 되는 삶의 반복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감소하였고 강의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바꿔야 했다. 공공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미술학원에서 종사하던 사람들도 학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이 발생하였다.

나는 20대 후반을 맞이하면서 일과 작업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오갔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와중에 근본적으로 예술가에게 드리우는 잣대가 너무 엄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헝그리 정신’으로 포장된 가난한 예술가의 형태는 매우 기형적이고 옛말이라지만 아직도 통용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이는 예술가의 자기 발전의 기회를 제한하고 고립되게 만든다. 예술가라는 감투가 그들의 생계까지 책임져주지 못하는데 전업 예술 하는 사람만을 진정성 있는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기준 자체가 현시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치 예술계는 예술가가 노동자여서는 안 되고 오직 예술만 하길 바라는 것처럼 느꼈다. 작품 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예술계는 갈라파고스섬처럼 고립될지도 모른다.

청년예술가의 작품 활동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순수 미술은 사회의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전문적 영역이 아닌 경우가 많다. 예술가는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고 이에 따른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예술가가 전문성을 활용하여 취업하는 것이 예술의 포기가 아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예술가가 일찍 붓을 꺾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가미된 질 좋은 예술 작품을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예술가에게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군을 탐색하도록 심리적 여유를 줄 수 있는 분위기와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지켜봐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천에서 짧지만, 예술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은 아주 좋았지만 정작 결과물을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한정적이었다. 인천에서도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매년 나오지만, 이들을 수용해야 하는 공간이 많지 않아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다. 작가를 지원하는 만큼 신생공간을 만드는 쪽으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발굴하고 신생 공간운영자를 육성해 인천이 다른 지역에서도 전시가 목적이 되어 구경 오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보통 상반기에 지원사업이 몰려있고 하반기까지는 무조건 전시 종료와 정산이 필요하다 보니 연말에 전시가 밀집되어 공간을 잡기 힘든 예도 있었다. 실제로 공간 대부분이 연초에는 공간 운영을 쉬기도 할 만큼 연말에 전시가 몰려 있는데, 이는 예술가 지원사업을 공모하는 시기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상 가능하다면 공모 시기를 적절히 배분해 인천 내의 공간을 쉬는 기간 없이 다양한 작품으로 가득 채워갔으면 한다.

작년 코로나로 인한 지원사업 중 창작공간지원사업이 있었는데 작업실의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다. 이 지원사업의 결과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서 올해도 가능하다면 유지되기를 바란다. 작업실 임대료는 생계유지 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지출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작품제작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다. 주거공간인 집에서 하기 힘든 작업을 작업실에서 진행할 수 있어 작품의 질을 높여주고 공간 자체가 작품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작업실 유지에 지출되는 임대료를 지원받아 고정적으로 나갔어야 할 금액을 저축해 개인전 대관비로 사용하거나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등 긍정적인 시너지로 발현되었다. 단순히 생계 유지비용이 아니라 작업을 할 때 들어가는 특정 비용을 지원받은 것이라 돈이 주는 책임감도 있었다. 임대료 지원뿐만 아니라 재료비 지원, 전시 대관비 지원 등 크지 않지만 작품 활동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생겼으면 한다.

예술가는 항상 불안함 속에서 도전을 거듭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도전은 개인적인 사정이나 생계유지 등 여러 가지 불가항력적인 요소들로 종종 가로막히고는 한다. 하지만 쏟은 노력이 부질없던 일처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다시 도전을 거듭할 수 있는 쉬어가는 시간으로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예술인들이 예술과 관련된 구직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관대한 시선을 가지고 언제든지 작품 활동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지원 사업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것이 예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예술과 거기에 종사하는 여러 직업군을 연결 짓는 허브(HUB)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이해미
94년생, 시각예술가. 인천대 및 대학원 졸업(서양화 전공). 주요 전시로 <생물멸망 시나리오>(망원 별관, 2021.1.15.~2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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