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코로나를 마주하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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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코로나를 넘어서기 위하여
2020년 2월에 시작된 코로나가 이제 해를 넘기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 중이지만 공동체가 집단면역을 얻기에는 갈 길이 멀다. 인천문화통신은 올 첫 번째 기획으로 ‘코로나’를 내세웠다. 지루한 싸움이지만 절대 지거나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코로나와 관련한 예술현장의 목소리를 듣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기획은 작년 인천문화재단이 발간한 코로나19를 감각하는 사유들의 연속기획이기도 하다.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청년 시각예술가와 예술 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 이후 인천시민들의 문화생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는 글도 실었다.

2021년 봄, 코로나를 마주하는 우리들
– 인천예술인 긴급생계지원사업 진행 경과 –

2021년 새해가 훌쩍 지나 봄이 왔다. 만 일 년이 넘는 지금까지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와 사투 중이다. 보이지 않는 이 바이러스를 피하는 최선책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과 집합인원 조정을 강제하는 정부방역지침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다중집합 형태의 행사와 공연, 전시도 방역지침에 포함되어 다수의 예술가는 제한적으로 관객과 만나며 일 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이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사회 각계의 취약 지점들을 목도했다. 어려운 상황은 여러 유형으로 드러났고 그로 인한 예술인들의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로 야기된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예술인 복지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으로서의 예술’의 범주에 속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천예술인 긴급생계지원’과 관련된 내용으로 한정해 이야기하려 한다.

2021년 인천예술인 긴급생계지원 접수창구(출처 :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 인천예술인지원센터’는 지난 1월 20일 인천시의 ‘코로나19 인천형 민생경제 지원 대책 발표’에 따라 1월 22일 ‘인천예술인 긴급생계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작년 4월 진행되었던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천예술인 긴급지원사업’에서 진일보된 형태로 준비되었다. 작년 사업의 경우 예술인이 속한 가구당 30만 원을 지급하는 총 2억 원의 규모였다면, 올해는 예술인 개인당 50만 원을 지급하는 총 20억 규모로 확대되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해당 사업의 대상 기준이었다. 예술인이 속한 가구 단위 총수입 중위소득 100% 이하로 구분했던 작년과 달리, 직업 예술인에 대한 개인별 지원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는 2020년 4월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부 내 ‘인천예술인지원센터’가 마련되며, 다른 직업 집단과 같이 사회보장 체계에서 직업 예술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하여 개별 예술인 지원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수행하는 역할 설정 덕분이었다.

처음 인천예술인 긴급생계지원사업을 마련하며 떠오른 가장 큰 쟁점 사항은 대상 예술인에 대한 설정 기준이었다. 여기에 긴급지원의 성격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원 접수와 선정 과정에서의 신속함은 기본값이었다. 신속하게 직업 예술인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는데, 이는 우리 인천만의 몫이 아니라 전국적 이슈이기도 했다. 직업의 범위로 예술가를 분류하는 ‘예술인복지법’을 근거로 해당 대상자를 추렸고, 2020년 12월 31일 기준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3,960여 명의 인천 예술인을 기준으로 사업이 설계되었다. 법으로 예술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제도적 차원에서 지원의 대상이 되는 예술인을 정의하는 기본 틀은 이미 ‘예술인복지법’으로 마련되어 있기에,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예술가에 대한 지위 향상과 복지 증진의 방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한 ‘예술활동증명’은 적합한 기준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예술인에 대한 기준 이외의 추가 고려 사항은 “인천 시민일 것”, 그리고 건강보험 자격 기준 중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는 제외할 것”이었다.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함은 너무나 당연하였지만, 나머지 하나의 조건이 쟁점 사항이었다. 바로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였는데, 1차 접수 후 부서 내에서 행정심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술계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오랜 기간 실연예술가로 활동한 예술인임에도 직장건강보험 가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그러했다. 실연 기회를 가지지 못해 파트타임 근로를 시작한 사례로 이해할 수 있었는데, 비록 직장가입자로 분류되었다 하더라도, 2020년 중에 직장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한 경우도 포함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선정했고, 최종 778명의 예술인이 1차 선정되었고, 777명이 교부를 받았다.

교부는 ‘인천예술인e음카드’에 50만 원의 캐시를 충전하는 방식이었다. 현장에서 수령하자마자 바로 사용가능하도록 빠른 지원이 가능했던 데에는 인천시에서 탄탄하게 구축해 운영해 온 ‘인천e음카드’의 영향이 컸다. 지역경제 내에서 환류되는 지역화폐의 가장 선진적 모델인 ‘인천e음카드’의 확장성을 기반을 둔 ‘인천예술인e음카드’ 사업이 구축되어, 이를 기반으로 향후 ‘인천예술인e음카드’의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추가적인 혜택의 적용이 가능하다. ‘인천예술인e음카드’는 기존 ‘인천e음카드’에서 제공하는 5%의 캐시백에 3%가 추가로 적용된다. 2021년 3월 현재 ‘인천예술인e음카드’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950건 가량 발급되었다.

인천예술인e음카드(출처 : 인천문화재단)

설 연휴 전 교부를 목표로 긴급생계지원사업 1차 접수가 5일간 진행되었다. 이 기간 총 934건이 접수되었는데, 보통의 예술지원사업 1일 평균 접수 건이 50여 건인데 비해 보아도 일 평균 30% 이상 높은 접수 건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일반 예술지원사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접수와 선정 및 교부를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목표하는 인원을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는 2차 접수가 진행 중인데, 이번에는 ‘예술활동증명확인서’ 발급자뿐 아니라 ‘예술활동증명확인서’ 발급 신청 중에 있는 예술인까지 지원 가능 대상자로 포함했다. 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미처 ‘예술활동증명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예술인을 대상으로도 예술활동증명 신청 안내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타 지자체들 역시 ‘예술활동증명확인서’를 기준으로 긴급생계지원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확인서’ 발급 소요기간이 평균 10주~15주 이상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으로 긴급지원 공모 진행 회차 간 일정 간격을 여유 있게 확보해 추후 ‘예술활동증명확인서’를 발급받은 예술인들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인천예술인 긴급생계지원 교부가 다른 분야, 업종과 달리 다소 더디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앞서 말한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한 ‘예술활동증명확인서’ 발급의 영향이 크다. 인천 내에서 예술인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2020년 하반기로, ‘예술인 심리상담 프로그램 지원(2020.09~12)’과 ‘인천예술인e음카드 사업(2020.10~12)’으로, 사업의 수혜인원은 340여 명 수준이다. 이는 ‘예술인활동증명’이 인천 내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던 상황을 말해준다. 이어 2021년 예술표현활동지원사업에서 신청자격 기준 증빙자료로 ‘예술활동증명확인서’를 도입했고, 음악 장르만 살펴보면 접수된 사업 157건 중 33건(21%) 정도의 예술인이 ‘예술활동증명확인서’로 신청자격을 증빙해 신청했다.

앞으로 이 제도 안으로 더 많은 예술인들이 유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재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일원으로서 예술인이 다른 직업 집단이 누리는 복지혜택을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제도로 마련된 ‘예술인 복지법’ 제정의 핵심 취지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현재 예술인복지법을 보완, 예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 명확히 명시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마련된 제도의 유지는 물론이고 한 발짝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유연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2차 접수가 마무리되고 나면, 추가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사항들을 검토해 운영할 예정이다.

2021년 인천예술인 긴급생계지원 접수창구(출처 : 인천문화재단)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집단면역체계를 갖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 지난 3월 3일, 21대 국회에서 처음 <예술인권리보장법 공청회>가 열렸고, 1년 넘게 표류한 법안이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포괄적인 법률로서의 예술인권리보장법과 복지체계 내 대상을 정의한 예술인복지법의 정책 대상의 혼선이 점차 정돈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지원 현장도 발맞춰 준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직업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물론, 그들이 현재의 제도 안으로의 안착함을 지원함과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중이 안전하게 기존의 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프랑스의 ‘예술인고용보험’(엥떼르미땅)의 경우 1936년에 시작되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가입 대상자가 1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독일의 경우도 1982년 ‘예술인 사회보험법’을 제정하여 30년 넘게 예술인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른 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실행한 결과다. 한국의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된 해는 2012년, 그리고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된 지는 3개월이 지났다. 인천은 지난해 4월 예술인복지법을 근거로 예술인을 지원하는 인천예술인지원센터가 출범한 지 곧 1년을 맞이한다. 이번 긴급생계지원은 인천시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20억 원이라는 예산은 인천의 예술인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생각한다. ‘긴급’이라는 시의성도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예술 창작지원과 달리 예술인 복지 지원 정책이라는 시각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이 20억 원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논하기엔 조금 이른 시점이 아닐까. 예술계 내부의 직업적 다양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다양한 지원방법을 모색하는 것과 동시에 직업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지원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내기 위한 과제는 비단 재단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인천예술인e음카드’를 수령해 가며 전해주시는 짧은 인사 한마디로 재단 직원들은 큰 보람과 기운을 얻는다. 인천문화재단은 직업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법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천예술인과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박소현(Park So Hyun, 朴昭賢)
석사 졸업 직후 2008년 인천문화재단 입사, 현 창작지원부 부장.
타고난 일 복(福)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려 노력한다. 현장의 예술가들과 주변의 선후배 동료 모두 다정하고 활기차게 봄을 맞이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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