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의 방향을 묻다-시민이 중심인 아름답고 쾌적하며 재미있는 도시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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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의 방향을 묻다
시민이 중심인 아름답고 쾌적하며 재미있는 도시를 향하여

지난 7월 1일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카페 팟알에서는 <문화도시와 시민참여>를 주제로 지금종 강릉문화도시지원센터장의 특강이 열렸다. 이번 인천시민문화대학 문화예술특강에는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시민들이 발걸음 하여 문화도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초로 7개의 도시(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를 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하였다. 이후 2020년에 인천 부평구를 포함한 10개 도시(인천 부평구, 경기 오산시, 강원 강릉시, 강원 춘천시, 충남 공주시, 전북 완주군, 전남 순천시, 경북 성주군, 경남 통영시, 제주도 제주시)가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가운데, 지금종 센터장(이하 지 센터장)의 <문화도시와 시민참여> 특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문화도시란 무엇인가지 센터장은 먼저 문화사업으로 변질된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안타까워하며 문화도시의 개념을 되짚었다. “문화계획이란 도시의 경제, 교통, 조경, 환경, 관광, 토지이용, 건축, 주택, 도시설계, 도시안내 등 제반의 도시계획 내에 도시민의 삶이 투영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라는 비안칠리(F.Bianchili)와 파킨슨(M.Parkinson)의 정의를 빌어 문화도시란 문화적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이며, 아름답고 쾌적하며 재미있는 도시라고 개념지었다. 이 정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의 문화도시에 대한 시각은 협소한 수준으로 보인다. 문화도시는 기술발달로 인한 시공간의 압축,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산업구조변동으로 도시가 쇠퇴함에 따라 유럽에서 등장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각 지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유럽의 문화도시를 벤치마킹하였으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기 위한 사업으로 그 성격이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본질이 흐려진 문화도시사업에 대하여 지 센터장은 다음과 같은 목적과 목표를 제시하였다. 정주성과 삶의 질 제고, 인구유입, 창의적 인재양성, 대안적 경제모델 창출. 문화도시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포용력과 문화다양성 등 문화적 가치가 중시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따라서 문화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적 성격을 넘어 장기적 관점의 도시발전전략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현재의 문화도시사업 무엇이 문제인가우리나라의 문화도시는 유럽의 것을 벤치마킹하였지만 지방자치제의 등장으로 도입되었기에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지 센터장은 문화도시의 개념이 현실화되는 것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행정의 폐해를 꼽았다. 먼저 언급한 것은 탑다운(top-down) 방식의 수직적 사업실행구조였다. 문화도시야말로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여전히 지자체장의 정책적 의지가 하향식으로 전달되는 정책·공모사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도시가 문화사업으로 좁혀져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구조에서 도시민의 삶이 투영된 문화도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지적한 문제는 도시문제를 관할하는 행정 부처들 간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이었다. 이른바 ‘칸막이 행정’으로 불리는 이 폐해는 도시문제해결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도시의 발전을 저해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런 문화도시사업 문제점에 대한 그의 처방은 행정의 혁신이었다. ①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긴밀하게 소통하며 다층적인 협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②정부 부처와 민간전문가 사이의 거버넌스 구축하기 ③지자체 차원의 통합적 거버넌스 마련하기가 실현된다면 보다 나은 문화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도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그렇다면 지 센터장이 생각하는 문화도시의 방향은 무엇인가. 그가 구상하는 문화도시는 항상 시민을 향해 있다. 특강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참여가 재차 강조되었다. 과거부터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중앙정부 예산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접근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소외되어왔다. 그런데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그들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그 개념에 부합되며 나아가 도시 고유의 색, 즉 정체성을 갖게 된다. 문화도시는 지역사회에서 작은 결정부터 실천단계까지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참여의 내재적 동기가 유발될 때 시작된다는 것이 지 센터장의 생각이다. 시민들의 참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 센터장은 시민참여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문화도시의 미래, 비젼을 향한 의사결정 조직으로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제시한다. <문화도시추진위원회>는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시민-중간지원조직-행정-지역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거버넌스 플랫폼이다. 최근 문화도시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문화도시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 있다. 지 센터장이 있는 강릉에서도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조직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아직은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만큼 위원회 구성에 긴 호흡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와 이를 뒷받침하는 유연한 행정이 문화도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 만큼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문화도시추진위원회>가 조직되길 바란다.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고민들지 센터장이 말하는 문화도시의 핵심어는 시민참여였다. 이날 특강에 참석한 시민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대목 역시 참여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인천 시민들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활동기회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문화도시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참여방법을 몰라서, 활동의 장이 부족해서 또는 행정적 어려움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워킹그룹의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문화도시사업에 참여하는 워킹그룹들이 과잉대표되어있어 신인이나 청년 워킹그룹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지 센터장은 다양한 의견에 공감하며, 새로운 시민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기초문화재단들이 논의해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시민, 워킹그룹의 고민과 더불어 문화도시를 준비하고 있는 기초문화재단들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다. 2020년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부평구문화재단은 다양한 지역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부평에서 이것들을 이끌어내고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구하였다. 이에 지 센터장은 이미 조직화 된 특성들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였다. 연수문화재단의 경우, 워킹그룹 양성과제와 재단이 만나야 하는 시민들의 범위 설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지 센터장은 워킹그룹은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방향을 찾기 시작했을 때 재단이 필요한 부분들을 도와주면서 신뢰를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워킹그룹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재단이 만날 시민들의 범위에 대해서는 지역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포착한 뒤, 그 문제의 해결방법과 관련된 의제를 뽑고. 의제와 관련된 시민들과의 만남을 추천하였다.

이렇듯 문화도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논의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천이 문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에서 문화도시와 관련한 더 많은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라며 문화도시로서의 인천을 기대해본다.

*곽민지는 인하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기억의 공간’과 ‘국민교육헌장’ 연구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연령별 정치교육(민주시민교육)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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