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통신3.0 예술인 긴급 좌담회
코로나19와 우리, 예술인
4월 17일 오후 2시 인천문화재단 청사에서 예술인 4명(‘극단 10년후’ 대표 송용일, ‘예술숲’ 대표 김면지, ‘루체뮤직소사이어티’ 대표 안희석, 화가 박상희)과 코로나19 관련하여 좌담회가 열렸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코로나19에 관한 내용만 정리하였다. 논의는 크게 3가지로 진행되었는데, 첫째, 코로나19 피해사항, 둘째, 인천문화재단을 비롯하여 인천시에 건의사항, 마지막으로 코로나19이후 예술계에 대한 전망이다.
송용일 : 우리 극단의 피해상황으로 시작하지요. 우리 극단은 3·1절 행사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행사 자체가 취소되면서 우리도 행사에 참여 못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이 없어지다 보니 배우들이 식당 알바, 대리운전, 새벽 택배 등 생계를 위해서 다양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극단도 우리 극단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극단 배우들과 자주 연락도 못하고 있습니다. 극단이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죠. 연습실 월세는 계속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연을 못하고 있어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공허한 상태입니다.
안희석 : 클래식 음악 경우 상황을 먼저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작년 연말에 확보한 예산으로 1/4분기를 보냅니다. 3월 정도 되면 상반기 공연을 위해서 계약을 맺기 시작합니다. 공연은 평균적으로 4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늘어갑니다. 우리 단체는 취소된 공연은 없지만, 상반기 공연 계약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추측건대 추석 전까지 이런 추세, 즉 공연이 없게 되면, 지금보다 앞으로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시혜성 행사를 제외하면 과연 공연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극단 10년후’와 비슷하게 저희도 연습실에서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멈춘 상태이고, 역시 월세만 나가고 있습니다. 일부 단원과 클래식 연주자들이 예술강사로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기본적인 소득을 확보했는데, 현재 거의 모두 중단된 것으로 들었습니다.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면지 : ‘예술숲’의 경우 4월 말에 극장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그 극장과 계약서를 미리 쓰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공공기관에 행사 입찰에 참여했는데, 아직까지 선정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확실히 ‘루체뮤직소사이어티’처럼 우리도 작년에 축적했던 예산으로 1/4분기를 버텼는데,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4월 실무 인력 인건비를 충당할 예정입니다. 저희는 주식회사여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의단체로 2~30년 활동을 했던 단체들은 대출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보다 더 열악한 상황입니다. 언제 다시 공연들이 시작되어 예술계가 활발하게 돌아갈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점을 모르니 더 불안합니다. 전통분야에서 개인 레슨을 하는 연주자들도 많이 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력하게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 레슨조차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상희 : 공연분야는 조직이 있어서 함께 어려운 점을 타개하려고 노력한다면, 시각 예술분야는 개인으로 하는 활동이 많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각 분야 안에서 또한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제가 시각예술가 모두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제가 경험한 부분들 안에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술강사의 경우, 수업이 없기 때문에 시수가 많이 줄 것이라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것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참여하기로 되어 있던 3, 4월 전시가 모두 연기가 되었고, 언제 다시 시작한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계획을 짤 수 없습니다. 국내 옥션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홍콩 옥션도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주 유명하지 않은 개인 작가들이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술 시장이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들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 예술가의 경우 해결책이나 해결을 위해 논의하는 구조를 갖기 어렵습니다. 특히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함께 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연처럼 함께 예술을 하는 장르에 있는 분들에 비해 소외감이나 공허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김면지 : 개인 작업하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단체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도 동일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두 가지 차원에서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우리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예술가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전문공연예술인의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참여는 개인으로서 가능합니다. 전문공연예술인으로 시작했지만, 분야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서 앞으로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다른 차원으로 재단에게 건의할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반기에 공연장 잡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몇 몇 공연장을 방문해서 문의를 했지만, 공연장 담당자도 확답을 해주지고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원사업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올해 사업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공연 일정과 정산 일정을 내년 3~4월정도로 연기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희석 : 저는 작년에 재단에서 운영했던 문화포럼 예술창작분과에 참여했습니다. 그 곳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제안했던 것 중 하나가 가칭 ‘인천예술인복지센터’였습니다. 예술인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복지, 예술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부분들에 대한 의견 수렴 등 예술인 복지에 대해서 천천히 점진적으로 그러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관이 인천문화재단 내에 만들어지기를 제안했습니다. 상반기에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인천문화재단이나 인천시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속도를 더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속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김면지 : 코로나19 사태에 인천문화재단이 대응하면서 여러 사업들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몇 가지 부분은 보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공연을 위해서 다양한 스태프들이 있습니다. 이 스태프들도 현재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인천에서 대부분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문제로 인하여 인천에 살고 있지 않는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이들 역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단체에서 누구는 지원을 받고 누구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안희석 : 증빙이 어려운 예술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의 경우 리플릿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은 지휘자 등 몇 명만 올리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프리랜서 연주자가 만약 계약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사실 자신의 공연 실적을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이 애매해집니다. 이런 연주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서 예술가들에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교육이 지속적으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교육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안맞으면 들으러 갈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재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지원책도 글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재단에 지원사업을 받아 본 사람들의 경우는 문제없이 지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예술인들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려주면, 많은 예술가들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지원사업 프로세스에 대한 동영상, 계약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한 동영상 등 예술가에게 필요한 많은 동영상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박상희 : 정보가 잘 소통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현재는 재단 홈페이지, 카카오 프렌즈 정도가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잘 못하는 분들에게도 정보가 잘 흘러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각 분야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현재 작품 판매가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시가 거의 미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공공기관, 기업 등과 협의하여 예술가들의 작품을 대여하거나 전시하는 사업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시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보여질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작품이 판매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작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온라인 전시와 함께 판매가 이루어지는 온라인 사이트가 운영되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술판이 좀 더 활성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송용일 : 예술인들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적 고민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의 경우는 이 제도에 대하여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희석 : 작년 인천문화포럼 예술창작분과에서 예술인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오늘 나누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작년 예술창작분과에서 나왔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좌담회, 포럼 등 논의는 많이 되지만, 그 논의된 내용이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작년 인천문화포럼에서 나왔던 결과물을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가 지금의 상황과 대조해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주면 좋겠습니다.
송용일 : 오늘 우리가 얘기해야 할 마지막 주제가 코로나19 이후 예술계를 전망하는 것인데, 전망이 잘 안됩니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연계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연극은 공연장에서 사람을 모아놓고 해야 하는 공연업인데, 관객이 없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영상이 대세가 된다면, 연극은 무엇을 할 수 있지? 연습하는 과정을 유튜브에 중개할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쉽지 않습니다.
안희석 : 송대표님의 이야기에 공감이 됩니다. 공연예술계에서 현장의 감동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토대로 한 매체를 통해서 관람하는 것이 새로운 유형의 소비 방식이 되었습니다. 지금 10세의 아이들의 경우,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10년 후에 20살이 되었을 때, 그들에게 뭐가 더 익숙할까요? 현장에서 공연을 보는 관람하는 행위와 온라인을 통해서 집에서 관람하는 것 중에서 말입니다.
저는 2012년부터 온라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준비를 했습니다. 준비하고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것은 콘텐츠의 우수성에서 유래한 싸움이 아니라, 자본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드가 높은 공연자들이 높은 비용을 들여 좋은 퀄리티의 음질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서 그 콘텐츠를 유통시킵니다. 그 자본력을 우리와 같은 작은 단체들은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박상희 : 자본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합니다. 또한 시장이 축소되면 축소될수록,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분들의 작품만 관심 받게 됩니다. 예술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나오기 위해서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작가들만이 생존했을 때, 훗날 더 비극적인 결말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이 넓은 안목에서 순수 예술의 토대를 지켜나갈 수 있는 지원정책을 잘 수립하여 실행해주길 기대합니다.
김면지 : 공연예술은 현장성이 중요함으로 온라인 공연이 공연예술의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로 옮겨가면 편집으로 인한 현장성이 줄어들고 라이브인 경우에도 현장성을 살리기 위한 영상장비 등의 비용 부담감이 가중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는 방송국, 국공립단체 등에 비해 자생력이 떨어지는 민간단체가 콘텐츠가 아닌 그들의 자본과 경쟁해야 되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예술적 측면으로도 다양한 장르적 융합이 강제되어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송용일 :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이 이런 예술가들의 고충을 알아주고 함께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안희석 : 공공기관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주십시오” 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고 노력하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겠지만, 공공기관에서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그런 말을 듣고 웃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