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유세움 (인천시의원)
마음 편히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은 몇이나 될까? 개인적으로는 예술의 가치를 평하기 전에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이들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 이들은 충분히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자의적인 선택에 대해 국가나 사회가 보호할 필요가 있냐고 묻기도 하지만, 한 국가, 한 사회가 생성될 때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문화 예술의 중요성과 그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당면한 과제에 대해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을 내보고자 한다.
코로나 19, 신종 플루,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비롯한 국가적 재난들로 인해 전 분야에 걸쳐 어려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어려움이라고 부르기엔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다. 경제적 순환 활동은 냉각이 되어가고 있고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고 보이는 점은 희망적 메시지를 통해 이 사태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힘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대비를 하고 있었나에 대해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예측 가능한 부분들에 대해서 어려움을 완화 시킬 수 있는 매뉴얼에 대해서 말이다.
사건과 사고, 질병 등은 과거 몇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위협을 해왔고,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과거보다 체감의 속도와 깊이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것들은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하여 곳곳에 영향을 끼치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것 같이 빠르고 무섭게 다가온다. 산업의 많은 분야들을 비롯해 예술계도 이것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이때에 행정의 역할과 제도의 기능이 상당히 필요한데, 그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에 분주해 진다. 그전에 이 부분들이 마련되었으면 어땠을 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가까운 2019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2020년 코로나 19는 예술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날마다 공연과 전시 취소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고 공연장과 전시장에는 ‘휴관’이라는 안내문이 붙기 시작한다. SNS에는 계약이 취소되었다는 포스팅들이 줄을 잇고, 오가는 근황은 위로로 시작이 된다. ‘취소’는 했다지만,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준비한 예술인과 기획자, 제작자는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린다.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사태에 대한 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수없이 해왔다. 2019년 인천시의 문화 체육 관광국의 업무보고 당시에도 몇 차례에 걸쳐 제안과 질의를 해왔으나, 펀치는 허공을 가르며 무위에 그쳤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그 공감대를 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비단, 이뿐이랴 문화 예술 활동이 조금이라도 중요도에서 우선순위에 있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씁쓸한 현실만을 인정해버리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비책 없이 취소가 되는 사업들이 계속 된다면, ‘예술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경제 활동의 전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대부분이 프리랜서인 예술계에서는 1년에 몇 개 안되는 일거리가 통째로 날아간 일일 수 있다. 더 이상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말이다.
그 수많은 상황을 경험해 왔음에도 매뉴얼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부분들은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예술계와 얽혀 있는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보호 장치 또는 완충 장치의 마련이 지금이라도 반드시 마련되어져야 한다. 최소한의 정책적 방어막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재난ㆍ질병 피해에 대한 문화 예술계 안전 보험 가입>이다. 공기관의 주최ㆍ주관으로 이뤄지는 행사들이 각종 재난과 질병으로 인해 취소가 되었을 때, 계약금의 일부분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마련했으면 한다.
대신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은 계약의 시기가 있을 것이고 재난의 판단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갖춰야 한다. 가끔 일주일 전, 당일에 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연계에서는 사전 계약금에 대한 지급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 (특히, 순수 예술 분야에서는) 계약금을 지급할 수 있는 행정적인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보험의 가입은 지자체에서 일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며, 예술가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인천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천 시민 안전보험>을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물론, 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면밀하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보험과의 협약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지에 대한 논의도 긴밀히 이뤄져야 하며, 현장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현실적 방향을 이끌어내는 소통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자리를 잡고 실행이 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동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인천광역시 문화예술후원 활성화 지원>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필자가 현재 준비 중인 조례이기도 하다. 이 정책의 마련은 그동안 기업 또는 개인의 문화 예술 후원은 다분히 선언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이 조례에는 기업과 지자체의 5대 5 매칭 지원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 기업이 예술 단체(예술가)에게 100원을 지원한다면, 지자체도 100원을 단체에게 지원을 하여 200원으로 연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 이때 매칭된 예술 단체(예술가)는 인천시가 주관하는 지원사업에서 일부 배제를 하여 타 지원 사업과의 중복을 방지함으로 불평등을 해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조례의 경우에는 인천지역 내에서 전무하다시피 한 메세나 활동을 촉진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이 예술 단체(예술가)에게 지원을 한다면 해당 기업에도 세제 혜택 또는 인천광역시 인증 기업의 형태로 기업에도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 정책적 조례가 자리를 잡아 나간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 순간이 닥쳐도 피해의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망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할 것이다. 메세나의 활성화는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정확한 실천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를 독려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메세나 활동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깊이 고민을 해왔었다. 현장에 있을 당시에도 메세나를 유치해보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대체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 메세나에서도 발생하는 빈익빈 부익부도 존재하고 있다. 거대 기획사 또는 인지도 높은 예술가들에게만 편중되어 중앙 메세나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만이라도 지역의 문화 예술 활동을 활성화하고 발전하는 데에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게 지역과 문화, 기업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마련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기도 하다.
문화 예술계는 질병과 사건, 사고 뿐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위기 상황에 쳐 해있다고 본다. 위기의 정도가 다를 뿐 항상 아프고 힘들다. 아프고 힘든 가운데 사건, 사고가 생기면 더 아프고 힘들어 질뿐이다. 그저 이 상황이 나아지겠지 라는 일말의 희망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 예술은 행복하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참으로 모순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은 다른 사람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데, 정작 예술가의 행복은 깊지도 길지도 않다. 그래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 예술은 시대를 비추고 사회에 여러 색으로 덧칠을 한다.
지금의 위기, 앞으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술 현장에 있어보지도 않은 몇몇이 만들어가는 정책과 제도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바늘로 동굴을 파는 심정일지라도 목소리를 모아주길 바란다.
유세움
인천광역시의회 시의원(문화복지위원)
인천출신, 초ㆍ중ㆍ고등학교 시절 풍물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전문 국악 타악 연주자로 활동을 해왔으며, 2011년 문화공작소 세움을 설립하여 한국 음악과 대중음악, 서양음악의 영역을 넘나들며 문화 기획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이력으로는 세계사물놀이겨루기 대회 금상, 전주 소리프론티어 소리축제상 등이 있으며, 16개국에서 해외 투어를 기획하고 연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