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과 도시 인천에 거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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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영화의 흥행에는 특이한 경향이 있다. <동주>, <귀향>, <곡성>, <아가씨>,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이 리스트를 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그렇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두드러지게 영화 속에 녹아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작년에 흥행했던 <암살>과 <연평해전>을, 곧 개봉할 <밀정>을 얹으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암살>, <동주>, <귀향>, <아가씨>, <덕혜옹주>, <밀정> 등은 일제강점기의 반일 정서를 토대로 하고,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 등은 분단 시대의 국가주의를 토대로 한다. 과거의 민족주의와 현재의 국가주의가 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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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강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지금 극장가를 지배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답은 2016년이라는 현 시기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하는 시기라는 것 정도이다. 그런데 이 답이 이상한 것은 TV 드라마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이나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에 수출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즉 중국이나 일본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내용으로 제작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드라마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에 거의 수출이 되지 않는 영화는 국내 관객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다 보니, 게다가 극장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회수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강하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전자의 영화들은 좌파적 민족주의에 기대고 있고, 후자의 영화들은 우파적 국가주의에 기대고 있다. 이제 극장가에도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해야 할 판인데, 인천을 소재로 한 두 영화는 우파적 국가주의를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아마 인천의 고민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천이 전쟁의 상징이 되고 대립의 상징이 되고 있지만, 그것을 반공영화적 이분법으로 다루고 있다면, 마냥 지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 사람들이 오히려 <인천상륙작전>을 다른 지역보다 덜 관람했다는 기사가 인천 지역의 신문에 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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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왜 인천사람들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덜 본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에 있을 것 같다. 한국영화사를 보면,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고 흥행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규모 인원과 자본이 투입된 1965년작 <인천상륙작전>은 흥행에 실패했고,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아벤고 공수군단>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미국 감독인 테렌스 영이 연출한 <오! 인천>(1982) 역시 흥행에 참패했다. 영화적으로 보자면,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수준 높은 기술력으로 스펙터클을 재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합군이 지휘한 작전을 한국에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한 영화를 만들게 되면 필연적으로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반공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당연히 맥아더를 영웅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천의 사람들의 인천 이야기’가 영화 속에 녹아들 틈이 없다. 가장 큰 고민은 여기에 잇다. 가령 실제 작전을 수행할 때 월미도에 살았던 주민들은 3일 동안 지속된 네이팜탄 투하 때문에 인천이나 영종도로 피난을 갔고, 작전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미군이 길을 막아 가지 못했다. 즉 주민들의 무고한 죽음과 피해가 있었지만, 영화에 그것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 넓은 시각에서 봤을 때,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한국전쟁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러니 인천상륙작전의 소중함을 다시 말해 무엇하겠는가마는 그렇다고 인천의 속살이 영화 속에 없어서는 안 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마찬가지다. 작전의 성공을 위해 조직된 특수 부대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즉, 첩보전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적당한 가족 멜로 코드를 지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스펙터클로 승부하는 전술을 택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이 전술이 통했는지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로는 최초로 흥행에 성공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거의 7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지금까지 이 영화를 관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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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영화를 두고 다시 이념 논쟁을 벌이며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지만, 지금 인천에 필요한 것은 그런 편 가르기가 아니라 인천상륙작전을 어떻게 역사화하고 다시 현재화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 영화의 제작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의 영상위원회가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인천을 상징하는 곳이 월미도였으니 월미도를 다시 조명 받게 하는 것도 지자체에서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 다만 인천시에서 영화 흥행에 힘을 받아 국가주의적 시각으로만 상륙작전을 테마화하는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하고 싶다. 인천의 정체성이 들어가야 하고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간 인천상륙작전을 이야기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영화 <인천상륙작전>처럼 논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천의 고민과 고뇌가 들어간 인천상륙작전을 스토리텔링 해야 하고, 테마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천은 여전히 분단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월미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눈앞에 월미도를 둔 맥아더 동상이 우뚝 서있는 자유공원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역사지만, 현재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서해 5도가 인천에 있다. 이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인천이 만들어가길 많은 사람들은 원하고 있다. 분단과 대립의 시대를 넘어 평화의 시대로 가는 길을 인천에서 시작하기를 나는 간절히 희망한다. 인천은 그럴 자격과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강성률(영화평론가, 광운대 교수, 문화의 길 총서 ‘영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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