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인천 왈츠 <보물지도>를 경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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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에서는 인천왈츠에 참여해 주셨던 분들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문화예술로 생업을 선택하신 분들의 이야기까지 예상하지 못한 그들의 변화된 삶을 들려주셨습니다. 문화통신3.0에서는 인천왈츠를 스쳐갔던 많은 인연 중에 2017년 시민들과 함께 <보물상자>를 연출하셨던 송용일 연출가님과 2018년 <강화 1866 삼랑성분투기>에서 탐사단 역할을 맡았던 박소영 님을 만났습니다. 인천 왈츠에서 지난했던 그들의 경험과 무대 이후에 전개되는 삶의 이야기를 문화통신3.0 독자들과 공유해 봅니다.

 

 

2017년 인천왈츠 시민창작 뮤지컬 <보물지도>가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송도 트라이볼 공연장에서 개최되었다. 이 작품은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행사로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극본을 만들고 시민들이 배우로 참여한 공연이었다. 본인은 이 행사에 연출로 참여하고 고동희, 최종혁, 김정열 씨가 각각 대본, 작곡, 안무에 참여하였다. 그 외에 극단 십년후가 주관으로 함께하였다. 그 결과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성공리에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공연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새삼스레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 연출제의를 받았을 때 이런 걸 왜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다. 공연 문화의 대중화? 기성극단들의 불신? 과연 누굴 위해서? 등 의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인천왈츠는 올해 10년차가 되었다고 한다.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은 채로 인천왈츠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반응에서 긍정의 답을 찾고자 한다.

인생에서 누구나 20대 후반과 30세 전후로 원하는 길과 가야 할 길 사이에서 선택해야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원하는 길은 멀고 안개 낀 첩첩산중이라서, 대부분 먹고살기 위해 보이는 길을 택한다. 이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여 누구든 가던 길을 선택하지만, 항상 가지 않는 길에 대한 동경은 남아있다. 이는 인천왈츠에 참여한 나이 든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물론 무대 경험을 하고자 해서 참여한 젊은 그룹도 있었다.) 특히 70대 허노인 역을 맡은 배우의 참여 동기는 더욱더 그러하다. 아마 참여자 대다수가 그런 막연한 동경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배우와 연주자로 모집하여 <보물지도>라는 뮤지컬 공연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엑스트라가 아닌 주연과 조연으로 무대에 서면서 관객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낸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이다.

2017년 7월 즈음에 참가자 공개 모집을 했었다. 많은 참가자가 신청하여 일정 비율을 탈락시켜야 했지만 참여 동기를 읽어보니 누구를 선별해서 탈락시킨다는 게 죄짓는 느낌이었다. 연습 과정에서 또는 배역 결정에서 이탈자가 생길 것이라 예상되어 실력보다는 참여자들의 의지를 주요하게 반영하여 모두 합격시켰다.

무지하게 더운 날, 금쪽같은 토요일 휴일을 이용하여 우리는 연습에 돌입하였다. 서로를 알기 위한 연습부터 누가 어떤 소질과 개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탐색 작업이 초반에 시작되었다. 하나 배우로 무대에 선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모두가 의욕은 충만했지만, 마음 따로 몸 따로 움직였다. 배우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몸소 느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11월 공연이 가능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전문 배우는 아니더라도 보는 관객들에게 실망은 주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주 1번, 한 달에 4번의 만남으로, 라이브 뮤지컬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림없어 보였다. 정해진 극본이 없으니 모든 것이 올 스톱 상태였다. 미리 극본이 정해졌으면 계획을 세울 수 있었을 텐데 인천왈츠 취지에 맞게 극본도 시민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언제 극본을 쓰고 연습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우선 첫 번째로 무엇을 이야기할지를 참가자들과 의논하기 시작했다. 소통, 화합, 사랑, 등을 담은 우리 동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들이 주민이고 주인공이니까 자연스럽게 내용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참여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고동희 작가의 1차대본이 어렵게 나왔다. <보물지도> 소재는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모두를 아우르기에는 정리가 필요했고 여러 번 각색을 거쳐야만 했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초조와 불안의 연속이었다.

9월에 들어서야 겨우 극본의 틀이 잡아갔다. 작곡가 최종혁 선생님께 신속하게 극본을 전달했다. 눈치 빠른 최종혁 선생님은 몇 가지 무리한 부탁에도 이러한 모든 상황을 간파하고 신속하게 좋은 곡을 만들어주셨다. 이래서 관록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뮤지컬의 생명은 음악인데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때부터 연주팀도 할 일이 생겼고 참가자들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배역 결정이다. 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극본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주연과 조연 선정은 필수다. 역시나 배역에 불만은 품은 이탈자가 나오고 사정이 안 좋아져 중도 탈락자도 생겼다. 예상했던 바라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대략 40여 명 정도를 정예 멤버로 두고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었다. 배역을 맡은 이상 이제부터 빠지면 전체 진행에 누가 된다고 몇 번을 역설하였지만. 휴가철 가족여행과 바쁜 회사업무 등으로 더는 연습하기 어려운 참여자가 나왔다. 오죽하면 안무 선생님은 단체 군무에서 몇몇 배우를 빼야했었다. 한 달에 4번밖에 모이지 않아 한번 빠지더라도 공연 내용의 절반이 지나간다. 불가피하게 배역을 이동하고 없던 역할도 새로 생겨나고 적극적인 참여자를 중심으로 인물도 바뀌어 갔다. 배우에 인물을 맞추다 보니 매주 대본이 바뀌는 상황으로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10월에 들어서 포스터가 나오고 언론에 보도가 되자 모두가 조금씩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대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과 초조함이 드러났다. 자진해서 휴일뿐만 아니라 평일 밤에도 연습에 매달린다.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출처 :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출처 :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그랬던 찰나에 주요배역을 맡은 한 배우가 연락이 안 되더니 회사 사정상 더 이상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올 것이 온 느낌이다. 마음과 현실이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말도 못 하고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안타까웠다. 결국 긴급 처방으로 숙련된 배우로 교체했다. 공연 하루 전 무대장치가 들어서고 조명이 설치되었다. 마지막 리허설을 마치고 나서야 이 정도면 되었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우려는 기우로 바뀌어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성공리에 잘 마무리되었다. 많은 관객의 박수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연장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등 서로 부둥켜안고 지난 과정에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장 6개월에 걸친 긴 여행이 끝이 났다. 아직도 카톡 단체 방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공연을 함께 보러 가기도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갈증은 해소되었을까?

재작년 인천왈츠를 경험하면서 대학 시절에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연극은 내 인생에 있어서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라며 마치 돈키호테처럼 젊음 하나를 가지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이 짓을 해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지를 하루에 12번 생각해야 하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서른을 넘기고 나서야 연극인의 길을 결정했을 때 내 삶은 고난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연극이란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라는 어떤 배우의 말처럼 연극을 한다는 것은 인생 전부를 걸지 않지 않으면 안 되는 도박과도 같았다.

배우를 하려 한다면 생각하길 바란다. 연극 그 자체를 추구하는 마음이라면 그는 언젠가 배우가 되어 있겠지만 주목받는 스타를 꿈꾼다면 연극은 배우라는 간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허망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 인천왈츠를 통해 참여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세월이 바뀌고 시대가 바뀐다고 연극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번 인천왈츠 경험을 통해서 현실과 이상을 구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후 인천왈츠 뮤지컬 <보물지도> 작품은 2018년 극단 십년후에서 <신포동 장미마을>이라는 연극으로 재탄생 되었다. 인천연극제에 참가하여 대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연극제에 인천 대표로 출전하여 은상을 수상했다. 또한 참가자 중 일부는 본격적인 배우를 해보겠다고 극단에 찾아와 함께 공연하였다.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한 인천왈츠는 공연을 통해 참여자들에게는 배우의 갈증을 해소하고 극단은 신작을 선사하고 동시에 인천공연예술의 다양성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출처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송 용 일 (宋鏞日. SONG YONGIL)
* 2000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연극전공)
“무대미술의 한국적 양식화”- 창극 춘향전을 중심으로 논문발표.
* 2001년 일본 일본대학교 연극영화과 객원연구원 수료.

* 1997–2003년 대경대학. 중앙대학. 청주대 연극과 무대미술 출강(7년)
* 2003–2007년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연극과 겸임교수(4년)
* 2007–2008년 중국 연변대학 연극과 초빙교수(1년)
* 2009—2012년 인천대학교 출강.(4년)
* 현 극단“십년후” 대표및 상임연출.

* 제 3회 대한민국연극제 : 신포동 장미마을 은상수상 ( 2018년)
* 제 1회 대한민국연극제 “ 배우우배” 은상수상(2016년)
* 제 24회 전국연극제 “사슴아 사슴아” 대통령상. 연출상 수상(2004년)
* 인천 연극제 연출상 및 대상 수상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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