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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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하나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왜 축제가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축제를 통해 무엇을 얻는지 등 사람마다 다른 생각들이 표출된다. 이렇게 사람마다 생각이 다양한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축제에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월 12일(금)~14일(일) 아트플랫폼과 신포동 공간에서 개최된 2018 인천개항장예술축제도 복잡한 과정을 겪었다. 기존 지역주체들과의 관계성은 어떠한지, 기본적으로 지원의 역할이 큰 재단에서 왜 직접 축제를 열어야 하는지, 짧은 시간 안에 축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등을 논하는 간담회와 자문회의가 몇 차례 이어졌고 다양한 주체들과 비공식적인 자리도 많았다. 순조롭게 의견이 일치하기도 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논의와 과정을 무수히 거쳐 축제를 열게 됐다.

 
<2018 인천개항장 예술축제> 포스터   2018 인천개항장 예술축제 간담회 진행

이번 축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체와 함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런 만큼 의견이 일치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가급적 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반영해 축제라는 그릇에 담으려 노력했다. 이 부분은 저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려 했다고 자평한다.

따라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주체들이 함께했다. 크게 음악과 무용으로 구성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클래식과 합창·재즈·뮤지컬·록·힙합·포크·현대무용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용·스트리트댄스·타악·전통연희 등 프로그램이 아주 많았다. 장르가 다양한 만큼 신진예술가와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중견 예술가 단체 등 참여 주체의 폭도 넓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백화점 나열식의 프로그램 구성이라 말할 수 있다. 100퍼센트 부인할 수 없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갖는 기분을 이번 축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어 아빠는 클래식을, 엄마는 뮤지컬을, 자녀들은 스트리트댄스를 좋아하는 가족이 축제를 찾았을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특정 주제로 구성된 연극 또는 영화 축제도 의미와 재미가 있지만, 축제들에는 저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겠다.

타악 퍼포먼스 아작

극단 십년 후

프로그램들을 간략히 들여다보면 첫째 날에는 화려한 연출과 힘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타악퍼포먼스 아작’의 공연을 시작으로, 근대양악과 인천이라는 두 가지 소재로 짜임새 있는 공연을 보여주는 ‘인천 콘서트 챔버’, 정상급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및 오페라단의 무대, 인천의 성냥공장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뮤지컬 갈라 콘서트가 이어졌다.
둘째 날에는 ‘재즈와 스윙’ 그리고 ‘클래식과 무용’을 주제로 했다. 각각 야외와 실내로 구분해 야외에서는 신진 재즈밴드와 관록 있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재즈오케스트라,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록 밴드, 멀리 뉴욕에서 건너온 빈티지 재즈 팀이 함께 공연했다. 또 실내에서는 실내악 4개 단체와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프로젝트 반

마지막 날에는 ‘인천의 젊은 예술’이라는 주제로 여러 단체가 참여했다. 특히 실내에서는 인천의 젊은 무용인들 공연이 한 무대에 올랐다. 평소 접하기 힘든 현대무용 공연과 인천을 대표하는 실내악 단체 공연을 한자리에 모았다. 신포동에서는 이 밖에 적게는 몇 년 많게는 35년이나 된 멋스러운 공간에서 포크와 재즈, 록을 중심으로 클럽공연도 열렸다.

축제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場)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해 여러 의견을 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와 의견은 많을수록 좋다. 새롭게 만든 축제들은 상대적으로 신도심보다 원도심에서 힘든 과정을 겪는다. 왜 그럴까?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많고 적음 때문일 것이다. 땅을 일구어 새롭게 조성된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고 뭐라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다양한 정서와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원도심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는 시작부터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그렇게 진행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축제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내야 한다. 단 한 사람의 의견과 추진력으로 만든 축제는 그 생명력이 그다지 길지 않다. 앞으로도 이어질 인천개항장예술축제도 절대 재단만의 의지와 추진력으로 되지 않는다. 일단 판(板)을 만들었으니 그 판 안에서 함께해야 한다. 지지고 볶으며 머리를 맞대고 언성을 높여 내 주장을 펼치면서도 타인의 주장 또한 들어줘야 한다. 시작과 과정에 부족함이 있었지만 이러한 판의 역할을 인천개항장예술축제가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축제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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