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손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생활문화 “우주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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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인 프로젝트? “우리가!주최한다!인천에서!”
“우주인 프로젝트”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나사(NASA)에 보내주려나? 우주를 탐구하나? 이런 막연한 우주에 대한 질문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설마 누가 “우주인 프로젝트”가 생활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는 이름 “우주인 프로젝트”는 2017년 인천문화재단에서 시작되었다.

▶ 나 그리고 네가 주인공이야! ‘우주인 프로젝트’ 탄생기
생활문화에서 주인공은 문화전문가도 예술가도 아니다. 주인공은 누구나이다. 현재 ‘생활문화’하면 대부분 동아리라고만 생각하는 인식의 한계에 닿아있다. 생활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 동아리 지원의 프레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그렇다면 생활문화를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생활문화의 본질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까?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보았다. 공급과 수요가 모두 시민의 손에서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생활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시민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끌어올 수 있을까? 시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신나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장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 범위에서는 어떤 기획이라도 가능해야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다고 믿었다. 기존에는 기획자의 주도하에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구조였다. 그래서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정해진 주제, 정해진 이야기를 탈피하고 시민의 개인적인 취향을 아우를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찾아 헤맸다. 사실 이렇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시민이어야 하고, 관리자는 최소한의 개입만 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구조로 인해 우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발적인 시민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앞으로 생활문화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매일 밤낮으로 끝없는 질문을 던졌다.

“심의자의 개입 없이 선정할 방법이 없을까?”
“지원금도 펀딩으로 가능할 수 없을까?”
“매일매일 선정할 수 없을까?”
“누구나,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생활문화 플랫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원 규모도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될까?”

이 치열한 고민과 질문의 끝에 홈페이지도 개편하면서 드디어 우리가 주최하는 “우주인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우주인 프로젝트”의 시작
고심 끝에 ‘우주인 프로젝트’는 많은 제한 조건을 풀었다. 시민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서류를 최소화했다. 또한, 기획실행을 인천에서 하는 조건이라면 인천 뿐 아니라 타 도시 시민, 심지어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 대상자를 확대했다. 예산 작성에 대한 별다른 형식도 두지 않았다. 오직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좋다는 폭넓은 모집이 시작되었다. 이런 열린 구조를 통해 이 사업의 의미와 취지를 이해하는 멋진 기획이 단 한 건이라도 실현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생활문화 본질에 맞는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흥분감이 함께 했다. 

그렇게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원서류를 기다렸다.
“이것도 되나요?” “저도 가능하나요?”
기다리면서 가장 많이 받은 종류의 문의 전화이다. 처음에는 예상과 다르게 오히려 다양한 범위,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 오히려 지원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자율성에 지원자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처음 접수된 서류에는 재미있고 웃음이 나는 기획, 실현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기획, 그리고 뿌듯한 마음에 미소가 나오는 기획까지 정말 다양하고 기발한 기획이 담겨있었다.
그중 우주인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는 지원자를 마주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심의를 거쳤다. 심의위원은 먼저 기존 지원사업을 고려해 우주인에서만 가능한 기획을 간추렸고, 시민들의 열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정말 구현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기획, 신청금액이 단 40만 원인 기획, 기획서 작성 방법을 몰라서 두 줄만으로 내용설명을 끝낸 가정주부의 기획까지, 우주인에서만 선정될 수 있는 기획이 모였다.

기획에 선정된 시민은 사실 전업 예술가가 아니라 본업이 따로 있는 분들이었기에 진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예산 기획부터 집행과 정산까지 쉬운 과정 하나 없는 진행이었지만 지원자의 애초 기획의도와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밤낮없는 통화와 질문에도 열과 성의를 다했다. 우리도 지원자도 처음인 ‘우주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배워가며 성장해나갔다.

▶ “우주인 프로젝트”를 통해 곳곳에 퍼진 생활문화의 씨앗
작년 한 해 동안 시행된 모든 ‘우주인 프로젝트’가 의미 있었지만, 특히 두 기획이 가장 기억에 남아 소개하려 한다.

김태오 씨는 평범한 아빠이자 공학을 전공한 일반 회사원이다. 오리엔테이션 날 김태오 씨는 “외국에서 평상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버스나 전철을 기다릴 때 책 일부분을 자판기처럼 뽑는 기계를 보았어요.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청했습니다.”라며 기획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처음에는 몇 군데의 정류장에 기계를 설치하는 기획이었지만, 우선 시범적으로 생활문화센터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회사원이 이 일만 매달려서 할 수도 없었고, 기계도 생각대로 잘 만들어지지 않는 실패가 거듭되었다. 결국, 우리는 예상보다 2개월이나 늦게 김태오 씨의 ‘조각 글 자판기’를 만날 수 있었고, 고생한 만큼 결과는 값졌다. 칠통마당에 들어와 설치되는 첫날,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몇십번을 눌러보았는지 모르겠다.

이날 김태오 씨는 “인천문화재단을 사실 몰랐어요. 아내가 우주인 프로젝트 포스터를 보여주어서 알게 되었어요. 고생은 했지만 내가 시민들을 위해 재미도 줄 수 있고, 책의 좋은 내용을 담아낸 조각 글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네요. 과정 자체도 너무 즐겁고 의미 있었어요. 저를 믿고 기다려주고 실현할 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함께 남기셨다.

이은혜 씨는 경기도 이천에 살면서 간호사를 준비하던 학생으로 우주인 프로젝트에서 책을 만들고 싶다고 신청했다. 단순하게 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서전을 만들며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기획이었다. 선정된 후 이은혜 씨는 자신이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 사람을 모집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는 생각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라 낙오자도 생겼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저 어떻게 해요 사람들이 잘 안 따라 와줘요.”라며 힘들어했지만, 곧 다시 기운 내서 모임을 가졌고 꿋꿋하게 원고를 써 나갔다. 그렇게 담당자인 나와 가장 많이 통화했던 은혜 씨는 처음 계획과 많이 바뀌긴 했지만 끝내 완성된 몇 권의 책을 가지고 왔다.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가득했던 기획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은혜 씨는 나에게 “선생님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간호사 시험 치고 연락할게요. 공부하느라 지쳤는데 덕분에 원동력이 생겼어요.”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 후 2018년 4월 우주인 공모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사람들과 함께 먹방을 찍어 아프리카 방송 활동을 하고 싶다는 제안서에 이은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간호사가 되어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일하며,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 사람들도 일반 시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방송이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소통을 도와주고 싶다는 기획이었다. 이은혜 씨의 이 두 번째 기획은 심의를 거쳐 한 번 더 선정되었다. 은혜 씨는 “감사해요! 우주인 프로젝트 아니면 못 했을 거예요. 환자분들도 생활문화로 삶을 즐길 수 있고 조금만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제가 도와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기뻐요!”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서까지 전해져 왔다.
시민의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것. 그것을 통해 삶의 행복감이 더 해지는 것. 어쩌면 이것이 생활문화가 가진 힘이 아닐까.

▶ 2018년, 올해도 ‘우주인 프로젝트’는 시민과 함께!
우주인 프로젝트를 위해 했던 수많은 질문의 답은 오직 하나였다.
생활문화를 시민들의 손에서 꽃피우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우주인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인은 앞으로 생활 속 모든 생각을 존중하기 위해 2018년에는 한 번이 아닌 4월~10월까지 월 1회씩 공모가 진행된다. 접수는 ‘우주인 프로젝트’가 생활문화의 새로운 플랫폼을 여는 창구가 되기 위해 항시 진행한다.
시민들이 주최하고 주인이 되어 활동하는 생활문화가 가장 필요한 기본은 담당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과 사업의 가이드라인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앞으로도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중심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간다면 분명 생활문화의 꽃이 모두에게 만개할 것이다.

 

글/사진
‘우주인’ 프로젝트 담당자 손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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