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인천아트플랫폼 이재언 관장 인터뷰
4월 초, 인천 아트플랫폼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신임 관장으로 임명된 이재언 관장이다. 평창비엔날레 예술감독, 동아시티미술관 학예실장, 선갤러리 디렉터, 도시 미학연구소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온 그가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인천문화통신 3.0은 인천아트플랫폼 2016년 입주 작가로 참여했던 채은영 큐레이터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만들어 온 두 사람이 개관 10주년을 앞둔 인천아트플랫폼의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지역 예술계와 시민들이 관장님에 대해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이하 IAP) 관장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1984년 교직 생활로 인천과 인연을 맺었는데, 교직을 떠난 후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인천에서 계속 교직을 맡았고, 강화도에서 거주하면서 계속 인천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인천에 오랜 시간 살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일을 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신임 관장 공모를 보고, 제 경험을 살려 IAP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여 년 전 플랫폼을 기관 명칭으로 사용한 것에서 인천 시각 예술의 의미 있는 거점 공간으로써 미래가 밝다고 느낀 것이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지요.
▶ 내년이면 IAP가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데요 그동안 IAP 활동에서 의미 있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크게본다면, 인큐베이팅 역할은 성공적이었다고 봐요. 레지던시 기간 동안 이곳을 통해 성장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IAP가 생김으로써 개항장 문화지구에 여러 문화 기관, 단체, 공간 등이 생겨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얼마전 근처에서 우연히 어느 작가를 만났는데, 최근 인천에 작업실을 마련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여러 작가나 관계자들이 IAP 거주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이런저런 관계를 만들고 주변에 모여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 그런데도, 아쉬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제까지 IAP의 활동은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점 경제적인 뒷받침에 대한 중요도가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프로모션이 가장 아쉬운 부분 같아요. 단순히 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와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능하다면, 국내외 아트페어에 IAP 작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입주 연구자를 큐레이터와 비평가 이외에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 어떨까 싶어요. 이러한 활동들이 향후 인천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 프로모션이라는 말이 아트페어와 관련된 홍보와 마케팅쪽으로만 생각할수 있을거 같은데요. 작가들의 작업과 활동이 다양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공공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IAP에도 지역 연고가 있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가 있는데, 한쪽에만 비중을 두긴 어렵겠지요.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많은 준비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지역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날 부분에 대한 정책 제안도 필요할 것이고요. 무엇보다 인천에도 시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외부 행사와 움직임에 대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순히 ‘시장’으로만 볼 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고, 아트페어를 미술계 행사로만 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역 정책, 행정, 교육계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지식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시대가 되었잖아요. 작가들의 지적 재산권과 같은 분야도 프로모션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작가들의 작품이 판매되는 기반이 되면 좋겠지만, 그 외에 원작을 다양한 제품이나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겠지요. 그런 경로나 활동이 활발해지면, 작가들이 지역에서의 활동에 좀 더 의미가 생길 것이고요. 그런 방법에 지역 안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다각적 프로모션에서 IAP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어요.
▶ 아무래도 지역 시각예술 인프라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IAP에 대한 지역 미술계의 기대와 우려가 있는데, 지역 미술계에서 IAP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IAP가 처음 생겼을 때와 달리 요즘엔 작업 공간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안 나올 정도로 지자체에서 레지던시가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제는 지역 중심의 운영으로 조금씩 변화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지역 작가와 교류를 하며 창작과 기획의 구심점이 되면서 원래 설립 취지를 지역과 관계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폐쇄적으로 지역 작가만 모여 있는 것은 아니라, 지역 내외의 교류는 여전히 필요하죠. 다만, 좀 더 지역 작가가 주축이 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하고 프로모션 방향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 프로모션의 대상에 시민도 포함될 수 있겠지요. 시민 향유에서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계신가요?
미술의 유통에 시민 향유는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오랜 학습과 경험으로 교양과 문화로 가야겠지만 참 쉽지 않지요. 저는 작가들의 작업 세계와 활동도 매우 중요하고 존중하지만, 시민들의 눈높이를 무시하면서 시민들의 수준이 올라오길 바라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그래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예술 콘텐츠가 공급되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연스럽게 높은 단계까지 예술을 찾게 될 것으로 생각해요.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굉장히 고민해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고, 시민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데 역점을 두고 싶어요.
예를 들어, 막연한 미술 시장이나 구매 관련한 이야기보단 실제 시민들이 여유가 된다면 정말 그림을 갖고 싶은지 기본 데이터 같은 것도 만들어 시민들의 수요나 요구 사항을 도출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지역 미술계에 관한 여러 지표나 통계가 부족한데, IAP가 수행하는 사업에서 그러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기초를 만들면 작가나 기획자들 그리고 지역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 올해 사업은 전임 관장님께서 작년에 결정된 부분이 많을 텐데, 올해와 내년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가요?
지금은 이미 작년에 계획한 사업을 수행하는 단계라 많이 바꾸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올해 추진 중인 행사를 하면서, 시민에게 좀 더 다가가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어요.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큰 틀에서 사업을 바꾸기보단,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있고 내년에 본격적인 프로모션 사업을 위한 준비 정도는 추진해보려 합니다. 내년은 10주년이니까 ‘홈커밍데이’를 준비해 그동안 IAP에 입주했던 많은 작가와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볼까 해요. 단순히 모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같이 전시도 하고, 흩어졌던 네트워크를 재규합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진행 채은영 (독립 큐레이터)
사진 김혜나
편집 이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