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 연대를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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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지원>의 3년

2015년에 시작한 인천문화재단의 청년예술가발굴지원사업 <바로 그 지원>이 2018년에는 4년째를 맞는다. 이 지면을 통해 <바로 그 지원>이 지향하는 가치와 지난 3년 동안의 경과를 짧게나마 살펴보도록 하겠다. 보통 <바로 그 지원>으로 알려진 이 청년예술가를 위한 지원사업은 처음 시작할 때 신선한 사고의 전환과 톡톡 튀는 사업 진행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이야 청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중앙정부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에서 경쟁하듯 속속 내놓고 있지만, 예술계로 특화시켜 봐도 2015년 이전에는 청년예술가를 위한 지원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국의 많은 광역문화재단처럼 인천문화재단 역시 청년예술가를 위한 효과적인 지원방식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어 왔다. 특히 흔히 1년에 1~2차례 시행하는 ‘예술표현활동’으로 불리는 장르별 선정과 지원이라는 방식이 놓치는 부분에 주목하였다. 여기서 ‘놓치는 부분’이란 장르별로 선정과 지원이 이루어지다 보니 그 경쟁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년예술가들에 대한 지원 방식이었다. 물론 원로예술가들에 대한 지원 역시 중요한 화두로 여겨졌으나, 그보다 훨씬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면에서 취약한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청년예술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사업의 모델을 만드는 일이 남게 되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진행되었던 ‘지원사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시 말하자면 지원사업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통해 선정과 탈락이라는 구도를 띨 수밖에 없고, 새로 시작하는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사업도 그 한계를 지니지만, 그 구조 속에 위치한 청년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점을 찾아야만 했다. 이제 막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생존과 동시에 예술적 성장을 원하는 청년예술가들에게는 같은 고민의 과정에 놓인 동료를 만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따라서 비슷한 환경에서 각자도생하는 청년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프로젝트를 보며 일체감을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였다. 즉, 청년예술가들이 서로를 경쟁 대상이 아닌 동료로서 의식을 형성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 지향의 목표였고, 그것이 큰 틀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그러한 취지에서 이 지원사업의 이름은 <바로 그 지원>으로 결정되었다. 바로 청년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네이밍이었다고 자평한다. 

청년예술가들에게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또 하나의 요소는 대학의 제도권 교육에서 제시하지 못했던 지역에 대한 정보 제공이었다. 알다시피 <바로 그 지원>은 인천 출신 청년예술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출생지가 어느 곳이든, 현재 어떤 지역에서 활동을 하든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그 해가 끝나기 전에 인천에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면 족했다. 이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문제가 지역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에게 단기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인천지역 구석구석을 탐색하도록 한다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자칫 가혹해 보일 수도 있었다. 이것을 보완하도록 한 것이 ‘프로그래머 제도’의 운영이었다.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해 보일 수 있는 이 제도는 ‘멘토-멘티’ 제도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인천지역을 비롯, 다양한 장르의 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배격의 청년예술가들이 지원신청 단계에서부터 멘토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모델이었다. <바로 그 지원>이 다른 지원사업과 차별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단순히 심의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지원신청부터 프로젝트 발표와 수행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동료 청년예술가가 함께하는 새로운 지원사업의 형태를 제안했다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는 6~8명 규모의 풀(pool)로 운영되었고, 기획회의를 통해 적합한 청년예술가와 매칭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바로 그 지원> 전체를 통틀어 보더라도 지원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분이 프로그래머와의 협업과 그로 인한 네트워크 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프로그래머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청년예술가는 자연스럽게 인천의 정서와 특성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으며, 이는 인천의 특성을 반영하는 개별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는 <바로 그 지원>이 성취한 보이지 않는 결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역성을 강화하면서도 지역색을 탈피하는 전략이 성공한 케이스로 읽힐 만한 대목이다. 

매년 이렇듯 상반기의 준비 과정을 거쳐(사업의 형태와 진행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기획회의를 거쳤다) 하반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바로 그 지원> 프리젠테이션이 열렸다. 주로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열린 이 발표의 장에는 모든 구성원-지원자(단체), 프로그래머, 심의위원, 일반 관객, 재단 관계자-이 모여 지원자의 5분에 걸친 발표를 듣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거나 질문과 응답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원자들은 다른 동료 청년예술가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박수를 쳐 주는 장면이 빈번하게 연출되었다. 이때 중요한 요소는 다소 긴장감이 흐를 수 있는 장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는 행사 진행상의 유연함이었다. 접수순서대로 발표가 진행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추첨을 하게 한다든지, 정해진 발표시간이 지나면 우스꽝스러운 소리나 효과가 나게 한다든지, 모든 발표가 끝나고 저녁식사를 겸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경쟁에서 오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소통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그 지원>은 심의도 열린 방식을 지향하였다. 심의위원들만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와 지원자 모두가 투표를 통해 최종 선정자를 뽑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처럼 <바로 그 지원>은 과정 자체가 하나의 흥겨운 이벤트이자 서로를 응원하고 용기를 얻는 살아있는 네트워킹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 지원>은 현재 또 다른 선택을 요청 받고 있는 시점에 서 있다. 아무리 신선해 보이는 정책과 프로그램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 앞에서는 그 시효를 다할 수밖에 없다. 예술계, 그 중에서도 청년예술가를 둘러싼 지원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고, 청년예술가의 눈도 과거와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소액다건을 지향하는 <바로 그 지원>의 본래 취지부터 지원방식의 적절성까지 원점에서 다시 심각한 문제의식을 동반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의 공과를 분석하여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진전된 형태의 청년예술가 발굴지원사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청년이 우리의 미래라면 그 청년을 지원하는 태도와 방식 또한 끊임없이 미래에 시선을 두고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 /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팀 박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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