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프로젝트그룹 노니〔noni〕, 경계를 넘어 소통의 장을 펼치다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노니〔noni〕, ‘노닐다’, ‘놀다’, ‘play’의 의미로 소소하게 노는 것에서 시작하여 일상을 다채롭게 채웁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이 모여 말랑하고 유연한 상상을 펼치고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추구하는 문화 예술 크리에이터입니다. 사회적으로 정해진 틀에 한정 짓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를 벗어나며 A와 Z를 연결해 주는 ‘중간자’로서 소통의 장을 만듭니다. |
〔noni〕는 동갑내기 디자이너인 정한결(26)씨와 이승나(26)씨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한결 씨는 시각 예술 디자이너이자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승나 씨는 공간 예술 디자이너이자 공간 설계 디자이너다. 동시에 프로젝트 기획자이기도 한 두 사람은 20대 초 인연을 맺은 이후 줄곧 자연스럽게 공동 작업 이야기를 해 왔다. 함께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올해 연수문화재단의 청년예술지원을 계기로 실현됐다.
프로젝트 그룹을 결정하기로 한 두 작가는 활동의 중심점이 될 브랜딩에 가장 공을 쏟았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자 중심점이 〔noni〕이다. ‘Non of I’ 약자로 ‘내가 없다’, ‘내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며 우리말로 ‘노니’라는 발음을 가진다. 이는 하나의 정체성에 묶이지 않고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질 수 있음을 말한다. 또한, 수많은 n명의 사람들 또는 우리 크루의 시작인 n과 n의 콜라보를 뜻한다. 한결 씨는 “요즘 ‘본캐’, ‘부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술활동과 일을 병행하지만 두 가지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원동력이 됐으면 했어요. 그럴 때 더 창의적인 사고가 나올 수 있고 일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죠.”라고 〔noni〕를 설명했다.
《P.P.L Project》 개요 |
〔noni〕의 첫 프로젝트인 《P.P.L Project》 역시 개인들의 경험에서 시작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다. 승나 씨는 “프로젝트를 고민하면서 불안정한 시기에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되돌아보면서 다가가기로 했어요. 우리는 늘 불완전하고 애매모호하며 잡다한 고민, 걱정, 불안과 함께 위태로운 경계에 있잖아요. 불완전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경계를 벗어날 수 있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P.P.L Project》는 소소하게 노는 것에서 시작하여 지루한 일상을 다채롭게 채우고(PLAY), 일치하는 생각과 답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나와 다른 관계의 엇갈림과 접속에서 소통하며 생각의 환기를 유도한다(PEOPLE). 마지막으로 사람을 레이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다양한 층이 얽혀 있는 유기적인 공간을 만든다. 위계가 없는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지향한다(LAYERS).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전시로 구성된다. 첫 번째 전시인 <잡동산이_아! 그것을 버리지 마시오>는 10명의 참가자에게 일주일 치 미션지를 택배로 보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공간에서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게끔 했다. 취업준비생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등 불완전한 경계에 있는 청년들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잡동사니에 대해 자유롭게 기록했다. 한결 씨는 “잡동사니는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또는 그런 물건을 말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각자의 잡동사니 사물에서 출발하여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비공식적인 이야기’를 담아 가치를 찾아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전시인 <Blur-Blah>는 익명의 대상들에게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나의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요?’, ‘나의 사랑은 어떤 색깔일까요?’라는 질문에 80~90여 명이 답한 결과는 놀라울 만큼 서로 달랐다. 승나 씨는 “사랑은 가장 개인적이고 사적인 일입니다. 사랑의 정의할 수 없는 특성은 불완전한 우리와 닮아 있어요. 비가시적이고 추상적인 사랑의 정의, 모양, 색깔에 대하여 질문하고 완전한 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역설적이게도 결국 정해진 정의도, 모양도, 색깔도 없음을 알게 되죠.”라고 설명했다.
이 전시를 어떻게 온라인상에서 구현시켜낼지가 현재 〔noni〕의 주된 고민이다. 참여자들이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닌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전시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N월 27일에 온라인 전시를 오픈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이번 전시가 비대면 시대에 쉽고 재밌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주제를 기획해 단기성, 중장기성, 장기성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이다. 요리사나 음악가 등 타장르 작가들과 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수많은 n명의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그룹명처럼 더 재미있는 주제를 찾아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이렇게 타 장르 작가와 교류를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은 연수문화재단의 도움도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이 열려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결 씨는 “작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재단에서 워크숍을 열어 지역 문화 활성화에 대한 작가들의 의견을 꾸준히 듣고 있어요.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 작가에게 재단은 믿을 수 있는 안식처이자 앞으로 예술 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시작점’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두 작가에게 예술의 의미를 물어보자 한결 씨는 ‘일상이자 삶의 일부’라고 정의했다. 그는 “예술이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됐을 때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지 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전업 작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 삶과 별개라고 할 수 없고 개인 작업도 계속하고 있죠. 그렇게 보면 보고 느끼는 모든 일상이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표현했다. 이어 승나 씨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항상 새로움을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승나 씨는 “예술이 어렵고 고지식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면 그게 예술이 될 수 있죠.”라고 강조했다.
두 작가는 인천지역에서 문화예술이 보다 꽃피기 위한 제언도 덧붙였다. MZ세대인 두 사람은 젊은 세대가 ‘감각적이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문화생활이 활발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생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영상 플랫폼이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한다. 인천의 문화에 대해 풀어내는 과정에서 새롭고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두 작가는 “부모님과 친구같이 지내는 MZ세대는 자신이 감각적이다 생각하면 가족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함께하는 특성이 있어요. 그래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홍보방식을 고민하고 전문 인력을 활용해 유입시키려는 노력을 하면 파급력이 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비어 있는 임대공간을 이동하며 팝업 전시를 여는 등 어느 도시에서도 하지 않는 기획들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글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