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의 도시, 인천에서 만나는 디아스포라영화제
이재승(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
디아스포라의 도시, 인천인천은 문호개방 이래 이주와 이민의 중심지였다. 1883년 개항 이후 형성된 차이나타운의 이국적인 거리는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고, 1902년 한국 최초의 하와이행 이민선 ‘갤릭호’가 제물포항을 통해 떠난 후, 100여 년이 지난 현재도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들어오고 있다. 만남과 헤어짐, 설렘과 슬픔 등 많은 사람들의 100년간의 기억을 인천이라는 도시는 품고 있다. 그리고 과거 바다였던 곳은 국제도시가 되어 다양한 사람들의 유입으로 새로운 문화와 일상, 기억이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 이렇듯 인천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이다.
디아스포라의 시대, 오늘의 이야기사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과거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삶을 지칭하는 말로, 현재는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러한 개념은 식민지 조선을 떠난 재일조선인과 고려인, 한국전쟁으로 인한 실향민과 이산가족,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볼 수 있는 산업화 시기 파독 간호사와 광부 등 우리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마주칠 수 있는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의 난민, 추방, 실향, 이민 등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대상화하고 혐오와 차별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 디아스포라는 이국의 정취만을 의미하지 않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공존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의미로 확장하고 있다.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19. 5. 24. ~ 5. 28.) |
환대의 도시,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인천은 한국 최초의 이민이 시작된 도시이자, 원주민과 함께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정체성인 이주민이 정착해서 살아가는 도시이다.<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러한 도시 정체성을 반영하여 영화를 매개로 이민자와 난민을 비롯해 이 땅에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관용의 가치를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2013년도 제1회 영화제 개최를 시작으로 어느덧 9회째가 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다양성 주간인 5월에 매년 개최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영화제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디아스포라 이슈를 담아낸 포럼 및 강연 등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미디어아트 및 사진전 등 각종 기획전시 프로그램,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인천개항장문화지구 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하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한 복합예술축제를 표방한다.
팬데믹,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우리는 작년부터 역사상 유례없는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은 전 세계를 멈추게 하였고,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게 하였으며, 아시아인들을 향한 혐오 또한 경험하게 하였다. 모든 축제들이 그렇듯 팬데믹은 <디아스포라영화제>에도 치명타였다. 팬데믹은 분명 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있어서 장애이자 위험요소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혐오와 차별이 범람하고 있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 이에 영화제의 취지와 목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개최장소 변경, 프로그램 축소, 행사기간 조정, 방역시스템 구축 등의 조치를 통해 계속 개최하였다.
제8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20. 9. 18. ~ 9. 22.) | 제9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21. 5. 21. ~ 5. 23.) |
작년 제8회 영화제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시민 정서를 고려하여 기존의 거리축제 개념은 포기하고 장소를 옮겨 영화상영에만 집중해야 했지만, 올해 제9회 영화제는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방역 시스템을 강화해 야외에서의 체험 프로그램과 온라인 상영관, 텐트 상영관을 도입하여 안전하고 건강하게 개최하였다. 영화제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낯선 용어와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를, 다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본다. 내년이면 벌써 디아스포라영화제가 10회를 맞이하게 된다. 스탭들은 벌써부터 설렘을 안고 내년 영화제 기획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고 토론하느라 분주하다. 영화제를 처음 개최하던 10년 전과 현재의 사회와 인식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우리의 작은 노력과 실천이 민들레 홀씨 되어 여러분 곁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기를, 부디 내년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는 마스크 뒤로 감춰진 서로의 밝은 미소를 보며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 인천영상위원회
이재승(李宰承, Jaeseung Lee)
– 현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
– 현 인천광역시 상징물관리위원
– 현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발전위원/ (재)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