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문화·예술도시 연수를 꿈꾸다
정구섭, 정효민(연수문화재단)
Ⅰ. 20대 청년이 떠나고 있다4,065명. ‘2020년 인천시 군·구의 연령별 군·구간 순이동인구(그림1)’에서 연수구의 20대가 순유출된 인구수다. 전 연령대에 거쳐 순유입이 이루어지는 연수구에서 유독 20대에서 큰 폭의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이는 도시의 역동성과 발전 가능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내포하는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다. 20대의 순유출이 단순히 ‘대학진학’과 ‘취업’이라는 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결과라 단정 짓기에 ‘남동구 20대 순유입 11,869명’, ‘서구 20대 순유입 11,355명’과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1> 인천연구원, 『인천시 인구이동 특성 분석과 이해』 (이왕기, 2020) |
물론 동구, 미추홀구, 부평구, 계양구 모두가 20대 순유출이 있으나 해당 지역들은 거의 모든 연령에서 순유출이 일어나고 있어 시사하는 결이 다르다. 남동구, 서구처럼 모든 연령대에서 순유입이 일어나는 지역과 연수구를 비교하며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Ⅱ. 20대 청년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연수구에서 활동한다는 것연수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 종사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그림2) 4월 4일 기준 104명으로 집계되었다. 인천시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청년은 12명이다. 부평구 20명, 남동구 19명, 서구 15명, 미추홀구 14명, 계양구 13명에 비해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림2>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 데이터 대시보드 |
‘문화체육관광부 2019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살펴보면 ‘20대 인구 순유출’, ‘20대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낮게 집계되는 이유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연수구 공공문화기반시설은 공공도서관 8개, 박물관 3개, 미술관 0개, 문예회관 2개, 지방문화원 1개로 총 14개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 민간문화기반시설은 박물관 1개, 미술관 0개, 영화상영관 4개, 등록공연장 4개로 총 9개의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 공공과 민간을 합하면 23개의 문화기반시설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중구 33개, 미추홀구 30개, 서구 25개에 비해 부족하고 남동·부평구 22개에 비해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문화기반시설임을 상기해볼 때, 등록·집계되지 않은 갤러리, 공연장의 개수가 현저히 부족한 연수구는 타 구의 문화·예술종사자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연수구의 등록 문화기반시설은 양의 부족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트센터인천, 트라이보울 등은 청년들이 대관하기에 규모나 금액 면에서 부담이 되고,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은 폐쇄적으로(재학생과 졸업생을 우선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연수구의 높은 임대료는 청년예술가나 활동가들이 연수구를 지역 거점으로 활동하기 위해 사업장을 내거나 유지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수구의 문화예술시장은 청년·문화예술종사자에게 블루오션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블루오션에 진입하기 위한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현실이 공존한다.
연수문화재단은 연수구의 이처럼 부족한 문화예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식의 청년문화·예술종사자 지원사업 및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로 말이다.
Ⅲ. 20대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만들어가는 문화예술도시 연수① 2021 연수예술지원사업 청년예술준비지원사업연수문화재단은 설립과 동시에 2020 연수문화예술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중 지역의 청년문화기획자와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청년예술기획지원’을 운영했는데 6건의 신청서가 접수되었고 2개 그룹과 1명의 개인에게 지원금이 돌아갔다.
청년예술기획지원이 기존의 문화예술지원과 달랐던 점은 선제적으로 기획비(200만 원)가 지급되고 매월 활동 보고를 통해 활동비(월 50만 원)를 지급해 총 5백만 원을 지원받는다는 점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청년들의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무정산’으로 사업이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명확했다.
청년 문화기획자와 예술가를 신뢰함으로써 얻어낸 성과는 값졌다. ‘총총시스터즈’는 문화지도인 <두 발로 총총 송도신도시>를 제작하면서 1년 차 연수문화재단에 꼭 필요했던 문화자원기초조사에 큰 도움을 주었고 ‘청춘예찬’은 <자전형 치유 연극>을 통해 예술과 심리치료가 어우러진 융복합예술 영역을 만들어냈다. 특히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코로나 블루’ 등으로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슈화된 시기에 예술을 통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준의’의 <고백의 역사>는 연수구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백에 관한 이야기(인터뷰)를 작품화하여 찾아가는 전시로 풀어낸 프로젝트였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전시를 관람하는 형식의 한계를 비틀어 전시장이 사람들을 찾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기획이었다.
총총시스터즈, <두 발로 총총 송도신도시> | 이준의, <고백의 역사> | 청춘예찬, <자전형 치유연극> |
<그림3> 2020 연수문화예술지원사업 청년예술기획지원 결과물 ⓒ연수문화재단 |
2020 청년예술기획지원에 참여한 청년 중 2명이 현재 연수구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준의 대표의 영상업체 ‘왓츠더웨더’는 남동구에 있던 사업장을 연수구로 옮겼고, 총총시스터즈의 이희성 대표는 디자인업체 ‘모로아일랜드’를 3월에 개업했다. “연수문화재단의 청년예술기획지원을 수행하면서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것이 큰 기회가 될 것 같아 사업장을 내게 되었다.”며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 사업의 담당자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2020 연수문화예술지원사업은 2021 연수예술지원사업으로, 청년예술기획지원은 청년예술준비지원으로 그 명칭을 변경했다. 문화사업팀에서 운영하는 지원사업은 ‘예술’ 분야에 집중하고 ‘문화 기획 및 활동 분야’는 문화도시팀에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21 청년예술준비지원은 지난해보다 사업 규모(예산, 인원)가 25% 확장되었다. 2년 차 사업으로 접어들면서 입소문이 난 것에 더불어 코로나 19로 인해 예술가들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진 상황까지 겹치면서 지원 건수는 5배가 증가했다. 현재 8명의 청년예술가가 최종 선정되어 4월 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5월 초 간담회를 통해 각자의 활동과 성과를 나누려 한다. 시각예술 4건, 공연예술 2건, 문학 2건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도출될 창의적인 결과물들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② 2021 연수문화발굴단앞서 소개한 2021 청년예술준비지원이 ‘예술’에 집중되어 있다면, 2021 연수문화발굴단은 연수구 청년들의 ‘문화기획’ 및 ‘활동’에 집중되어 있다. ‘연수문화발굴단’은 2020년 진행된 ‘연수청년문화리빙랩’, ‘연수청년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의 후속사업이다.
‘연수문화발굴단’은 ‘지역가치 발굴 및 지역문화 자원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사실 청년에게 지역 가치와 지역문화 자원이란 표현이 조금은 생소할 수 있지만, 연수구의 문화, 예술, 사람, 자연이 다 해당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수구에 살던 초,중,고등학교 동창들의 그 당시 이야기를 모아보는 것도 가능하고, 공원을 산책해보는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연수구와 관련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수문화발굴단’은 올해 10인의 청년 문화활동가를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된 인원에게는 100만 원의 프로젝트 진행비가 무정산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한 번에 진행비를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선정 시 50만 원 지원, 교육과정 후 최종 프로젝트 계획서 제출 후 50만 원이 지급된다.
<그림4> 2021 연수문화발굴단 모집 공고 포스터 ⓒ연수문화재단 |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은 선정자의 교육단계이다. 5~6월 진행될 교육과정은 다양하게 구성될 예정이다. 교육계획 수립 중에 있는데, 지금의 구상은 이렇다. 청년들이 지역(연수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공유하는 첫 워크숍을 시작으로, 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연수 한 바퀴’(가칭), 계획서 작성 및 그룹 구성을 위한 ‘발굴力(력) 강화!!’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워크숍에는 로컬을 주제로 한 활동을 하는 지역 내외의 전문가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를 섭외하고 있으며, 참여자에게 재미있고 살아있는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 ‘연수 한 바퀴’를 통해 지역을 새롭게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연수문화원이 진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지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발굴力(력) 강화!!’의 경우 발굴단 스킬-업(skill-up) 워크숍은 기획서 작성, 프로젝트 계획 등에 대한 업무적 스킬을 강화하려 한다. 연수문화재단은 이 시점부터 컨설턴트를 발굴단과 매칭하여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발굴단을 물심양면 지원할 예정이다.
‘연수문화발굴단’은 기존의 청년문화인력 양성사업과 다른 방향을 만들어보고자 시작된 사업이다. 아직 많은 청년들을 만나보지 못했기에, 연수문화재단은 더 많은 청년예술가와 활동가들을 만나고 같이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지역에서 실험해보는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만약, 혹시라도 연수구가 2021년 문화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면, 조금씩 모이고 있는 연수구 청년문화활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희망찬 꿈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순간을 위해 더 만나고, 놀고, 서로를 지지하며 2021년을 지내보려 한다.
Ⅳ.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문화예술도시 연수연수문화재단이 청년을 위한 문화·예술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연수구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보자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청년문화·예술종사자들이 지역의 대학생을, 취준생을, 회사원을, 자영업자를, 연수구에 있는 다양한 청년들도 이곳에 계속 머물 수 있게 만들어 주길 바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
정리하자면, “문화와 예술로 청년들이 살기 좋고, 살고 싶어 하고, 살아갈 수 있는 문화예술도시 연수를 함께 만들자!”가 되겠다. 누군가가 들으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 놀릴지는 몰라도, 실제로 뜬구름을 잡게 되는 시대가 곧 올 수도 있으니, 우리는 오늘도 허공에 끊임없이 손을 내민다.
공동집필: (필자 사진설명) 연수문화재단 정정브라더스는 자주 사다리를 타고 이따금씩 망치질을 합니다. 매일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고 심심치 않게 SNS에 홍보물을 업로드합니다.
정구섭(鄭求涉, Jeong Guseob)
인천광역시 연수구가 설립한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에서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정효민(丁孝敏, Jeong Hyomin)
인천광역시 연수구가 설립한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에서 지역축제와 예술인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예술행정가이자 기획자이다. 2019년 『마드리드 0km』라는 여행에세이를 발간하기도 했다.